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계보를 벗어난 박쥐 양산을 위한 글 [시각예술]
Kevin Jerome Everson
글 입력 2017.02.20 0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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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빈 제롬 에버슨(Kevin Jerome Everson)_. 그를 알고 나서 든 첫 단어는 애매모호하다-였다. 어감이 마냥 기분 좋은 단어는 아니지만, 그를 표현하는 것에 있어서는 일말의 악의 없는 ‘애매모호’함이다. 자기피하의 시대, 말을 잘하는 사람이란 토론에서 상대방이 할 말이 없게 압박하는 것으로 정의되는 사회다 보니 신중한 사람은 선택장애가 있는 사람, 회색분자란 비겁한 자들로서 분류되고 있다. 회색분자를 우화 속 박쥐에 비유해 욕하는 요즘(사실 회색분자가 절대 우화 속 박쥐로 분류되어선 안 되지만, 어쩐지 ‘비겁함’이란 공통분모가 있다며 함께 분류시키는 경우가 많다.)이미 낯익은 레퍼런스에서 벗어나 애매모호함을 적극 활용한 새 언어(삶의 양식)를 제시하는 그를 만나고 그의 작품관, 인생관에 반했다. 그리고 실험영화를 처음 접하는 사람, 혹은 전혀 관심이 없는 사람, 아니면 흥미는 있지만 어려워하는 모두에게 그에 대한 가볍고 극히 주관적인 이야기들로 더 많은 박쥐들을 양산하려 한다.Gesture & Story조각, 작품, 퍼포먼스 각종 장르를 거쳐 현재 영화에 머무르고 있는 그는 각종 인터뷰에서 “나는 다큐멘터리 감독도 아니고, 다른 무엇도 아닌 예술가다”라고 말하는 만큼 흑인인 그가 흑인영화를 제작한다고 해서 그게 흑인을 백인에 대항하는 영웅화 혹은 피해자로서의 프레임을 주려 한다고 해석해선 안 된다. 오히려 그들은 평소 자신들이 해오던 일을 무던히 반복하고, Park Lanes에서는 장장8시간을 통해 더 매력적으로 알려준다.park lanes trailer이 부분을 잘 못 이해하면 그가 그저 인종에 대한 이야기만을 반복하고 있다고 보일 수 있지만, 단순 인종차별로 그가 하고 있는 일을 국한시키기엔 그의 도전은 너무 거대하다. 자그마치 그는 새로운 언어를 만들고 있다고 생각한다. 국립현대미술관 MMCA 마스터 클래스에서 관객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반복적인 제스처와 내러티브 혹은 스토리에 대해 open ending을 이야기한다. 예를 들어 “고양이가 담요에 누워있다.”와 “고양이가 강아지의 담요에 누워 있다.”는 단어 하나의 차이로 많은 서사적 차이가 발생한다. 작가는 그 중간지점에 머무를 수 있기를 바란다. 하지만 관객에게 너무 큰 자유로 관객을 방임시키던지 너무 디테일한 설명으로 상상을 막아버리는 태도를 취하지 않는다. 또 다른 예로 “주먹을 쥐다.”라는 문구를 던져주는 것이 <때리는 행동>으로 유도하는 어설픈 오픈 엔딩이 아닌, 같은 말이지만 주먹을 쥐는 제스처를 반복적으로 노출시키는 것이 폭력 이외의 다양한 서사를 제공하는 것. 그가 Gesture을 강조하는 작품을 찍는 부분이 여기에 있다고 생각한다."Erie" promo무엇보다도 중요한 건 그가 보여주는 이 제스처가 기존의 레퍼런스에서 벗어난 다른 내러티브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 Ten Five in the Grass >에선 반복적으로 일을 하는 흑인 투우사가 등장한다. 그들은 아무 말 없이 아주 능숙하게 일을 할 뿐이지만, 그 행위 자체로도 투우사=백인 이라는 의식하지 못한 오류를 인식시키고 우리는 그 새로운 언어를 뇌리에 박게 된다.창작자들은 누구나 자신만의 미학을 바라고 그 맛을 작품 언어로 녹여 관객을 스스로의 세계관으로 초대하고 있다. 그게 작가에게 있어선 흑인적인 미학이자 언어이고, 배기팬츠, 힙합은 흑인의 산물로 여겨지는 것처럼 계속해서 스스로의 언어(산물)를 만들고 있을 뿐이라고 한다. 단, 앞서 말했듯이 그 언어의 요점은 Gesture을 기반으로 한 기존 레퍼런스 탈피에 있다고 본다.개인적으로 그의 말 중에 편견에 대한 이야기를 좋아한다. “절대 완벽하진 않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는 인종차별에 대한 문제가 과거에 비해 환기되었다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계속해서 흑인을 작품의 주제로 가져오는 것에는 혹시 다른 이유가 있느냐-”라는 질문에 대해 현재 논란이 되고 있는 다양한 사회적 문제들이란 과거엔 전설처럼 구전되어오던 것들이 기술 발전으로 다양한 증거를 쥐고 지도층들을 위협하고 있기 때문이고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이 행위를 계속해야 한다― 라고 답변했다. 그리고 낯익은 레퍼런스에 속하지 않는 것, 심지어 사회 대항적인 태도도 완벽히 취하지 않는 애매모호함으로 사회적 긴장상태를 유지해야 함을 강조한다. 그렇기에 난 그가 자신을 예술적 계보에 넣는 것을 꺼려하는 것도(스스로는 꺼리는 것은 아니라고 했지만 난 분명히 어느 정도 꺼려하고 있다고 느껴졌다) 충분히 존중하고 오늘부터 스스로 신중하고 애매모호한 사람임에 자부심을 가지고 비슷한 박쥐 인들을 양산해 사회를 긴장시켜 볼까 싶다.케빈 제롬 에버슨출생: 1965년 2월 1일 (52세), 미국 오하이오 주 맨스필드학력: 오하이오 대학교 (–1990년)영화: 센츄리수상: 구겐하임 펠로십 예술, 미국 & 캐나다[김경진 에디터]<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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