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벽을 허무는 인간적인 예술가, 알폰스 무하

글 입력 2016.12.14 12: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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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르누보의 정수, 알폰스 무하를 만나기 위해 오랜만에 예술의 전당 한가람 미술관을 찾았다. 전시회 개장시간에 맞추어 오전 11시 쯤 도착했는데도 꽤 많은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었다. 체코에서 무하를 만났던 기억을 떠올리며 전시장에 발걸음을 들여놓은 순간 무하만의 따스하고 은은한 색감이 나를 포근하게 감싸 안았다.
 
 이번 전시는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로써 알폰스 무하를 소개하고 있는 만큼 삽화가였던 그의 작품과 더불어 그만의 스타일로 세간의 주목을 받았던 광고 포스터, 그리고 일상의 모든 분야에 대한 예술을 강조했던 그의 작품 활동에 대해 집중적으로 조명하고 있었다. 그 중에서도 가장 인상 깊었던 섹션은 단연 광고 포스터와 예술의 대중화에 관련된 파트였다.

 



       그래픽 디자인의 선구자, 알폰스 무하 
 
 
noname01.jpg▲ -구글 이미지 발췌
 
 
2016 알폰스무하-지스몽다.jpg

 
 틀을 깬다는 것. 절대 쉽지 않은 일인 만큼 그것이 지닌 파급력은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 대단하게 울려 퍼진다. 전시는 무하가 활동했던 당시 전형적인 광고 포스터와 알폰스 무하의 포스터를 비교해 보여주고 있다. 당시 포스터는 3 :4 비율 정도의 직사각형 모양으로 지금의 영화 포스터와 비슷하고 밝은 색을 이용했다.(위에서 첫번째 사진. 전시장에 있는 포스터는 아니다.) 반면, 그 옆에 걸려있는 알폰스 무하의 지스몬다 포스터는 세로로 긴 모양에 공간을 가득 채우는 여성, 그리고 살짝 어두운 톤의 색으로 확연히 다른 느낌을 주었다. 백문이 불여일견이라고 두 포스터를 한데 모아 보고나니 당시 파리의 거리를 수놓은 일반적인 포스터 사이에 정초부터 난데없이 등장한 무하의 지스몬다 포스터가 얼마나 큰 충격이었을지 상상이 됐다.

 그의 작품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거지만 예술가로써 성공의 기준이 자신만의 스타일을 구축하는 것이라 한다면 무하는 말 그대로 대성공이 아닐까. 유연한 선과 오묘한 컬러, 자연을 모티프로 한 문양들이 어우러진 포스터라면 그것이 무엇을 위한 것이었든지 간에 한 눈에 무하의 작품이라는 걸 알아볼 수 있었기 때문이다.



 예술의 대중화       

 예술가로서 스타일이 확고한 것은 분명 무하에 마음이 가는 이유가 되겠지만 자신이 가진 능력을 사회에 공헌하고자 했던 그의 태도 역시 무하의 예술적 감각 못지않게 그에 대한 애정을 한껏 끌어올리는 요소라 할 수 있다. 예술을 최대한 많은 이들이 향유하길 바랐고 또 예술을 일상의 모든 부분에 접목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그는 자신의 이러한 가치관을 몸소 실천했던 사람이었다.


20160929_115800.png

 
 무하는 예술가라는 이유로 상업적인 것 혹은 세속적인 것을 등한시하거나 피하지 않았다. 때문에 전시장은 미술가의 작품을 전시하고 있는 곳이 맞는지 의심스러울 정도로 과자 상자, 향수병, 장신구, 레스토랑 메뉴판에 이르기까지 무하가 디자인했다고 하는 별의별 물건들로 가득했다. 한때 초코파이 상자가 유명한 회화 작품으로 장식되었던 것이나 루이비통과 쿠사마 야요이의 작품이 콜라보를 이룰 수 있었던 데는 이러한 무하의 작품 활동이 알게 모르게 영향을 주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는 포스터라는 예술의 한 분야가 가진 틀을 깼을 뿐만 아니라 예술과 현실 사이의 벽을 허무는 데 일조했던 사회적인 예술가였다.





 300여 점에 이르는 무하의 디자인과 그것에 영향을 받은 현대 애니메이션까지 살펴보았지만 왠지 모르게 아쉬움이 남았다. 물론 전시 자체는 만족스러웠지만 이건 무하의 커다란 일부일 뿐이라는 생각에서였다. 제1차 세계대전과 오스트리아 - 헝가리 제국의 통치, 그로부터의 독립과 또다시 나치의 지배라는 어둡고 혼란스러운 시기를 살아갔던 무하는 자신의 조국 체코, 그리고 슬라브족에 바치는 작품인 <슬라브 서사시> 연작을 제작해 그에 대한 애정을 드러냈으며 슬라브족, 체코인으로서의 자부심과 정체성을 잊지 말 것을 호소하는 여러 작품을 남겼다. 또한 오스트리아 - 헝가리 제국으로부터 벗어나 체코슬로바키아로 독립했을 때 국가의 우표, 휘장, 경찰 단복 등 국가적으로 필요한 물품들을 무상으로 디자인하기도 했다. 이렇듯 자신의 나라와 민족을 사랑했던 알폰스 무하는 예술가로써 자신이 할 수 있는 방식으로 그것을 지키기 위해 무던히 애썼던 사람이었다. 그렇기에 언젠가 다시 알폰스 무하의 전시가 열린다면 사회에 헌신했던 그의 모습도 만나볼 수 있었으면 하는 욕심이 생겼다.


2016 알폰스무하.jpg
 

 체코인들이 사랑하는 예술가, 알폰스 무하. 그를 유명하게 만들어준 지스몬다 포스터의 주인공인 여배우 사라 베르나르는 그를 두고 내면을 담아내는 예술가라 말했다고 한다. 비일상적인 모습에 비일상적인 색감을 띠고 비일상적인 장식으로 휘감아져 있음에도 포스터 속 인물들의 눈빛과 표정에 영혼이 담겨 있는 것처럼 보이는 것도 같은 이유에서일까. 무하의 작품이 주는 포근함과 인간적인 따스함, 그리고 헌신을 이번 전시를 통해 많은 이들이 느낄 수 있기를, 그리고 이를 통해 무하가 더 많은 대중들의 사랑을 받을 수 있기를 바란다. 





반채은.jpg
 
    
[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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