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진실, 영화 ‘V for Vendetta'를 재조명하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2.22 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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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Remember, remember, the 5th of November, the gunpowder treason and plot.
 I know of no reason why the gunpowder treason should ever be forgot."
“기억하라, 기억하라, 11월 5일을 기억하라, 그 화약 음모 사건.
그 사건을 어떠한 이유든 결코 잊어선 안 된다.”



  시간이 흘러도 잊히지 않는 것이 있다면, 불변하지 않는 것이 있다면 과연 무엇일까.
영화 첫 시작부터 등장하는 저 '기억하라‘ 문구는 우리에게 11월 5일을 잊지 말자고 한다, 그 날짜의 꼬리를 따라가다 보면 ‘화약 사건’이 있고 그 뒤로는 ‘화약 사건’을 계획한 남자인 가이 포크스, 그리고 그 뒤로 그의 이념, 아이디어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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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료원: 씨네21

   워쇼스키 자매가 원작 만화를 각색하여 적은 ‘브이 포 벤데타 (V for Vendetta)'는 2005년에 개봉했다. 이미 10년을 훌쩍 넘었음에도 불구하고 영화는 빛바래지 않은 채 계속 그 자리에서 머무르며 우리에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는 몇 개월 간 정치적 문제로 인하여 ‘혼돈’에 놓여있다. 그러나 이러한 혼돈 속에서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나라를 변화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외신 기자들이 모두 감탄했던 무폭력 저항, ‘촛불 시위’ 등 나라의 주인은 국민이라는 것을 끊임없이 상기시켜주었다. 이런 상황에서 영화 ‘브이 포 벤데타’는 우리의 시민 의식을 일깨우고 희망과 신념을 잃지 말 것을 당부하고 있다.

-간략한 줄거리-

 미래 제 3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은 독재 의장인 셔틀러에게 통치되고 있다. 마치 조지오웰의 ‘1984’의 ‘빅 브라더’가 통치하는 나라처럼 통금시간도 정해져 있고 국민들의 목소리까지 도청당하고 있다. 국민들의 시민 의식을 일깨워주는 예술작품 및 음악도 블랙리스트가 정해져 있을 만큼 공포로 통치되고 있는 상황이다.
  주인공 이비는 밤중에 직장 상사를 만나러 통금 시간을 어긴 채 돌아다니다 권력을 남용하고 있는 핑거맨 (일종의 정부 끄나풀)을 만나게 된다. 위험한 상황에서 마스크를 쓴 자, 즉 ‘V'는 이비를 구해주고 자신이 준비했던 음악공연을 보여준다. 그 이후로 이비는 자신도 알게 모르게 ’V'를 도와주게 되고 테러에 깊이 관여되고 만다. 방송국의 유명한 진행자 고든에게 도망갔으나 결국 붙잡힌 이비는 수감생활을 하게 되는데 어떠한 계기로 인하여 두려움에 굴복하지 않는 존재로 재탄생하게 된다. 이비 또한 그 전부터 나라가 단단히 잘못 돌아가고 있다는 것을 느끼고 있었지만 아픈 가정사와 정부의 두려움 때문에 나서지 못했었다. 그러나 그녀는 ‘V'로 인하여 무엇이 소중한지 깨닫게 되었으며 자신의 인생보다도 중요한 것, 내 눈으로 보이지 않지만 느낄 수 있는 것, 즉 올바른 신념과 희망을 얻게 된다.


영화에 숨겨진 묘미, 명대사와 클래식 찾기


 이 영화는 명대사가 많기로 유명하다. 비단 명대사뿐만 아니라 셰익스피어의 ‘맥베스’, ‘십이야’, ‘헨리 5세’ 대사, 파우스트 문구, 영화 ‘몬테 크리스토 백작’(1934)의 대사를 인용하여 영화 내용을 더욱 풍부하게 만들어 주었다. 그런데 왜 ‘V’는 굳이 어려운 말까지 사용하며 자신이 이루고자 하는 바를 이비에게 알려주려고 했을까.

 
“I dare do all that may become a man. Who dares more is none."  - 맥베스
“사나이가 할 일이면 무엇이든 할 것이오.”

“VI VERI VENIVERSUM VIVUS VICI" - 파우스트
“진실의 힘에 내가 살게 될 것이며, 세상을 정복하게 될 것이다.”

“Conceal me what I am, and be my aid. For such disguise as haply shall become.
The form of my intent." - 십이야
"신분을 감추려 하니, 나를 도와주시오. 내가 의도하는 바에 그것이 맞을 듯하니.“

“We are often blame in this, 'Tis too much proved that with devotion's visage and pious action we do sugar o'er the devil himself." - 헨리 5세
“악을 행함은 세상에 흔한 일이니 악마에게 하는 사탕발림 같으리라”  

“And thus I clothe my naked villainy with old odd ends stolen forth from holy writ and seem a saint, when I most play the devil." - 리차드 3세
“성서에서 훔친 낡은 몇 마디 문구로 벌거벗은 악행을 감추니 악마 짓을 하면서도 성자처럼 보이는 구나”

“It is not my sword, Mondego, but your past that disarmed you."-몬테 크리스토 백작
"널 쓰러트린 건 내 칼이 아닌 네 과거다.“


   모든 것이 통제되고 금지된 세상, 물론 인문학도 예외는 아니었을 거다. 인문학 거장인 셰익스피어, 파우스트의 작품, 고전 영화의 대사는 복수만을 위해 달려가는 ‘V'의 이미지에서 벗어나 인간성 있는 모습을 보여주는 역할을 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인문학을 이용하여 세상을 통렬히 비판하고자 하는 의도가 담겨있었다. 그리고 문학과 예술을 가까이한 부모님 덕분에 고전작품을 다른 사람들보다 비교적 잘 알고 있는 이비는 인문학적인 언어를 통해 ’V'와 더욱 가까워질 수 있었으며 언어에 의미를 부여하여 먼저 진실에 다가가는 인물로 설정되었다.

 - 명대사 -

“People should not be afraid of their own government.
Governments should be afraid of their people."
“국민이 정부를 두려워하면 안 돼. 정부가 국민을 두려워해야지.”

“Artists used lies to tell the truth while politicians used them to cover the truth up."
"예술가는 진실을 말하기 위해 거짓을 사용하고, 정치인은 진실을 덮기 위해 거짓을 사용한다.“

"Why won't you die?" “왜 안 죽는거야?”
"Beneath the mask there is more than flesh. Beneath this mask there is an idea.
And ideas are bulletproof."
“이 마스크 뒤에는 살점만 있는 게 아냐. 이 마스크 뒤에는 한 사람의 신념이 담겨있지. 총알로는 죽이지 못하는 신념이.” - 크리디와 ‘V'의 마지막 대화 내용 중


  음악 또한 눈여겨볼만 한데 이는 대부분의 음악이 유명 클래식이기 때문이다.

  법원 건물을 폭발시키며 강렬하게 등장한 음악은 바로 차이코프스키의 ‘1812 서곡’이다. 곡명을 해석하자면 러시아의 역사 속 1812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1812년 러시아에 침공한 나폴레옹이 모스코바 외곽 ‘보로디노’에서 러시아 반군과 크게 전투를 벌이게 된다. 무려 7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했으며 이 전투를 시작으로 나폴레옹은 러시아와의 전쟁에서 패배하여 물러나게 된다. 1880년대 초반에 연속적으로 축제가 예정되어 있었던 러시아에서 차이코프스키는 이를 기념하기 위해 러시아의 위상을 드높일 수 있는 ‘1812 서곡’을 작곡했다. 실제 이 곡을 초연할 때 교회의 종소리와 대포 소리를 넣었다고 한다. 그래서 그런지 폭발장면과 이 곡은 환상의 조합을 보여준다.


  이비는 방송국 사건 이후 감미로운 멜로디에 의해 정신이 드는데, 그 때 이비가 들었던 곡이 바로 줄리 런던의 ‘Cry Me A River'이다. 흑인 재즈가 당연시 되고 또 많았을 당시 줄리 런던의 재즈가 등장했다. 흑인 재즈와는 조금 다른 느낌이지만 통기타와 줄리 런던의 목소리가 어울리면서 호소력 짙은 음악이 탄생했다. 아직 모든 것이 통제되고 다름이 허용되지 않는 영화 속 세상에서 재생되는 이 노래는 영화 내용과 대비되는 효과를 만들어 냈다.


  대망의 날 이브 저녁에 ‘V'를 찾은 이비. 이비와 ’V'는 주크박스에서 흘러나오는 캣 파워의 ‘I found a reason' 음악에 맞춰 함께 춤을 춘다. 다소 슬프게 들리는 이 음악은 마치 이비와 ’V‘의 이별을 예고하는 듯하다. 차이코프스키와 줄리 런던 음악에 이어 사람들이 많이 찾는 곡이 되었다.


  나탈리 포트만, 휴고 위빙이라는 유명한 배우들이 멋진 대사를 연기하는 장면, 클래식 음악이 흘러나오는 장면들은 모두 명장면으로 꼽힌다. 영화를 보며 자신만의 명장면을 뽑는 것도 하나의 관람 묘미다.


영화의 또 다른 재미, 상징에 부여된 의미 찾기
 
 이 영화에는 유독 상징성이 두드러진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바로 가이 포크스의 가면이다. 1608년, 실제 의사당을 폭발하려 했던 가이 포크스를 ‘V'가 사용함으로써 직접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의지를 보여줬다. 가이 포크스 마스크는 영화를 보지 않은 사람도 쉽게 알아볼 수 있는데, 이는 요즘에도 해외 시위단체들이 쓰기도 하고 국제 해커집단인 ’어나니머스(anonymous)'가 심벌로 사용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가이 포크스 가면으로 정체성을 가릴 수 있다. 그러나 마지막에 이비가 말한 것처럼 가이 포크스는 우리의 아버지, 어머니, 형제, 친구가 될 수 있으며 네가 될 수 있고 내가 될 수 있는, 누구나 정의를 구현할 수 있는 존재로 자리 잡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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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원: Anonymous Global 

   또 다른 상징은 바로 법원 및 의사당의 폭발장면이다. 영화 중 이비는 V에게 의사당을 폭발하면 정말 세상을 바꿀 수 있냐고 질문한다. 이에 ‘V’는 확실하지 않지만 기회는 있을 수 있다고 답한다. 의사당은 그냥 건물이 아닌 국가를 대표하는 곳이다. 국민은 의사당에 이러한 의미와 권위를 부여했으며 이에 국민이 같은 마음으로 의사당을 무너트리면 세상을 바꿀 수 있다는 것이다. 실제 영화에서도 초반에 ‘V’가 법원을 무너트린 후 사람들이 점차 정부에 의구심을 갖고 세상에 관심 갖기 시작했다. 그리고 의사당을 폭발하기 전, 모든 사람들은 ‘V’의 의상을 입고 광장에 모여 세상이 바뀌길 함께 기원하고 바뀐 세상을 기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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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원: Reddit 

  마지막 상징은 스칼렛 장미이다. ‘V’가 자신을 괴물로 만든 사람들을 살해한 후 범죄 현장에 남기는 장미로 영화 속 세상에서는 더 이상 볼 수 없는 멸종된 종이다. ‘V’는 이렇게 희소성이 높은 장미를 이용하여 구원자가 없는 세상에서 자신이 정의를 구현했다는 증거를 남겼다. 스칼렛 장미는 이후 국회 의사당을 폭발시킬 때 ‘V'와 함께 다수로 다시 등장하는데 이는 한 남자의 복수에서 국가 전체 시스템에 대한 복수로 넘어가 정의 실현을 완료했음을 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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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원: Moviepilot 

  영화 제목에 들어간 ’Vendetta'는 피의 복수라는 뜻이다. 실제 ‘V'는 폭력적으로 자신의 복수를 진행했으며 살인과 테러 또한 서슴지 않았다. 하지만 마지막 목표인 의사당 폭발에서는 자신이 직접 나서지 않았다. 그는 자신이 아닌 다음 세상을 살아갈 이비에게 그 선택권을 주었고 그는 그 자체로 정의가 되어 스칼렛 장미와 함께 의사당으로 향하고 만다. 개인의 복수만을 위해 기계처럼 살아왔던 그는 이비를 통해 희망을 발견했고 사랑을 느꼈으며 사람들의 희생, 그리고 그 숭고함을 볼 수 있었다. 국가를 상대로 진실을 밝히고 정의를 실현하고자 하는 그의 목표가 스칼렛 장미, 즉 희망, 사랑의 등장과 함께 달성된 것이다.

 ‘브이 포 벤데타’와 현재 우리나라 시국과는 당연히 차이가 있다. 일단 폭력과 테러가 현실에서는 이루어지지 않았다. 하지만 각각 다른 삶들이 하나의 목표인 정의 구현, 더 나은 세상을 위해 모이고 있는 장면은 매우 동일하다고 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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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원: IMDB 

  어쩌다 이 지경이 되었을까, 가장 큰 책임은 정부에 있고 그 다음으로는 그것을 방관한 우리에게 있다고 'V‘가 외쳤다. 현재 우리는 다양한 우리만의 방법으로 세상에 관심을 갖고 우리의 신념과 희망을 회복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2017년 한 해 동안 영화 속 국민들처럼 우리 모두 가이 포크스의 가면을 벗고 ’우리나라‘를 만들어 갈 모습을 기대해 본다.



- 예고편 -




[김민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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