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주말 예능의 <복면가왕>이라는 프로그램을 정말 좋아했다. 사실 프로그램 자체 보다는 2016년 2월부터 6,7월즈음까지 가왕 장기집권을 했던 ‘우리 동네 음악대장’ 과 그의 노래들을 너무 좋아했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그가 가왕 자리에서 내려온 다음에도 계속해서 그의 노래를 듣기 위해 유튜브에서 ‘음악대장 Lazenca’, ‘음악대장 하여가’ 등을 검색하여 당시 방송 영상을 보곤 한다. 노래로도 들을 수 있지만, 당시 방송 영상을 보면서 패널들이나 청중들이 반응하는 모습을 보고, 하현우가 직접 노래하는 모습을 모는 것이 더 재미있기 때문이다.

  그럴 때마다 눈에 띄는게 있었다. 유튜브를 보면 항상 우측에 ‘다음 동영상’이라며 현재 재생중인 동영상과 관련된 영상이 뜨는데, 매번 ‘음악대장(Music captain) Don't Cry 복면가왕(King of masked singer) 해외 반응 (reaction)’ 이런 식으로 해외 사람들이 음악대장의 영상을 보고 반응을 하는 자신의 모습을 카메라로 찍어 분할 편집을 해서 올리는 것이다.

  이러한 리액션 비디오 (Reaction Video)는 비단 내가 즐겨보는 복면가왕 프로그램에만 국한된 것이 아니다. 사람들이 즐겨보는 런닝맨 또한 리액션 비디오가 수두룩하다. 사실 가장 인기있는 것은 K-POP 리액션 비디오이다.

  하지만 영상 편집을 비롯한 미디어 매체를 전공하여 배우는 학생으로서, 나는 정말 의구심이 들었다. “해외 사람들은 뭐가 좋다고 리액션 비디오를 찍지?” 

영상 편집은 정말 귀찮고 고된 작업이다. 가장 쉬울 것 같은 잘라 붙이는 과정 조차도, 미세하게 초 단위로 잘라내야하기 때문에 엄청난 집중력을 요구한다. 자막까지 붙이는 경우는 더 심하다. 물론, 가장 간단한 형태의 리액션 비디오는 영상 자료 화면과 그를 보는 자신의 모습을 동시에 보여주기 때문에 편집이 그나마 용이하긴 하나, 영상을 만드는 과정 자체가 많든 적든, 시간과 노력을 들이는 일임은 자명하다. 결국 그들은 시간과 노력을 들여 자신들의 한국의 드라마, 예능, 음악 컨텐츠에 대해 자신의 리액션 비디오를 찍어 업로드 하는 것이다.

  맨 처음에는 한국 사람들의 관심 때문이라 생각했다. 예전부터, 한국 사람들은 남의 관심, 특히 해외 사람들의 관심을 정말 궁금해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 예로, 예전 에미넴 콘서트를 갔을 때, 에미넴이 ‘I LOVE KOREA~’라며 머리 위로 크게 하트를 만들어 보인 적이 있었고, 그에 광분한 해외 팬들은 바로 ‘에미넴 한국 공연 해외 반응’을 자신의 블로그, 인터넷 카페로 퍼다 나르기 시작했다. 한국의 떼창 문화를 잘 보여주는 동영상에 대한 해외 반응도 곧잘 퍼 나르곤 했다. 그래서, 나는 이런 리액션 비디오가 해외의 반응을 항상 궁금해 하는 한국인들의 속성을 잘 이해해서 그들 스스로 유튜브 컨텐츠화 하는 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요즘 들어 다시 보니 꼭 그렇지만은 않다. 그들이 실제로 한국 사람들의 기대에 부응하고자 하는 의도가 있는지, 없는지는 사실로 확인된 바가 없으나, 리액션 비디오는 그 자체로 그들이 K-POP 문화를 소비하고 즐기는 방식이다. 지상파로 방송되는 음악방송을 실시간으로 시청하고 자신이 가입한 팬 클럽이나 커뮤니티에서 의견을 교환하는 한국의 K-POP 팬들과 달리, 해외에서는 실시간으로 즐길 수 없고 아이돌 가수들의 콘서트조차 한정적이기 때문에 그들이 즐길 컨텐츠는 주로 유튜브, 네이버 V앱 등에 기반한 영상 컨텐츠이고 그를 수동적으로 받아들이는 것을 넘어서 자신이 어떻게 느끼는지를 주체적으로 표현하는 것이다.
  따라서 리액션 비디오는 그 자체로 컨텐츠이고, 브랜드이며, 공론장적인 성격을 지닌다. 유명 리액터(리액션 비디오를 정기적으로 업로드 하는 사람: 예) K-reactors, CarKpop 등) 의 경우 댓글로 ‘다음은 BTS 의 노래로 해달라’, ‘블랙핑크의 동영상으로 해달라’는 요청을 하기도 하고, 그에 반응하며 정기적으로 동영상 컨텐츠를 올리는 사람은 그 자체로 자신만의 브랜드를 형성한다. 개인 반응올리는 경우도 있고, K POP 팬이 아닌 친구들과 함께 찍어 올리는 경우, 가족과 함께 시청한 경우, 등 수 많은 리액터 브랜드들이 존재한다. 

 

  그러나 가장 주목할만한 것은, 리액션 비디오의 ‘공론장’적 성격이다. 단순하게는 리액터가 ‘난 이 그룹에서 어느 멤버가 좋아’라고 하면 사람들은 댓글로 ‘나도 그 멤버가 좋다’, 혹은 ‘난 다른 멤버가 좋다’며 그 이유를 컨셉, 목소리, 성격 등으로 설명하기도 하고, 나아가서는 아이돌 그룹의 신곡 컨셉, 패션, 뮤직비디오의 전반적 분위기에 대해 서로 토론하기도 한다. 

  노래 뿐만 아니다. 서로의 삶에 대해서 논하기도 한다. 유튜버 ‘RinaUnnie’는 K-POP 리액터로, 자신의 가족들과 함께 아이돌 영상에 대한 반응의 영상을 찍어 업로드한다. 이에 한 이용자는 “i love your family because they are so open mind (너희 집이 오픈 마인드라 부러워)”라며 이에 사람들은 K-POP을 소비하는 자신의 사회 문화 분위기에 대해서 답글을 남긴다.

  K-POP, 나아가 한국의 드라마, 예능에 대한 해외 팬들의 리액션 비디오. 단순히 한국 사람들의 해외 반응을 궁금해하는 기대에 부응하여 제작되었다기 보다는 수동적인 시청자에서 나아가 능동적인 시청자로서 적극적으로 한국의 문화를 소비하는 방식이며, 나아가 서로의 문화를 이해하는데에 발판이 되어줄 공론장으로서의 역할로 이해하는게 타당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