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슬럼프에 빠져있을 때, 용기와 여유를 배달해주는 마녀 배달부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2.11 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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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방지축이고 때로는 차가운 듯 새침하지만 결코 미워할 수 없는 열정 가득 사랑스러운 배달부가 있다. 시간이 꽤 지나 촌스럽고 뻔해 보이는 옛날이야기 같지만, 깊이 생각해보니 오늘날 우리와 그다지 다를 것이 없는 꼬마 마녀의 성장기를 지켜보았다.



시놉시스

초보 마녀의 특별한 모험이 시작된다!!
주인공 키키는 마녀의 딸로, 인간인 오키노 아빠와 마녀인 고키리 엄마 사이에 태어났다. 13살이 되던 만월의 어느 밤 검은 고양이인 지지와 함께 집을 나와 마녀 수업을 떠난다. 평소 바다를 동경하던 키키는 바다에 떠있는 커다란 마을에 정착하게 되고, 그 곳에서 갑자기 도로에 뛰어들게 되어 경찰에게 잡히지만 톰보라는 친구를 만나 도망을 치게 된다. 키키는 빵가게 앞을 지나가다 마음씨 좋은 아주머니를 만나게 되고 그 빵집에서 첫 배달이 시작된다. 어느 날 비행선 사고가 일어나는데, 거기에 톰보가 포함되어있다는 것을 알고 급히 현장으로 가게 되고, 청소부의 대걸레를 빌려 마법을 사용, 톰보를 구출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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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인공인 꼬마 마녀 키키는 13살이 되었다. 마녀는 13살이 되면 독립하여 다른 마을에서 1년 동안 지내며 수련을 해야 한다. 영화는 키키가 마녀들의 전통에 따라 수련을 떠나기로 결정하면서 시작한다. 키키보다 나이가 많은 나도 독립할 생각을 하면 두려움이 앞서건만, 키키는 그런 마음보다는 설렘과 두근거림이 더 큰 것처럼 보인다. 그녀는 정착할 마을을 찾다가 시계탑과 바다가 멋진 큰 도시에서 빗자루를 멈추지만 그 마을의 첫 인상은 그녀가 생각했던 것만큼 따스하고 정겹지는 않았다. 사람들은 키키에게 큰 관심이 없는 듯 하고, 그나마 그녀에게 관심을 보이는 이는 한량마냥 능글능글한 소년 뿐. 그녀의 수련은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다. 그녀가 우연히 자신의 특기를 살려 마을을 도울 방법을 찾아 홀로 서는 삶에 익숙해지고 새로운 둥지에 적응하게 될 무렵, 그녀는 마법을 잃는 또 다른 어려움과 대면하게 된다. 이렇듯 롤러코스터와 같이 오르락내리락하는 그녀의 수련 과정에서 만나는 사람들, 또 변화하는 그녀의 상황과 마음을 통해서 우리는 어린 시절에서 어른으로 향하는, 혹은 어른 이후에도 계속해서 변화하는 사이의 자신을 다시 만나게 된다. 키키는 우리 모두의 모습인 것이다.
 
  내가 키키를 보면서 이 캐릭터가 정말 ‘사춘기 소녀, 성장하고 있는 어린 이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는구나’ 싶었던 가장 큰 이유는 그녀가 꿈꾸고 동경하는 대상들이었다. 그녀는 마을 곳곳에서 보이는 쇼윈도 안의 빛나는 구두와 또래의 소녀들이 입는 옷들, 그리고 그들의 파티를 보고 생각하며 부러운 시선을 던진다. 키키는 그럼에도 자신이 마녀이기 때문에 자신에게 더 중요하고 더 먼저여야 하는 것이 무엇인지 잘 알고 있는 듯하다. 그녀는 한 없이 부러운 마음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자기 마음대로 동경하는 대상 속에서 허우적대는 모습은 보여주지 않는다. 그런 모습 대신에 그녀는 자신의 일(배달)에 최선을 다하며, 자신의 일이 아니라도 다른 사람을 생각하는 마음으로 힘을 다해 돕는다. 나는 아무리 키키가 속상한 마음에 톰보에게 심술궂게 굴고, 속앓이를 하고 있어도 그녀의 본분과 친절한 마음씨를 잊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 모습이 성숙하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흔히 말하는 성장통이라는 것에는 이런 모습도 포함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들었다.
 
  키키가 마을에서 만난 사람들은 모두 그녀의 수련과 성장에 큰 영향을 미쳤다. 가장 큰 존재감을 나타내는 다음 3명은 때때로 소극적이고 또는 의기소침한 모습의 키키에게 항상 웃음과 친절함으로 다가와준 인물들이다.

  가장 먼저 빵집을 운영하며 키키에게 숙식을 제공하고 그녀가 배달 일을 할 수 있도록 기회를 제공하는 오소노 아주머니가 있다. 그녀는 호방하고 털털한 성격으로 키키에게 필요한 것들을 흔쾌히 내어준다. 그녀는 키키가 어떤 문제에 다다랐을 때 그것을 해결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제공해주면서 무언가 막힌 듯 답답했던 키키의 마음을 시원하게 뚫어주는 존재이다. 그녀가 키키에게 배달 일을 하게 하긴 하지만, 그녀가 키키에게 제공하는 모든 물질적, 정신적 지원은 그저 그녀가 키키를 마음에 들어 했기 때문에, 어린 소녀가 가진 열정과 그로부터 나오는 사랑스러운 기운을 느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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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다음으로 키키처럼 비행에 큰 애정을 가진 소년, 톰보가 있다. 그는 쾌활하고 낯가림 없는 성격으로 키키가 빗자루를 타고 마을에 온 것을 보고 큰 관심과 호기심을 거리낌 없이 표현한다. 그를 보고 있으면 개방적인 그의 태도에 한량 같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키키도 처음에는 한 없이 가벼워보이는 그에게 쌀쌀맞고 새침하게 굴었지만, 사실 그는 자신이 좋아하는 대상에 열정을 쏟아 붓는 데에는 한 없이 진지한 소년이다. 나는 이처럼 하늘을 자유롭게 나는 ‘비행’에 큰 동경을 가진 톰보 덕분에 키키가 자신의 비행에 자신감을 가지게 되었다는 생각을 했다. 키키에게 있어 비행은 아무 생각 없이 해도 될 만큼 쉬운 것이지만 누군가는 그것을 동경하고 있었으니까. 항상 톰보 주변의 친구들과 파티 등을 동경해온 키키로서는 그 사실 자체만으로도 대단한 위로가 되었을 거라고 생각한다. 그는 키키가 마법을 잃고 낙담해 있을 때 다시 마법을 되찾는 계기가 된다. 그에게서 얻은 위로와 친절, 용기는 키키에게 있어 톰보를 소중한 사람으로 만들기에 충분했고, 바로 그 마음이 그녀가 다시 마법을 되찾을 수 있도록 도와준 것이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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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지막으로 그녀의 성장에 가장 큰 공로자라고 볼 수 있는 화가 우슐라가 있다. 그녀는 숲 속 오두막에서 작업을 하는 화가로, 키키가 마음을 트고 어려움을 털어놓을 수 있는 친구가 된다. 그림이 그려지지 않으면 어떻게 하냐는 키키의 질문에, 그녀는 ‘그리고 또 그려대! 그래도 잘 되지 않으면, 그리는 걸 관두지. 산책을 하거나 경치를 구경하거나, 낮잠을 자거나, 아무것도 안 해. 그러는 동안 갑자기 그려지고 싶어지는 거야.’라고 이야기한다. 사실 키키는 마을에 정착한 이후 한 번도 일을 쉬어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없었다. 그녀는 일이 없을 때에는 지루해하고 심심해했다. 나는 그런 마음이 키키에게 초조로 다가와 가장 자신 있는 비행에도 부담이 되었던 것은 아닐까 하고 생각했다. 그런 그녀에게, 그리고 우리에게, 우슐라는 자신의 일을 좋아할수록 그것에 매여 있기보다는 여유로운 마음을 가져야한다는 것을 알려준다. 사실 우슐라가 키키에게 슬럼프를 극복하는 자신의 방법을 알려주는 장면은 짧고 짧은 대화 몇 마디이지만 그 속에 이 영화의 주제라고도 할 수 있는 ‘성장통을 극복하는 법’이 잘 나타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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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키키는 우리 모두의 모습이라고 이야기했다. 키키의 오르락내리락하는 성장기는 우리 모두의 과거, 현재, 혹은 미래의 모습을 담고 있다. 성장이란 단지 어린 소년 소녀들만의 이야기가 아닌, 모든 삶의 모습을 이야기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짧고 조금은 급한 듯 마무리가 후닥닥 이루어진 전개였지만 내용에 몰입이 되고 공감이 되었다. 매 순간 성장하는 우리에게 성장통은 언제든 불쑥 찾아올지 모른다. 마녀 배달부 키키가 그 날의 우리들에게 용기와 여유를 배달해주기를.


[정다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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