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아메리카노와 소주에 담긴 추억 [문화전반]

날 사랑했던 두 사람을 기억하며
글 입력 2017.02.03 17: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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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깨비 공유에 대한 여운이 아직 남아 있던 탓일까. 공유하면 떠오르는 커피가 생각났다. 커피프린스 1호점을 시작으로 카누 광고까지 커피 남자인 그. 커피를 선전하는 그의 모습에 아메리카노가 처음 나에게 다가온 순간이 떠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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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에스프레소에 뜨거운 물을 섞어 만드는 아메리카노는 어린 나에게 그저 쓴 음료였다. 믹스커피는 설탕의 달달한 맛 덕분에 마셨지만 아메리카노의 쓴 맛은 거북했다. 2차 세계대전 당시 유럽에 갔던 미군 병사들이 묽은 커피를 즐기던 취향과 나의 취향은 달랐다. 모순적이게 이 글을 쓰는 지금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마시며 쓰고 있다.

 
고등학교 3학년 겨울
 
 아메리카노를 마시라는 여자친구의 권유를 뿌리치고 나는 고구마 라떼 같은 달달한 음료만 찾았다. 그녀의 끈질긴 권유에 아메리카노를 먹은 적은 있지만 그 시간은 그녀와 함께했지만 행복한 순간이 아니였다. 2년간의 달달한 연애가 끝을 맺었을 때도 아메리카노는 썼다. 그 뒤 가끔 카페에서 아메리카노를 시켜놓고 1~2시간 동안 홀짝홀짝 거리며 그 시절을 추억했다. 그 행동은 그 아이가 아닌 순수했던 연애에 대한 향수였다. 그러다 습관이 됐다. 지금은 아메리카노를 물처럼 마신다. 이제 아메리카노를 마셔도 그 아이가 생각나지 않는다. 이제 정말 습관이 됐다. 그 아이 덕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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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이 된 20살

 쓴 맛을 이겨낸 음료를 생각하니 하나 더 떠오르는데 그건 바로 술이다. 술에 대한 첫 기억은 술 마시는 아버지 모습이었다. 어릴 적 아버지는 양주와 소주를 번갈아 마셨다. 시간이 흘러 그의 모습이 나보다 작아졌을 때 그는 양주가 있어도 마시지 않았다. 그렇게 아버지는 소주만 드셨다.
   
 그를 이해하고 싶었다. 그의 잔에 내 손으로 처음으로 술을 따라주던 날 마셨던 술은 지금까지 마셨던 어떤 술보다 썼다. 인상을 찌푸리는 내 모습에 아버지는 남들처럼 그 쓴 맛이 쓰지 않을 때 어른이 되는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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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술이 말하는 어른이 되기 전 그는 나를 떠나갔다. 누군가에게 싫은 기억인 술 마시는 아버지의 모습. 나에게 그 모습은 자식의 방파제가 된 체 혼자 고통을 삭히며 견디는 모습이었다. 삶이 힘들 때 그를 추억하려 술을 찾는 나처럼 아버지를 일찍 여윈 그도 그랬을까. 아들이 아버지를 닮아가듯 나도 그럴까. 아버지와 술 한잔 하고 싶다는 소망을 찾았을까.
 
 
쓴 맛보다는 추억이 흐르는 음료
 
 커피와 술은 나에게 미각의 씁쓸함보다 누군가의 추억이 담긴 음료다. 의식주 중 하나인 식에 담겨있는 추억. 하나의 음식에 많은 유래가 담겨 있다. 그 유래를 넘어 음식에 자신의 인생에 새로운 추억을 담으면 그 음식은 변한다. 하나의 추억이, 문화가, 예술이 된다.

 
커피와 술이 준 추억의 대상은 날 떠났지만, 그 순간은 아직 살아있다.



이종국_에디터9기.jpg
 

[이종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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