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차(茶)를 즐기는 또다른 방법, 다기(茶器)를 보다 [문화 전반]

글 입력 2017.01.31 2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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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에 들어와 낯선 것이 되어가는 문화 중 하나를 고르라면 다도(茶道)를 말하겠습니다. 다시말해 차(茶)문화이지요. 요즘에야 차가 뜨거운 물에 티백을 담갔다 빼기만 하면 되는 것으로 바뀌었지만 예전의 차는 정성의 산물이었습니다. 차를 달이고 담아내 누군가에게 드리는 과정 전체가 ‘차를 마신다’는 행위의 일부였지요.

다도를 통해 좋은 차를 대접하는 건 주인의 품격을 평가하는 요소이기도 했습니다. 이때 찻잎과 맛도 중요하지만 그 외에 중요시되었던 것 중 하나가 다기(茶器)였습니다. 차를 우려내고 담아내는 도구, 다기가 그냥 주전자와 찻잔만 있었다고 생각하신다면 그것은 오산이라고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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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다기의 종류들


슬쩍 보면 뭐가 이렇게 많나 싶은 다기들이야말로 다도에 담기는 정성스런 마음을 보여주는 다도문화의 핵심입니다. 고아한 다기들을 준비하는 것부터 다도는 시작되지요. 맑은 빛깔의 차들을 담아내는 우아한 다기들을 보는 건 분명한 즐거움으로 작용합니다. 그래서인지 다도문화가 쇠퇴한 지금도 이 다기를 아끼는 사람들은 많은 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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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분청 다관(차주전자)


특히 우리나라에서는 분청다기가 많이 사랑받아 왔지요. 회색을 살짝 띄는 자기인 분청다기는 일반 가정에도 많이 구비되어 있는 편입니다. 심지어 차생활을 하지 않는 집일지라도요. 가만히 분청다기의 은은한 빛깔을 들여다보고 있으면 차분하고 안정된 미감 같은 게 느껴지곤 하는데, 그래서 다기는 선물로도 애용받아 왔기에 그럴 겁니다.

최근에는 분청다기 외에도 차의 빛깔을 그대로 보여주는 유리다기 역시 선호되고 있습니다. 특히 전통적인 다도를 초등학교 예절시간에 얼핏 접했을 뿐인 저같은 사람들은 다도의 절차에서 드러나는 품위보다는 보기에 어여쁜 것들이 더욱 즐겁기 마련이라서요. 유리다기를 통해 들여다 보이는 어여쁜 차의 빛깔이나 화려한 찻잔, 그런 것이 현대 다도의 즐거움 중 큰 부분을 차지한다고 저는 과감히 말씀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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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유리로 된 주전자와 찻잔


사실 전통적인 다도에서 다기는 어여쁨보다 기능이 중요했던 것이 사실입니다. 아무리 보기에 좋은 다기일지라도 차를 제대로 못 우린다면 그것은 쓸모 없는 것이었으니까요. 같은 차라도 어느 다기에 우려내느냐에 따라 차의 맛과 향은 완전히 달라졌고, 그래서 다기의 기능성은 아주 중요했습니다. 그런 의미에서 유리다기는 사실 자기에 비해 나쁜 다기에 속하지요. 차가 가진 성분을 완전히 여과해내지 못하거든요.

그럼에도 요즘 유리다기의 사용은 점점 증가하는 추세입니다. 이것은 그만큼 현대 다도문화가 많이 변화했다는 걸 의미하지요. 유리다기의 사용이 증가했다는 건 현대문화의 가장 큰 요소 중 하나, 편리성을 그대로 보여줍니다. 차가 얼만큼 우러났는지 눈으로 들여다보이는 유리자기는 차를 우릴 때뿐만 아니라 세척 역시 자기보다 편리하니까요. 그러나 유리다기와 함께 전통 다기 역시 여전히 사랑받고 있는 것도 명백합니다. 자기는 유리보다 다루기 어렵고, 무겁고, 심지어 더 비싼데도 말이죠.

편리성은 현대문화를 주름잡는 가장 큰 법칙중 하나입니다. 그런데도 편리하지 못한 전통이 사랑받는 데에는 이유가 있지요. 디지털 시대와 아날로그 시대가 비교당할 때, 각자의 감성이 들먹여질 때 말입니다. 전통에도 현대에도 아름다움은 확실히 존재하지만 그것은 그 종류가 다른 것입니다. 그래서 자기로 된 다기와 유리다기의 공존은 더욱 우리문화를 닮아있습니다. 이 효율성의 시대에서 전통 다기가 살아남은 이유, 그리고 동시에 새로운 종류의 다기가 유행하는 이유. 둘이 다른 매력을 품었기 때문에 말입니다.





이미지 출처

(대표이미지) 월간 전원주택라이프(http://www.countryhome.co.kr/)
(1)네이버 캐스트(http://navercast.naver.com/contents.nhn?rid=173&contents_id=16103)
(2)구산 갤러리(http://e-gusan.com/)
(3)텐바이텐(http://www.10x10.co.kr/)


[서유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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