[Review]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러 왔다

감초에 집중해야 하는 연극 동이
글 입력 2017.02.23 22: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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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러 왔다"

연극 <동이>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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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당”


관심을 부르기 쉬운 흥미로운 소재. 더불어 “귀신들린 연기.” “신 내림 연기”는 자질만 충분하다면 신예 배우가 스타덤에 오르는 일에 가장 적절한 계단으로 여겨질 정도로 이미 많은 사람들이 도전하고 쾌거를 이룬 소재다. 최근에는 여배우 박소담이 <검은 사제들>을 통해, 아역배우 김환희가 <곡성>을 통해 그 계단을 거쳤다. 이렇게 기존에 많이 사용된 소재임에도 <동이>가 흥미로운 이유는 ‘실제 엑소시스트 임덕영이 직접 참여한’이라는 부제가 붙었기 때문. 기존의 작품들이 잘 풀어냈다고는 해도 결국엔 각본에 맞춘 연기에 불가하다는 한계를 벗어나 실제 엑소시스트 참여 작품이라고 하니 마다할 이유는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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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창시절 꽤나 유명한 다큐 프로에서 중학생 어린 여자아이의 신 내림 편을 본 기억이 있다. 상당히 충격적 이였다. 예상보다도 더 과격하고 거친 과정을 버텨내는 모습을 보고 소녀가 안쓰러우면서도 신 내림이란 행위를 안일하게 생각했던 스스로가 그들의 삶을 폄하했던 것만 같아 창피했다. 그 다큐멘터리가 나에게 그런 압박감을 전달할 수 있었던 이유는 ‘영상’이라는 소재의 특성 덕분이다. 신 내림 과정 며칠을 그들과 함께 하며 촬영 후, 편집을 통한 첨삭은 관객들이 그 고통을 함께 공유하는 것처럼 느끼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하지만, 연극은 다르다. 시공간적 한계부터 비용, 배우의 연기력까지 변수가 넘쳐나 과연 그 무당인의 고통을 잘 담아낼 수 있을지 걱정 반 기대 반으로 <동이>를 감상했다. 다행이라고 해야 할지 연극은 내가 예상했던 것과는 전혀 다른 방향으로 진행됐다.





위급하고 공포스러운 조명과는 달리 개성 넘치는 무당 3인의 콩트(?)로 연극은 시작된다. 그리고 그들은 심오한 주제가 언급된다 싶으면 어김없이 나타나 관객들에게 메롱-을 날린다. 예를 들어 단순 신 내림을 앞둔 남자의 일생에 ‘기독교’신자라는 설정이 등장하는 순간 또다시 그 3인이 등장해 관객이 심오해 질 틈을 주지 않는다. 심지어 연극이란 프레임 안에 갇혀있지도 않고 꽃분이 남편 역을 맡은 배우 김태현 씨는 구석에서 관객들에게 술을 돌리는 등 적극적으로 우리의 사고 흐름에 개입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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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 김태현


사실 연극 자체의 주역은 동이였지만, 오히려 관객이 흥미를 갖고 집중해야 할 대상은 이 꽃분이의 남편이다. 그는 연극 끝 절정에 다다라 신 내림 굿이 시작하기 전 “결국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러 온 것이지!” 라고 말한다. 이 대사는 또다시 연극 프레임을 넘어 동이의 굿을 구경 온 우리 관객에게 하는 말이다. 무당의 인생이 고통인지 어떤지 제대로 알지 못하며 멋대로 걱정을 하고 있던 나에게, 나와 함께 연극을 보러 와준 천주교 신자인 친구에게, 앞자리에서 끊임없이 그들의 인생에 딴죽을 걸던 이름 모를 중년 남성 관객에게든. 결국 굿이나 보고 떡이나 먹으러 온 것 아니냐 말을 한다. 억지로 동이에게 이입하려 할 필요 없이 우리는 영감하나 없는, 우리와 닮은 감초 꽃분의 남편과 함께 그 굿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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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Funny Game >


  영화 퍼니 게임< Funny Game >에서 미카엘 하네케 감독은 불합리한 폭력에 대한 영화임을 티저를 통해 알고 있으면서도 굳이 돈을 내며 보러 온 관객을 희롱한다. 영화 속 폭력현장에서 벗어나 있으니 안심하고 해피엔딩을 기다리고 있을 관객들을 비웃기 위해 [영화]라는 프레임을 역으로 우리를 약 올리는 일에 사용한다. *흥미가 있다면 꼭 추천하고 싶은 영화 * 그와 비슷하게 연극 <동이>는 필자가 사전에 걱정했던 ‘연극’의 한계를 오히려 적극 사용해 동이의 인생을 감초로서 관람하고 올 수 있게 자리를 마련 해 주었다.


"우리와 다르다고 해서
틀린 것이 아닌
무당의 길을 가는 삶.
동이의 굿판을 떡이나 먹으며
관람하러 들렀고 맛있게 맛보고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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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동이’

부 제 : ‘엑소시스트 임덕영이 직접 쓰고 연출한 신의 길을 가는 한 남자의 이야기’
기 간 : 2017년 2월 9일(목) ~ 28일(화)
장 소 : 대학로 동숭무대 소극장
시 간 : 월~금 8시 / 토~일 5시 / 22일 수요일 휴관
후 원 : (주)AFO&TRADE, (주)정든닭발, (주)만성스텐, 글로비성형외과, 원더월프렌즈 
예 매 : 인터파크, 대학로티켓닷컴
관람료 : 전석균일 3만원
문 의 : 02-3676-3676
 



[김경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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