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아쉬웠던 무속신앙의 재현 - 연극 ‘동이’

글 입력 2017.02.20 02:03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2017-01-23 23;47;51.PNG
 

 푸른빛의 조명이 내린 무대에는 무당의 옷을 입은 사람이 앉아 있었다.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떤 표정인지 모르겠는 그 순간이 신의 길을 가는 남자, 연극 ‘동이’의 시작이었다.



<시놉시스>

누구보다 평범하게 살고 싶었던 동이.
고약한 신의 부름은 그의 삶을 송두리째 흔들어 놓는다.

신을 모시는 할머니를 둔 동이.
대물림 되는 무당의 팔자를 거부한 동이의 엄마 미란은 신병으로 제정신이 아니다.
그 탓에 동이의 가족은 점점 웃음을 잃어가고..
동이의 아버지 철구가 목숨을 잃는다.

그리고, 단 한번 사랑했던 여인 선영의 죽음까지 지켜볼 수밖에 없는 동이.
결국 신의 부름에 답하기로 결심하고, 내림굿을 받기로 한다.

박수무당 박선생을 중심으로 거나한 굿판이 벌어지고,
누구보다 무거운 삶을 살았던 동이는 서슬 퍼런 작두날 위에 발을 올린다.

“서러움 속에 피는 꽃이 무당의 팔자거늘...
이왕 피는 거 원 없이 피우다 가자꾸나!”



 무당 임덕영은 “우리 토속신앙이 이상한 것이 아니라는 것을 말해주고 싶다”라며 ‘동이’의 기획의도를 밝혔다. 결론적으로 연극은 그 의도를 이루지 못했다. 우선 내가 기대했던 이유는 실제 무당이 썼기 때문이었다. 그것은 양날의 검과 같아 잘 다듬어지지 않았을지언정 진짜 무당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가 나올 것이라 기대했다. 잘 다듬어지지 않았을 거라는 예상은 맞았고, 진짜 무당만이 할 수 있는 이야기는 나오지 못했다.

 사실, 무속신앙을 주제로 한 다른 장르의 이야기들이 많았기 때문에 신내림을 거부했을 때 겪게 되는 불행, 운명을 거부하지 못하고 작두로 올라가는 무당 등의 서사에 관객들은 너무 익숙해졌다. ‘동이’의 주인공 동이의 신병, 신내림을 거부하자 죽은 여자친구, 마침내 운명을 따르게 되는 내림굿판. 전형적인 무속신앙과 관련한 기존 서사와 다를 것이 없었기에 기대에는 미치지 못했다. 그런 상황에서 다듬어지지 않은 연극의 진행은 실망을 배가시켰다. 내림굿을 받기 전의 상황과 내림굿을 준비하는 날의 상황이 교차되는 구성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강조를 하려는 굿판의 상황을 위해 많은 것이 생략되었고, 관객이 충분히 공감하지 못한 감정의 흐름은 눈물을 강요하는 신파의 일종으로 보였다. 이모와 엄마의 호연은 그런 분위기를 고조시켰다. 극의 후반부는 동이가 내림굿을 받는 굿판의 상황에 맞춰진다. 음악에 맞춰 뛰고, 방울과 부채를 찾고, 마침내 작두에 오른다. 무속신앙과 관련한 몇 작품만 보아도 충분히 알 수 있는 순서를 그저 재현하는 데 그친 굿판은 관객의 흥미와 공감을 끌기에 부족했다. 처음에는 실패하고, 신어머니 같은 스승에게 호통을 들은 후 더 잘하게 되어 신을 모시게 된다. 굿을 하는 과정 내내 이런 패턴이 반복되다 보니 어떻게 진행될지에 대한 궁금증이 일지 않았다.


KakaoTalk_20170220_020230670.jpg

 
  첫 장면이나, 여자 친구가 죽은 장면에서의 살풀이를 연상시키는 장면처럼 괜찮았던 장면들도 일부 있었다. 그러나 토속신앙과 무당에 대한 오해를 풀고 싶다는 기획 의도는 다듬어지지 않은 연극 안에 담기지 못했다. 강조하려는 굿판은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지 알 수 없었고, 배우들의 호연은 공감이 아닌 눈물을 강요하는 신파의 일종으로 극을 이끌었다. 연극 안에서 굿판을 어정쩡하게 재현하는 것이 무슨 의미가 있을까 싶다. 연민에 의한 편견 극복이 아니라, 공감에 의한 이해를 바랐다면 이런 과정이 아니라 무당이 된 후의 모습을 극에 담아내는 것이 오히려 나았을 것이라 생각한다.


웹상세페이지_700.jpg
 

[김마루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3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