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S다이어리, 지금은 상처뿐인 사랑으로 보일지라도...

글 입력 2017.01.14 1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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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얼마 전 대학로 상명 아트홀에서 진행중인 연극 ‘S다이어리’를 보았다. 오랜만에 찾은 혜화는 여느 때처럼 사람이 많았다. 시간에 거의 딱 맞추어 도착한 탓에 부랴부랴 상명 아트홀을 찾아갔다. 연극 티켓을 받고 보니 대기실에 입장을 기다리는 사람들이 많이 있었다. 평일 5시였음에도 불구하고 많은 사람들이 연극을 보러 와서 공연장 1층이 어느 정도 꽉 찬 상태로 연극이 시작되었다. ‘사랑’을 소재로 하는 연극이라서 그런지 여자친구, 남자친구와 함께 연극을 보러온 사람들이 굉장히 많았다. 파란색 츄리닝을 아래위로 빼입은 배우가 등장해 간단한 이벤트와 안내 사항을 설명하고 유쾌한 분위기로 연극은 시작되었다.


poster_S다이어리.jpg

 

“스물아홉 나이 앞자리 숫자의 변화를 앞둔 나진희와 가슴시린 첫사랑의 아픔 규현, 그 아픔을 보듬어주며 다가온 두번째 사랑 정석, 에라 모르겠다 그냥 저질러 보자고 만난 세번째 연하남 아인 4 캐릭터가 스토리를 이끌어가며 진희의 처절한 복수가 내용의 핵심으로 많은 이들의 궁금증을 자아낸다.” (익스트림 플레이)



   여주인공 진희가 취재차 방문한 곳에서 그녀에게 과도한 호감을 표하는 남성을 구타하여 감옥에 가는 것으로 연극은 시작한다. 진희가 과거에는 그렇게 남성을 경계하고 폭력적으로 대처하는 인물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렇게 변한 이유에 대해 연극은 주로 다룬다. 그것은 바로 ‘남자’ 때문이다. 진희는 과거 3명의 남자와 교제한다. 첫 사랑은 고등학생 때 독서실에서 만나 짝사랑하던 오빠인 규현이다. 진희는 그에게 발렌타인 데이에 초콜릿을 주며 그녀의 마음을 고백하고 만남을 이어가게 된다. 즐거운 추억들을 쌓아가던 중 규현은 갑자기 잠수를 타고, 그의 집으로 전화를 걸어보지만 다시는 전화하지 말라는 어머니의 분노에 찬 대답을 들을 뿐이다. 그렇게 그녀는 그와 제대로 이별하지도 못한 채 마음아파 한다. 규현은 수능을 망쳐 지방에 있는 대학을 가게 되고 그렇게 그들은 이별하게 된다. 그러나 그는 술에 취한 날이면 진희를 찾아가 함께 있고 싶다며 잠자리를 요구하곤 했다.


   진희는 그런 그에게 자신을 사랑해서 그러는 것이냐고 묻지만, 규현은 대답하지 못한다. 그리고 그런 상처를 보듬어주며 재학 선배 정석이 다가온다. 정석 역시 그녀에게 모든 것을 다 해줄 것처럼 행동하다가 돌연 연락을 끊는다. 그렇게 진정으로 사랑하고 믿었던 두 남자가 갑작스럽게 이별을 통보하고 상처를 주자, 진희는 그녀 역시 가볍게 사랑하기로 마음먹는다. 그리고 클럽에서 재벌 연하남 아인을 만나 사랑한다. 그러나 그 역시 그녀에게 상처를 주기는 마찬가지였다. 그녀는 세 번의 연애에서 모두 상처를 받고 복수를 다짐하며 살아간다. 글을 잘 쓰던 그녀는 연애 칼럼에 그녀의 연애담을 쓰며 활약한다. 그리고 선생님이 된 첫사랑 규현, 가정을 꾸리고 회사 생활을 하고 있는 대학 선배 정석, 마지막으로 만났던 아인에게 각각 복수를 한다. 규현은 결국 선생님을 그만두고, 정석 역시 회사와 가정에 위기를 겪으며, 아인은 예정에 없던 해병대에 입대하게 된다. 그렇게 처절한 복수를 하고 진희의 마음은 편해졌을까? 오히려 그렇지 않았다. 취재차 만난 한 여배우는 진희에게 그녀의 글이 피해의식에 젖어 있는 것 같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여배우는 지나간 사랑 역시 추억이고, 그 남자들은 짧은 시간이나마 그 순간을 빛나게 해주었던 사람들이니 피해의식에 살기 보다는 그냥 고마워하는 것이 어떻겠냐는 조언을 덧붙인다. 진희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자신이 복수했던 사람들에게 사과를 전한다. 그리고 그제서야 그녀가 정말로 듣고 싶었던 한 마디였던, 진심이 담긴 ‘미안해’라는 말을 들을 수 있게 된다. 그리고 그녀는 새로운 사랑을 꿈꾸며 빛나는 30대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나는 마지막에 여배우가 그녀에게 해주었던 말이 가장 인상 깊었다. 지나간 사랑에 대해 피해의식을 가지고 살기보다는 행복했던 기억을 만들어주었던 것에 대해 그냥 고마움을 가지고 사는 것이 어떻겠냐는 말. 우리가 하는 사랑은 완벽하지 않고 불안하며, 때때로는 불행하기까지 하다. 연극 속 진희의 사랑 역시 그랬다. 특히나 그녀가 만나왔던 남자들은 책임감 없고 상처 주는 행동을 반복하곤 했다. 그런 이별을 예상하고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은 누구도 없을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더 상처받고 힘든 시간을 보낼 수밖에 없겠지만, 그것이 자신을 망가뜨리는 결과를 불러와서는 안 된다고 생각한다. ‘사랑’은 타인을 통해 자신을 성숙하게 하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기회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별 이후에도 우리는 사랑을 통해 성숙할 수 있다. 매너 없이 떠난 상대방에 대한 고마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 경험을 통해 우리는 더 성장할 수 있을 것이고 잠시나마 함께 만들었던 좋은 기억들을 간직할 수 있을 것이다. 연극을 보면서, 내가 여주인공의 입자이었다면 어떻게 행동했을까 생각해볼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그리고 배우들의 유쾌한 연기와 웃음 포인트도 재미있고 좋았다. 전반적으로 유쾌하고 재미있는 연극을 볼 수 있었던 것 같다.


[노혜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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