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밀란쿤데라. 당신의 무게는? [문학]

이들의 관계를 통해 사랑과 성, 역사와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지다
글 입력 2017.01.01 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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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연과 운명
권태와 허무
그 가볍지 않은 무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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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가벼움과 자유를 추구하는 외과의사 토마시, 운명적인 사랑을 믿는 테레자, 자유로운 화가 사비나, 사비나의 애인이자 대학교수인 프란츠, 네 남녀의 서로 다른 색깔의 사랑이야기이다. 테레자와 사비나를 비롯하여 여러 여자들을 만나고 다니는 토마시와 그런 토마시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하지만 질투심에 견딜 수 없을 만큼 괴로운 테레자.. 사랑과 성性의 문제, 역사와 이데올로기의 소용돌이 속에서 끝없이 갈등과 반목을 거듭하는 이들의 관계를 통해 인간 존재에 대한 철학적인 질문을 던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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밀란 쿤데라의 '참을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개인적으로도 정말 좋아하는 소설이다. 간단히 말했을 때 이 책은 네 사람의 사랑이야기를 담고 있지만 단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그 안에 담겨있는 철학적인 사유를 보고있자면 아주 깊고, 넒다. 그리고 이내 우리들에게 질문을 던진다. 이 소설 속에는 수많은 레퍼런스가 인용되어있기도 하다. 전체적으로 소설의 작법은 니체의 영겁회귀와 관련이 있고, 네사람이 나오는 것은 꼭 마치 영화 '클로저'가 떠오르기도 하며, 소설 속에 등장하는 책인 '안나카레니나' 의 내용도 상당 부분 비슷한 맥락이 있다. 또 어떻게 마주했을 땐 홍상수감독의 영화가 떠오르기도 하고, 우연과 운명을 결부짓자면 알랭드 보통의 '왜 나는 너를 사랑하는 가' 라는 책과 영화 '500일의 썸머'도 떠오르게 만든다. 이렇게 떠오르는 것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어쩌면 서로 다른 무게들이 만나는 과정을 겪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이 결국은 인간이라는 종(種)에 대해 얘기하는 것이 아닐 까 싶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에는 등장하는 네 인물 외에 작가가 중간중간 개입하는 부분이 있다. 작가는 그렇게 자신의 존재를 적극적으로 드러내며 코멘트를 하고, 이에 곧 작가가 개입한 부분이 핵심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이 소설은 삶이라는 것이 얼마나 가벼운가, 또는 무거운가를 묻고 있지만 그것에 대한 답을 가르쳐 주는 것은 아니다. 그것엔 답이 없을 뿐만 아니라, 어떻게 살던 그것은 그 사람의 몫일 뿐이다. 가벼운건 가벼운 대로, 무거운건 무거운 대로 일 뿐이다. 다만 소설에는 무거움과 가벼움이 등장한다. 그리고 서로 대립하는 삶의 무게들이 만나 사랑을 이룬다. 그것을 쿤데라는 네사람으로 보여주었고, 결국은 그 네사람안에 우리도 포함되어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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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또 이 소설 속의, 결국은 인간이라는 종에 대해 얘기 하는 걸로 보아, 토마시와 프란츠라는 인간의 부류에 대해 권태와 허무의 측면으로 바라볼 수도 있다. 만약 생존을 위협하는 모든 조건들이 해결되어있는  상태라고 가정했을때, 그 다음으로 두려운 것은 아마 권태와 허무일것이다. 권태를 두려워 하는 사람은 토마시이고, 허무를 두려워 하는 사람은 프란츠로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권태와 허무에 대해 설명하자면 권태는 어떠한 일을 지속적인 반복으로 인해 생기는 삶에 대한 태도일 것이고, 허무는 잠깐 동안에 일어났던 것이나, 의미있다고 생각했던 일이 지나갔을때 실로 의미없다는 것을 깨달았을 때 느끼는 공허감이다. 토마시는 그런 권태를 두려워하여 수많은 여자들을 만났다가 헤어졌고, 프란츠는 허무가 두려워 한 여자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던 것이다. 비슷하기도 하지만 다른 이 개념은 결국 우리 인간이라는 종種을 얘기하는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태어났고, 이런 숙명을 가졌으며 결국에는 허무와 권태를 달고 사며 죽을 수 밖에 없는 존재라는 것을. 그렇기 때문에 인간에게는 수많은 것이 필요하지만 영원한 것도 없다고 말하는 것이라는걸. 권태와 허무는 행복과 쾌락과도 상당수 연결이 되어있다. 행복은 반복에서 오나 쾌락은 일회적인 측면에서 온다. 그래서 행복을 추구하는 사람이 맞닥뜨릴 수 있는 것은 권태일 것이고, 쾌락을 추구했던 사람이 맞이하는 것은 허무이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은 이러한 허무와 권태, 쾌락과 행복의 상관관계를 잘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러한 구조만 알고 들어간다면 이 소설을 읽을 때 훨씬 이해가 잘 될 것이다.

이 소설에서 우연과 운명에 대해 얘기하는 것도 참 흥미롭다.
테레자는 토마시와 처음 만났을 때 단지 그 겹치는 6번의 우연만으로 토마시에게 사랑에 빠지게 된다. 그리고 그 6번의 우연이 겹쳤다는 말이 중요하게 여러번 반복 서술되는데 이것은 우연이 연속되었을 때 그것이 운명이라 판단 할 수 있느냐, 그것을 의지로 필연으로 만들 수 있는가 없는 가를 구분해 사랑의 관계를 보여준다. 그것이 곧 자기의 인생을 꾸리는 방식이기도 하며, 결국은 우리들의 삶안에도 영향을 주어 우연을 조립할 수 있는 태도를 심어준다.

"필연과는 달리 우연에는 이런 주술적 힘이 있다. 하나의 사랑이 잊히지 않는 사랑이 되기 위해서는 성 프란체스코의 어깨에 새들이 모여 앉듯 첫 순간부터 여러 우연이 합해져야만 한다."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 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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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프라하의 봄' 중에서.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을 원작으로 만든 영화)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이란- 결코 가볍지 않은 무게로 다가온다. 결국 이 소설이 다루고 있는것은 인물 각자의 독립적인 삶이 아니라 사비나와 프란츠가 관계 맺는 방식 그리고 토마시와 테레자가 관계를 맺는 방식처럼 서로 큰 영향을 주고 받는 것으로 규정되는 삶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곧 우리의 삶과도 다르지 않음을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참고 도서 : 참을 수 없는 존재의 가벼움-밀란 쿤데라/ 우리가 사랑한 소설들-이동진,김중혁


[정보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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