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공.감.대] 공간01. 프리저브드 플라워, 프리저브드 메모리: 플로렌Floren

글 입력 2017.01.20 0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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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logue


  시간은 금이라는 말이 있다. 그러나 이 격언은 인류 역사 이전 시대부터 지금에 이르기까지 흘러온 기나긴 시간을 통칭하는 의미로 쓰인 것이 아니다. 이때의 ‘시간’이 ‘주어진 내 삶’에 해당한다는 인식이 선행되기 때문에 ‘금’이라는 비유가 합리적인 것이 되는 것이다. 매순간 일분 일초가 단 한번 뿐이기에 복제불가하고 재활용도 가능하지 않은 특별한 자원. 심지어 박제하거나 소유하지도 못하는 자원. 그래서 우리는 하루하루를 알뜰하게 써야한다는 의무감을, 심지어는 두려움을 느낀다. 꽉꽉 채운 하루가 되어야만 통과 받을 수 있는 일종의 테스트를 매일 겪고 있는 셈이다. 통과하지 못한 하루는 버린 날, 다 째버린 날, 잉여적인 날, 무의미한 날로 분류되기 일쑤다. 정말 그럴까?
  한 가지 나만의 변명을 대보자면, ‘삶’을 꼭 시간의 관점으로만 평가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시공간’이라는 용어가 마법 같고 의미 있는 이유다. 존재는 반드시 시간뿐만 아니라 공간이 합쳐진 좌표 위에 놓이기에 공간을 함께 놓고 보아야 설명될 수 있다. 즉, 어떤 비생산적인 순간에도 물리적으로 나는 살아 숨 쉬고 있다는 것이다. 살고 있다!
 
  다행인 것은 점점 장소에 대한 인식이 높아져 강렬한 인상, 좋은 분위기라는 부차적인 가치들이 중요한 위상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점이고, 커피를 마시더라도 이왕이면 인테리어가 감각적인 곳에서 마시고, 책을 사더라도 더 개성적인 이야기가 있는 숨은 책방을 찾는 사람들의 모습을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게 됐다. 미술관, 극장과 같은 전형적인 문화공간을 넘어 ‘일상’ 저변에서부터 점점 ‘공간’의 입지가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제 우리의 삶은 무엇을 하며 어떤 시간을 보냈는지에 관한 것 만큼이나 ‘어디에’ 있었는지를 설명하는 것이 중요해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간 자체의 아우라를 느끼는 감각이 발달하고 있음은 곧, ‘지금의 나’, ‘지금의 너’ ‘지금의 감성’ ‘지금의 대화’와 같은 지금에의 긍정을 낳는다. 매순간만큼 매장소도 금인 것이다.

  이번 연재는 바로 그런 공간들에 대한 주목이다. 내 멋대로의 기준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지만 시선을 잡아끌고 마음이 동하는 어떤 장소라도 기록할 생각이다. 사람들에게 잊지 못할 장소를 내어주고 싶어 공간을 꾸민 이들의 이야기도 함께. 그리고 또 덤으로 부유하고 정신 없는 내 사념들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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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pisode1. 프리저브드 플라워, 프리저브드 메모리: 플로렌Floren.


  꽃, 이라고 했을 때 이벤트용 장미나 길거리의 이름 모를 예쁜 식물 정도로 생각하던 시대는 지났다. 어느 날엔가 SNS를 통해서 여러 색깔의 안개꽃들이 소개되고 유행하기 시작하더니 다양한 매체를 통해 꽃 전문 브랜드가 사람들에게 알려지고 꽃을 잡지 구독하듯 정기적으로 받는 체계가 나타나고 드라이 플라워, 프리저브드 플라워 같은 생화 아닌 새로운 유형의 꽃을 선물하는 날이 왔다.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꽃을 즐기는 문화가 한국에도 점차 정착되어 가는 과정인 것이다.
  이 가운데서 아직 프리저브드 플라워는 생소하게 느껴질 수 있는데 한마디로 말해 생화의 가장 아름다운 상태를 최대한 있는 그대로 유지시켜 만든 꽃으로, 드라이 플라워와는 다른 유형이다. 생화의 질감과 색감을 가장 아름답게 유지시켜야 하기 때문이다. 시들지 않고 3년 이상 수명이 간다는 것이 상당히 메리트로 다가오며, 오래도록 두고두고 꽃 선물을 간직할 수 있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지 않을까 생각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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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위) 매장 내 사진 (아래) 작업 중인 꽃


  이 시점에서 내게 훅 매력적으로 다가온 장소가 있다. 광주 동명동에 위치하는 ‘플로렌’.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전문으로 만들고 판매하며 꽃과 향기와 관련된 여러 모임과 수업, 체험 활동이 마련된 곳이다. 그 일대를 돌아다니다가 관심 반, 충동 반으로 구경이나 해보자 하고 들어간 곳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향수까지 만들고 프리저브드화 된 작품들을 보며 감탄하다가 명함까지 받아 들고 온 것이다. 일상과 예술, 일상과 문화가 접목된 공간들을 물색하던 중에 ‘플로렌’의 분위기는 반갑지 않을 수가 없었다. 꽃을 워낙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그냥 지나칠 수 없기도 했고. 그래서 인터뷰를 요청했다.





Q1. 플로렌을 언제, 어떤 계기로 개업을 한 것인가? 어떻게 프리저브드 플라워에 주목하게 되었는가?
A1. 2013년 5월에 오픈했다. 20년 이상 꽃집을 운영하면서 꽃에 대한 흐름과 동향을 파악하여 기존 생화의 모습은 유지하면서 생화보다는 오래 볼 수 있는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접하게 되었다.

Q2. 매일매일 어떤 작업을 하는가?
A2. 재료를 손질하고, 판매할 상품을 만들고, 계절에 따라 생화를 프리저브드화 시키는 DIY작업을 한다.

Q3. 고객들이 플로렌이라는 장소에서 어떤 감각과 인상을 받았으면 하는가?
A3. (꽃에 대해서) 사람들이 이제껏 보지 못했던 새로운 감각과 변화의 흐름을 느낄 수 있도록 노력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싶고, (우리처럼)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사람들과 공감하고 느낌을 나눌 수 있는 인상을 주고 싶다.

Q4. 특별한 날이 아니어도 꽃을 주고받는 꽃 문화가 정착되어 가고 있는 요즘, 꽃이 더욱 더 일상적인 개념으로 이해되기 위해서는 어떤 분위기가 조성되어야 할까?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A4. 꼭 특별한 날이 아니더라도 “항상 꽃과 함께”라는 인식이 생겼으면 좋겠다. 기념일이나 특별한 날에 선물하는 것, 내가 아닌 다른 사람에게 선물하는 것이 아닌 내 생활과 나의 삶을 윤택하게 만들어 줄 수 있는 “나를 위한 선물” 이라는 인식이 생긴다면 꽃이 조금 더 사람들의 곁에 녹아들 수 있지 않을까?

Q5. 꽃을 배울 수 있는 혹은 향기 제품들을 만들 수 있는 클래스들도 마련되어 있다고 들었는데 수업은 어떻게 진행되는가?
A5. 전문가반을 소수정예로 운영 중이고 향기수업은 저렴한 단가로 만들어 쓸 수 있는 소이캔들과 향수체험을 곁들여 진행하고 있다.

Q6. 플로렌에서 꽃을 사 갔던 손님들 중에 가장 인상 깊었던 손님이 있다면 혹은 잊지 못할 에피소드가 있다면 알려달라. :)
A6. 매장을 방문해 주시는 모든 분들이 다 인상적이지만 그 중에 특히 기억에 남는 세 분이 있다. 첫 번째 손님은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구매하기 위해서 경남 하동에서 업무를 마치고 밤길을 운전해서 어머님과 여자친구분에게 선물할 꽃을 사러온 분이다. 두 번째 손님은 프러포즈를 위해서 안면도까지 프리저브드 플라워를 가지고 가신 분이다. 여자친구분께 끝까지 들키지 않고 프러포즈를 성공했다고 들었다. 그리고 마지막은 프러포즈와 결혼식에서 쓸 부케를 직접 만들어 가신 경찰아저씨다. 여자친구분을 위해서 열심히 꽃을 다루고 만드는 모습이 너무 인상적이었다.

Q7. 정말 훈훈한 이야기들이다. 그렇다면 꽃과 가까이 하는 삶, 꽃을 선물하는 삶의 의미는 무엇이라고 생각하시는가?
A7. (꽃이라는 건) 개개인의 성향에 따라 다른 의미로 다가가겠지만 실상 모든 사람들이 꽃과 가까이하면 행복을 느끼지 않을까? (사람은) 꽃이 주는 정서적 여유를 즐기고 싶고 꽃을 선물하는 사람도 역시 꽃이 주는 행복감을 나누고 싶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

Q8. 플로렌이 꽃과 향기를 파는 곳 이상으로 어떤 문화공간으로 성장했으면 하는가?
A8. 플로렌을 처음 열었을 당시에 했던 생각인데, 꽃과 함께 휴식을 취할 수도 있고 감상을 할 수도 있고 차를 마실 수도 있는 그런 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 플라워카페 이런 개념이 아닌 뭔가를 꼭 구매해야 한다는 생각 이전에 이런 생소한 꽃들도 있구나 하고 알게 해주고도 싶었고. 실제로 서양화를 그리시는 선생님, 민화를 그리시는 선생님, 한지공예를 하시는 선생님, 카페를 운영하는 대표님, 미술전공 학생 등 다양한 예술인과 사람들이 오셨다. 그분들과는 차를 마시면서 담소도 나누고 정보도 듣고 사사로운 가정사도 얘기하면서 지냈다. 지금도 시간이 나시는 분들은 잠깐이라도 들렀다 가시곤 한다. (앞으로도) 프리저브드플라워란 생소한 꽃을 (사람들에게) 더 많이 보일 수 있도록, 전시 공간을 조금 더 넓혀갈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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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렌 프리저브드 플라워 작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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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플로렌에서 만든 모링가 향 향수


  초등학생 때, 교내에서 열린 식물이름알기대회에서 1등 했던 경력(?) 말고는 내세울 것 하나 없는 나지만 꽃을 좋아하는 사람들, 꽃을 잘 아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행복하고 즐거운 일이다. 꽃은 ‘아름다움’을 표현할 수 있는 가장 쉽고 전형적인 상징이 되어버린지 오래라 어쩌면 혹자는 진부하다고도 여길 수 있겠다. 그러나 모든 다양한 꽃들 하나하나 그리고 꽃과 관련된 사연 하나하나는 전부 고유하고 특별하다. 있어도 없어도 실질적인 큰 차이는 없지만 꽃이 있는 장소는 확실히 좀 더 친화적이고 향기롭고 생명력이 있어 사랑스럽다. 플로렌의 행보가 아름다워 보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시들지 않는 행복, 시들지 않을 추억을 선물하는 그들을 응원한다.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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