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봐서 송구스러운, 그 시절 우리가 좋아했던 영화 '시네마 천국 (1999)' [시각예술]

글 입력 2017.01.04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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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20대 초반의 나이인 나는 여태까지 정말 평범하게 문화 생활을 즐겼다. 현재 시점에 개봉해서 화제가 되는 영화들, 베스트셀러, 음원 순위 1위 등 현재의 명작들은 웬만하면 다 챙겨보고, 들었다. 사실 그것들을 내가 직접 보지 않아도 요즘은 SNS와 기사를 통해 대충 어떤 내용이고 대중들은 어떤 반응인지 알 수 있다.

 내가 직접 보지 않아도 대충 아는 것들은 2016년 전후 요즘의 것들뿐만 아니라 1900년대 이후로 ‘명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수많은 영화, 문학, 음악 등도 마찬가지이다. 이른바 각 분야에서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현재까지도 숱한 패러디, 오마주, 인용, 참고, 리메이크의 대상이 되어 현재 시점에까지 항상 언급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다는 게 정말 많다는 것이다. 영화로만 예를 들어도 타이타닉, 캐리비안의 해적, 스타워즈, 포레스트 검프, 대부 등등등 블록버스터와 멜로를 넘나드는 셀 수없이 많은 것들이 있다. 사실 이런 명작들을 여태까지 직접 보지 않았다는 것이 송구스럽고, 죄송하고, ‘이걸 여태 안 봤어?’라는 소리까지 들을 까봐 쪽팔리기도 하다. 나름대로 문화예술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고 하는 사람이 여태껏 뭐 했나 싶기도 하다.

 세 살 난 아이가 엄마와 함께 산책하다가 바람을 처음으로 맞을 때, 그 아이는 태어나 바람이란 것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다. 우리에겐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스물 몇 살의 내가 이런 문화 예술계의 새로운 바람이었던 것들을 태어나 처음으로 직접 볼 때, 나도 뭔가 새로운 경험과 생각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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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INEMA PARADISO
Giuseppe Tornatore 감독
1988년 개봉, 2013년 재개봉 | 이탈리아 | 드라마


 나는 시네마 천국이라는 제목이 친숙했는데 그 이유는 다름 아닌, 어릴 적 매주 주말마다 방영되던 영화 정보 프로그램을 자주 봤던 나에게 시네마 천국이라는 네이밍 자체가 왠지 모르게 어디선가 많이 본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만큼 이 영화가 걸작으로 평가 받았기에 그만한 영향력을 가진 것이겠지만 나는 이름만 많이 들어본 것 이외에는 이 영화에 대해서 아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그러던 내가 이 영화를 한번쯤은 봐야겠구나 싶었던 이유는 한창 재개봉 붐이 일고 있는 국내 영화계 트렌드를 반영한 건지 ‘시네마 천국’이 2013년 재개봉 했을 당시의 프로파간다 스튜디오에서 제작한 포스터를 본 이후이다. 개인적으로 프로파간다 스튜디오의 작품들을 선호하기도 하지만 옛 명작의 향수를 담은 채로 세련되게 표현한 이 포스터를 보고 난 후, 도대체 무엇을 가지고 있길래 이 영화는 30년이 지난 지금에 와서 다시 스크린에 걸어 관객들에게 보여지는 것일까, 궁금했다. 그래서 재개봉 관람 시기를 놓쳐도 한참 놓치긴 했지만, 2016년의 끝자락에서 이 영화를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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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년 국내 재개봉 포스터 (By Propaganda)
 

 시네마 천국은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을 위한,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에 대한 얘기이자, 토토라고 하는 한 인물의 성장 이야기가 전부이다. 사실 나는 영화를 특별히 많이 챙겨 보지도 않아 영화라는 매체에 대한 ‘진한’ 애정까지는 없는데다가, 영화 전체의 배경도 오락거리라고는 ‘Cinema Paradiso’라는 이름의 작은 극장 하나뿐인 이탈리아의 한적한 시골이었기에 내가 추억에 잠겨 공감을 할만한 요소는 별로 없었다. ‘시네마 천국’의 스토리 또한 토토의 성장기가 전부인지라 꽤나 많은 성장 이야기를 봐온 나에게는 크게 특별할 것이 없었다. 물론 나쁘지 않지만 평범하기에 특별히 더 할 말은 없는.

 나에게 하고 싶은 말을 만들어준 부분은 단연 알프레도와 토토의 우정이다. 처음에는 토토에게 친구로, 나중에는 인생의 조언자이자 멘토로, 마지막에는 끝없는 사랑을 주는 대상인 알프레도를 보니 어릴 적 (소설은 아니고) 만화로 본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 (Meu Pé de Laranja Lima)’의 뽀르뚜까와 제제가 떠올랐다. 나이를 초월한 우정이 얼마나 소설 같은 이야기인지, 그 자체만으로도 너무 근사해서 10년이 지난 아직까지도 내용 하나 하나가 또렷하게 떠오르는 작품이다. 토토와 제제는 둘 다 그들을 이끌어줄 가족이라는 존재가 흔들려 본인들이 더 흔들릴 위기를, 굳세게 잡아주는 알프레도와 뽀르뚜까라는 존재를 만나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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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들리는 사람에게 그것을 잡아줄 존재는 이루 말할 수 없이 중요하다.


 오늘날에 본 ‘시네마 천국’은 다시금 내가 ‘나의 라임 오렌지 나무’를 읽었을 때의 그 따뜻함을 떠오르게 해줬다. 시종일관 따뜻한 장면과 따뜻한 대사, 그리고 이 영화의 반 이상을 차지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따뜻한 배경음악 덕분이다. 내가 송구스러울 정도의 명작들을 굳이 오늘 날에 챙겨보는 이유가 점점 뚜렷해지는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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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마띠아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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