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만지고 싶어 죽겠어, 너를 내 품에 꼭 안아보고 싶어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2.17 0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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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4년 4월 16일, 잊을 수 없는 그날의 기억.

  고등학교 2학년에 재학 중이던 나는 어느 동네 카페에 앉아 정신없이 문제집을 넘기고 있었다. 4월, 한창 중간고사를 준비해야 할 시기였다. 시끄러운 카페에서 집중을 하기위해 낀 이어폰이 귀를 아프게 할 때 즈음 귀에서 이어폰을 슬쩍 빼냈다. 귀가 해방을 맞이한 것처럼 시원했다. 앞에 놓인 달콤한 음료를 먹으며 행복해했다.

  그때 옆에서 두 명의 여학생의 대화가 귀에 들려왔다. “배가 바다에 잠겼대.” “그럼 안에 있던 학생들은 어떻게 되는거야?” “아직 구조 못하고 있나봐. 어떡해.” 뭐지. 아무 생각 없었다. 그저 사고가 났나보다. 구조작업 하면 다 살 수 있는 것 아닌가. 며칠 남지 않은 시험 준비에 집중해야겠다고 생각하며 다시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사랑하는 사람을 떠나보낸 이들은 어떤 마음으로 3년이 다 되가는 시간을 걸어왔을까. 우리는 이제 그만 ‘정치적’인 시선을 거두고 바라봐야 한다. 소중한 사람을 떠나보낸 일은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다. 내 사람을 잃는 일은 누구나 마음이 아프듯이, 순수한 마음으로 2014년 4월 16일을 기억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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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가운 바다 속으로 한 배가 가라앉은 그날 소중한 아이들을 잃어버린 부모님들은 뜨개질을 하기 시작했다. 직조예술가 정은실과 슬픔을 안고있는 세월호 유가족 어머니들은 그동안 함께 걸어준 사람들에게 고마움의 인사를 표현하기 위해, 이 날을 잊지 않기 위해 전시를 열기로 하였다. 1000일이 넘은 시간 동안 그들의 시간들을 고스란히 느낄 수 있는 전시 <세월호 엄마들의 뜨개전시>가 2월 11일부터 19일까지 서울시청 시민청 갤러리에서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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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시는 <이웃>, <엄마와의 대화>, <기도하는 마루>, <시간 그리움>, <시간과 시간 사이>, <그 사람에게>, <봄소풍>, <치유밥상> 총 8개의 소주제로 나누어져있다. 관객과 아이들의 어머니들 사이의 공감에 더해 고마움을 전하는 전시인 만큼 뜨개질 작품과 함께 걸린 편지를 읽는 것이 마음에 먹먹함이 올라온다. 항상 유가족들의 편에 선 개그맨 김제동씨, 뉴스가 마칠 때마다 위로의 말을 전했던 앵커 손석희씨, 4월 16일과 관련된 작품을 만들어준 예술가들에게 쓰는 유가족들의 감사편지는 그 앞에 가만히 서서 천천히 글자를 읽도록 만든다. 그들 사이의 고마운 감정이 앞에 선 나에게까지 전해와 슬픔에 이어 따뜻한 온도를 느낀다.



  모둔 것이 무(無)로 돌아갔던 그해에, 그 어떤 것도 시작해볼 엄두가 나지 않았던 그해에, 옆도 뒤도 돌아보기 무서웠던 그해에 뜨개바늘을 잡고 직진만 했습니다. 아이를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겠기에 뜨개바늘을 들었습니다.

  몸과 마음이 부서질 것처럼 아팠지만 멈출 수 없었습니다. 그리운 아이의 살갗을 만지듯 뜨개실을 어루만지며 한 코 한 코에 아이의 이름을 새겼습니다. 아이의 이름을 수만번씩 부르며 한 코 한 코 기도를 엮었습니다. 아이가 있는 곳은 이 뜨개실처럼 따뜻한 곳이기를, 이 간절한 기도가 더 이상 억울한 사람이 없는 세상을 만들어내기를 빌고 또 빌었습니다. 무채색에서 다양한 색깔의 실을 고를 수 있게 되기까지 엄마들에게선 수많은 마음들이 오갔습니다. 분노와 슬픔이 그리움에게 조금씩 자리를 내주자, 그리움은 또 따뜻한 기억들을 불러왔습니다. 고마운 사람들도 떠올랐습니다.

  솜씨는 없습니다. 아직도 마음속에서 거세게 소용돌이치고 있는 그리움을 나누고 싶어서, 지금껏 함께해준 분들께 고마운 마음을 따뜻하게 전하고 싶어서 마련한 전시입니다. 곳곳에서 함께해준 마음들이 있어 다시 한 번 힘을 내 그 마음들에 말을 걸어봅니다.

전시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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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모가 되어보지 않으면 부모의 마음을 알 수 없다는 말이 있다. 아직 난 누군가의 부모가 되기에 준비되지 않은 나이임에도 울컥하는 마음을 멈출 수 없었다. “너는 내가 보고 싶지 않았으면 좋겠어. 그게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너 만나는 그날까지 잘 지내볼게.” 전시장의 벽면에 적힌 세월호 유가족들의 진심어린 문장이다. 이 문장을 보고 눈물을 흘리지 않을 사람이 몇이나 될까. 사랑하는 누군가를 잃는다는 일은 비판받아야 할 일이 아님에도 우리는 어떤 시선으로 그날의 일을 바라보고 있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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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이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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