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향수 [문학]

냄새에 관한 고찰
글 입력 2016.11.23 2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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향수.JPG
 

파트리크 쥐스킨트 - 향수
냄새에 관한 고찰


  책을 읽으면서 이렇게나 코를 킁킁거리기는 처음이었다. 나도 모르게 그루누이에게 이입되어 코를 벌름벌름 거리고 주변의 사물에 괜히 코를 한 번 씩 갖다 댔다. 냄새에 대한 감각적인 묘사가 신기했다. 매일 맡으면서도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그저 당연히 여기기에 놓치고 살았던 무수히 많은 냄새들의 존재 자체에 놀랐다. 작가가 그토록 섬세한 묘사를 하는 것을 읽으며 이 작가도 왠지 후각이 뛰어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신이 알지도 못하는 냄새들에 대해 독자들도 마치 그 냄새를 맡고 있는 것처럼 선명하게 느끼도록 묘사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여겨졌기 때문이다.

  냄새로 자신의 존재를 드러낸다는 부분도 참신했다. 그루누이에게 스스로에게서 나는 냄새가 없어서 그 자신의 존재감이 없고, 그것에 혼란스러워하고 슬퍼하는 부분이 인상 깊었다. 사실 살면서 웬만한 사람들은 스스로의 냄새는 거의 인식하지 못하고 지내기 때문이다. 사실상 평범한 우리들에겐 심하게 땀을 흘리지 않으면 잘 느껴지지 않는 그 냄새가 개인의 정체성을 결정짓는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하지만 오히려 그렇게 냄새가 없어 그 존재가 느껴지지 않았기에 그루누이가 매번 살인을 성공적으로 저지를 수 있었던 것일 지도 모른다. 그리고 향수를 뿌릴 때에도 아무 냄새도 없는 상태였기에 그 위에 아예 새로운 느낌으로 확실하게 뿌릴 수 있었다고 생각하기에 그루누이가 그렇게 슬퍼할 일이 아니라고 위로해주고 싶다.

  후각이 우리의 삶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 크게 공감이 되지는 않았지만 나름 새로웠다. 과연 우리 삶에서 후각이 우리의 행동을 다스리고 나아가 우리의 전 영역을 지배할 정도로 강력한 지에 대해 의구심이 들었기 때문이다. 기분 좋은 향기 혹은 저절로 인상을 쓰게 되는 악취로 우리의 감정이 일시적으로 변화할 수는 있을 것이다. 그러나 후각은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면 금세 그 냄새에 둔감해져서 잘 인식하지 못하기에 과연 그 냄새의 효력이 오랜 시간 지속될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책도 읽고 영화도 보았는데, 책에 있는 냄새에 대한 섬세한 묘사가 영화에는 단순히 코를 킁킁 거리는 행동으로밖에 표현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그래도 그 당시 유럽 사회가 얼마나 지독한 냄새들로 가득 차 있었는지가 생각했던 것보다 더욱 사실적으로 그려진 부분은 흥미로웠다. 그렇기에 향수가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하고 신비한 의미를 띠는지 제대로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 영화를 보면 영화를 보는 개개인의 상상이 제한되는 부분도 있고, 특히나 책을 읽은 후 봤을 때에는 자신이 상상한 것과 다르다는 점에서 많이 실망한다. 그런데 이 영화는 냄새를 시청자가 직접 상상하면서 봐야 한다는 점에서 단순히 보고 듣는 것 말고 시청자가 적극적으로 해야 하는 부분이 있어서 새로웠다. 냄새를 상상하는 부분에서도 오히려 책은 자세한 묘사로 그 상상이 좀 더 수월한 반면 영화는 단지 그 화면만으로 상상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오히려 ‘향수’의 참맛을 못 느꼈던 것 같다. 그래도 ‘냄새’라는 색다를 소재로 이야기를 이끌어나간 부분이 흥미로웠고, 싸이코 같이 생각하고 행동하는 그루누이에 이입되어 책이 끝날 쯤에는 내 정신까지 이상해진 느낌이었다. 묘한 책이다.


[이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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