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한 컷 그림이 주는 감동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2.16 1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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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느 날, 여느 때처럼 스마트폰을 이용해서 이것저것 검색을 하던 중이었다. 새로 올라온 뉴스들을 보고, 사고 싶었던 물건들을 검색해보고, 재밌는 글들도 보고나니 더 이상 할 게 없어 심심하던 찰나였다. 우연히 그라폴리오(GRAFOLIO)라는 탭을 발견했다. 포트폴리오는 들어봤어도 그라폴리오는 생소한 단어였다. 호기심에 탭을 누르고 들어가 보니 저마다의 개성을 가진 그림들이 컴퓨터 화면에 가득 찼다. 익살스런 만화 같은 그림들과 단순한 캐릭터부터 시작해서, 미술입시생이 그린 것 같은 그림들, 애니메이션을 연상케 하는 그림들, 멋진 광경을 담아놓은 사진들까지 다양한 그림과 사진들이 있었다. 유명한 화가나 전문가의 그림이 아닐지라도 아름답고, 자꾸 보고 싶은 좋은 그림들이 많았다.
 
 그라폴리오라는 사이트는 이처럼 크리에이터로서 자신의 창작물을 공유하고 싶은 사람들에게 있어 하나의 작업실, 미술관 같은 역할을 해주는 곳이었다. 사람들이 이 공간에 자신의 작품을 올리고,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보고 팬이 되기도 하며, 그러한 과정을 통해 창작자가 성장할 수 있게 도와준다.


그라폴리오.jpg
 

 바쁜 일정 속에서 살아가는 현대인들이 미술관을 방문하지 못하더라도 일상 속에서 예술을 접하고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참 좋게 다가왔다. 실제로 나도 사이트를 둘러보다가 마음에 드는 그림을 발견하면서 몇몇 창작자들의 팬이 되었다. 이 그림들을 주변 사람들에게 알려주기도 하고, 다음은 어떤 내용을 담고 있을까 궁금해 하며, 빨리 다음 그림이 올라오기를 기대하게 되었다. 마치 드라마를 보는 것처럼 말이다.

 내가 가장 좋아하는 창작자는 ‘퍼엉’이다. 이미 퍼엉은 많은 인기를 얻고 있는 일러스트레이터이다. 어릴 적부터 그림 그리는 것을 좋아했지만 가정환경이 그림을 그릴 수 있는 여건이 안돼 혼자 그림을 그렸다고 한다. 이후 한국예술종합학교에 입학하였고, SNS에 자신의 그림을 조금씩 올리다가 그라폴리오에 의해 초대장을 받으면서 일러스트를 연재하게 되었다. 이것이 좋은 반응을 얻으면서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 팬들까지 생겨났다.


퍼엉.jpg

<퍼엉의 작품>


 그녀의 그림을 보고 있으면 기분이 좋아진다. 일상적인 소재들을 따뜻한 분위기의 예쁜 색채들로 사랑스럽게 그려냈기 때문이다. 최근에 이를 엮어 출간한 책의 이름이 '편안하고 사랑스럽고 그래'인데, 정말 그림을 보고 있으면 딱 그런 생각이 든다. '나중에 결혼하면 저렇게 살고 싶다.'는 마음이 들 정도로 말이다. 얼마 전 서울에서 퍼엉의 전시회가 열렸었는데, 가지 못한 것이 너무나 아쉽다. 실제로 작가님도 만나고, 특히나 좋아하던 그림들을 직접 볼 수 있는 기회여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 것 같다. 하지만 인터넷으로 언제든 좋아하는 그림을 볼 수 있으니 그걸로 아쉬운 마음을 달래며 다음 전시회를 기다려야겠다.

 이러한 일러스트 작품들 이외에도 이미 인터넷을 통해서 웹툰이나 웹드라마와 같은 창작물들이 쏟아지고 있다. 그것들이 주는 재미와 감동은 이미 많은 사람들을 사로잡았고, 드라마처럼 매주 기다리며 보는 팬들도 많다. 하지만 이처럼 한 컷의 그림이 주는 느낌은 그것들과는 또다른 신선함을 준다. 굳이 말을 하지 않아도, 움직임이 있지 않아도 그 자체만으로 눈이 즐겁고, 마음이 즐겁다. 때로는 여러 장의 그림이나 영상보다 그림 그 자체의 정적임이 주는 감동이 더 큰 것 같다. 한 공간 안에서 표현해 낼 수 있는 것들이 한정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말풍선 하나 없이 사람들에게 감동을 주기 때문이다. 이 글을 쓰며 새삼 한 컷에 모든 것을 담아내는 작가들이 대단하고 멋지게 느껴진다.

 
[송송이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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