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순간] 불안을 자처한 삶

글 입력 2017.02.09 14: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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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근에 <말하는 대로>라는 TV프로그램에서
사회학자 오찬호 씨가 이렇게 말했다.

 "
은 사회는
대단한 결심 없이 평범하게 살아도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이
보장되는 사회에요.
"

 구구절절 내가 하고 싶은 말들이어서
어찌나 공감하며 봤는지 모른다.


 나는 작가로 살기를 선택했다. 나 자신에게 '작가로서 성공하고 싶은가?'에 대해 물어봤을 때, '그렇기도 하고 아니기도 해'라고 대답한다. 왜냐하면 내 꿈은 성공한 작가, 유명한 작가가 아니라 평범하고 행복하게, 사랑하며 정의롭게 사는 것이니까. 물론 그 삶에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성공까지 한다면 금상첨화겠지만 그것 자체가 내 삶의 목적은 아니라는 거다.

 다른 말로 표현하면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장받으며 가장 인간답게 사는 것이 내 꿈이다. 그런데 난들 알았나 이 사회에서 인간답게 사는 게 가장 어려운 일일 줄이야. 인간이기를, 나답기를 포기해야 소위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을 줄이야... 그러니 어찌 보면 나는 가장 어려운 삶을 선택한 것일지도 모른다. 기업에 들어가 안정적인 급여를 받는 게 꿈이었으면 내 삶이 조금 편했을까.

 거의 매일 질문을 던진다. 내가 잘 살고 있는 걸까. 이렇게 살아도 괜찮은 걸까. 내 미래는 어떨까. 단지 살고 싶은 삶을 선택했다는 이유로 매일 이런 질문을 던져야 한다.
 이렇게 끊임없이 불안해야 함에도 내가 굳이 이 삶을 자처한 이유는 사회를 향해 '너희가 정해놓은 틀대로 살지 않겠다', '사람이 이렇게도 살아도 행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기 때문이다. 친구는 나를 보며 조용히 있다가 세상을 향해 펀치를 날렸다고 표현했었다. 이 친구처럼 주변 지인들은 나에게 대단하다, 멋있다는 말을 종종 한다. 하지만 버티기 어려운 건 사실이다. 늘 불안과 싸워야 하니까. 짓누르는 불안에 몸서리치며 홀로 운 적도 있고, 살고 싶지 않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다. 이 사회는 불안과 절망을 조장하고 그렇게 살면 끝내 불행할 거라는 메시지를 끊임없이 보내니까. 나는 어제 불안했고 오늘도 불안하고 아마 내일도 불안할 거다.

 내가 불안에 시달려 내일 포기할지 다음 달에 포기할지 내년에 포기할지 모르지만, 나는 내 불안한 삶을 긍정한다. 세월이 지나 지금을 돌이키며 내가 그때 철없이 허송세월 보냈다 라거나, 이 시간이 의미 없었다고 평가하지 않기로 약속한다.

 불안한 사회를 살아가는 불안한 그대에게 내가 건넬 수 있는 가장 큰 위로는 "혼자 불안해하지 말고 함께 불안해하자"는 말이다. 우리의 불안이 우리로 하여금 연대하게 하고 함께 이의를 제기하게 하고 불만을 말하게 하면서 이 사회가 아주 천천히 조금 더 정의롭게 바뀔 거라 믿는다.


그러니 그대 불안해도 괜찮다.
우리가 함께 불안하니까.
그러니 우리 불안해도 괜찮다.
함께 불안하자.


[장의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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