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안에서
몇 십년을 산 나에게, 여러 이유로 외국의 여러 박물관 혹은 미술관에 직접 가서 교과서에서나 나올 법한
거장들의 작품 실물을 볼 일이 몇이나 있을까. 문화 예술 안에서 직업을 가지면 언젠가 반드시 그런 경험을
하겠지만, 당장에 할 일들도 많고 여유가 없기에 잠시 미루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 대신 나는
국내에서 펼쳐지는 미술계 거장들의 전시회를 보면서 마음을 달래고, 조금이나마 위안을 받는 것을 즐기는데, 이번 전시 또한 그랬다.
이번 문화 초대를
통해 나는 헬로 뮤지엄에서 열리는 <헬로, 미켈란젤로
展> 에서, 미술을 전공하는 사람이 아니라도 다비드
상, 천지창조, 피에타 등의 작품으로 너무나도 유명한, 유명하다는 말로도 모자랄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을 국내에서 색다른 모습으로 볼 수 있었다.
이번 전시 또한 <반 고흐 : 10년의 기록 展>과 <헤세와
그림들 展>을 준비한 본 다빈치 팀의 새로운 전시이기에,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을 거대한 공간 안에 재해석된 영상과 음향, 설치물을 통해 볼 수 있었는데, 내가 저번 헤세 전을 보면서 느꼈던 것과 마찬가지로 진품을 쉽게 볼 수 없기에 느꼈던 아쉬움을 색다른 모습을
통해 달랠 수 있어 신선했다. 만약 이 전시 속 작품들이 (개인적으로
구글 검색을 통해 보는 이미지와 다름 없이) 단순히 모니터를 통해 나열되는 이미지를 보는 것만 있었더라면
불만족스러운 전시가 됐겠지만, 작품 속의 이미지를 재해석해 새로운 영상 작업으로 표현한 것 뿐만이 아닌, 그 영상을 재생하는 공간의 전체적인 디자인 또한 세세하게 몰입을 도와주는 점이 흥미로웠다.

사실 <헤세와 그림들 展> 보다 몰입을 더 잘 할 수 있었다. 단순히 진품을 벽에 걸어두는
것과 동선을 짜는 것 이외의 극적인 연출에 제한이 있는 다른 전시와는 달리, 영상과 음향, 공간 구성을 통해 극적으로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을 총 동원하여 관객으로 하여금 몰입을 잘 할 수 있도록 고심했다는
느낌을 받았다. 이것이 사실 실제로 압도되는 ‘스케일’이 큰 작품들을 많이 제작한 미켈란젤로의 작품들이 주제였기에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확실한 것은 거대한 작품과 상응하는 거대한 공간 구성이 전체적으로 잘 어울렸고 그만큼 압도되는 느낌 또한 많이
받았다는 것이다.
그 몰입의 절정은 단연 미켈란젤로의 천지창조와 최후의 심판을 전시한 두 공간에서 느낄 수 있었는데, 그 두 작품의 명성에 걸맞게 고심한 흔적이 느껴졌다. 거대한 시스티나
성당을 연상시키는 공간과 천장에 펼쳐지는 천지창조 영상, 그리고 최후의 심판을 오롯이 느낄 수 있게
디자인한 공간이 상당히 인상 깊었다.

사실 이런 영상 미디어 전시에 익숙하지 않은 내가 가졌던 선입견이기도 하지만, 나는 단순히 이번 전시가 SNS에 올리기 쉽게 기획된 (사진 인증을 하기에 걸맞은 몇 몇의 전시와 다름 없는) 전시가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전시를 보고 있자니 이번 전시는 ‘미켈란젤로를
통해 느끼는 휴식’이라는 큰 주제와 벗어나지도 않았으며 의외로 깊은 이해와 고찰을 요구하는 전시였음을
알게 됐다. 미켈란젤로에 대해서 서술한 텍스트와 어떤 식으로 휴식을 취할 수 있을지 써 놓은 텍스트
하나 하나도 신경 써서 준비한 듯한 느낌이 들었다.
본 다빈치 팀의 다음 전시는 어떤 것이 될지 기대된다. 미술관 안의
화이트 큐브 속에서 벽에 걸린 작품을 보는 것만이 미술 감상의 전부였지만 이제는 그것이 전부가 될 수 없다. 시대에
맞춰 미술관 또한 바뀌고 있다. 이번 전시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고 다음에 펼쳐질 전시들 또한 그럴 것이다. 그러한 변화의 흐름에 맞춰 나 또한 기대하는 마음으로 기다릴 것이다.


헬로, 미켈란젤로 Hello, Michelangelo 展
2017년 1월 26일 ~ OPEN RUN
헬로 뮤지엄 (능동어린이회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