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지금 봐서 송구스러운, 'The Matrix (1999)'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1.14 2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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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금 20대 초반의 나이인 나는 여태까지 정말 평범하게 문화 생활을 즐겼다. 현재 시점에 개봉해서 화제가 되는 영화들, 베스트셀러, 음원 순위 1위 등 현재의 명작들은 웬만하면 다 챙겨보고, 들었다. 사실 그것들을 내가 직접 보지 않아도 요즘은 SNS와 기사를 통해 대충 어떤 내용이고 대중들은 어떤 반응인지 알 수 있다.
 
 내가 직접 보지 않아도 대충 아는 것들은 2016년 전후 요즘의 것들뿐만 아니라 1900년대 이후로 ‘명작’이라는 이름으로 불리고 있는 수많은 영화, 문학, 음악 등도 마찬가지이다. 이른바 각 분야에서 이전에는 없던 ‘새로운 바람’을 일으켜 현재까지도 숱한 패러디, 오마주, 인용, 참고, 리메이크의 대상이 되어 현재 시점에까지 항상 언급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문제는 내가 ‘직접’ 경험해보지 않았다는 게 정말 많다는 것이다. 영화로만 예를 들어도 타이타닉, 캐리비안의 해적, 스타워즈, 포레스트 검프, 대부 등등등 블록버스터와 멜로를 넘나드는 셀 수없이 많은 것들이 있다. 사실 이런 명작들을 여태까지 직접 보지 않았다는 것이 송구스럽고, 죄송하고, ‘이걸 여태 안 봤어?’라는 소리까지 들을 까봐 쪽팔리기도 하다. 나름대로 문화예술의 세계에 발을 들여 놓았다고 하는 사람이 여태껏 뭐 했나 싶기도 하다.
 
 세 살 난 아이가 엄마와 함께 산책하다가 바람을 처음으로 맞을 때, 그 아이는 태어나 바람이란 것을 처음으로 경험하게 된다. 우리에겐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스물 몇 살의 내가 이런 문화 예술계의 새로운 바람이었던 것들을 태어나 처음으로 직접 볼 때, 나도 뭔가 새로운 경험과 생각들을 할 수 있을 것이다. 남들에게는 너무 당연한 것이지만.




 
matrix.jpg


The Matrix
릴리 워쇼스키, 라나 워쇼스키 감독
1999년 5월 15일 개봉 | 미국 | SF, 액션
 

 오늘의 명작은 가볍게 ‘매트릭스’로 시작한다. 흔히들 이 영화가 SF 영화의 새 지평을 열었고, 혁신적인 특수효과와 시나리오를 가진 명작이라고 말한다. 다만 21세기의 시점에서 요즘의 영화를 보면서 (특히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가 한 몫 한) 너무 높아진 내 눈 때문에 확실히 그래픽 특수 효과는 솔직히 못 봐줄 정도였다. 당시로써는 혁신적인 특수효과라고는 하지만 지금의 그래픽 기술이 비약적으로 좋아졌기 때문이라고 생각하면 감안할 수 있다.

 네오가 총알을 피하는 장면, 트리니티가 두 팔을 벌리고 날아오르는 장면, 주제곡 (대표적으로는 ‘Spybreak!’) 등 수도 없이 패러디, 인용된 장면들을 보니 반갑기 그지없었다. 그 유명한 네오의 총알 피하는 장면이 나는 네오가 허리를 뒤로 꺾었다가 다시 일어서는 장면인 줄 알았는데 (보통 TV프로그램에서 이 장면이 삽입 될 때 뒤의 장면은 보여주지 않았기에) 알고 보니 그게 아니라 그대로 뒤로 넘어지는 장면임을 재발견 했고, 후반부에 네오와 트리니티가 경비병들과 싸울 때 Spybreak가 흘러 나오는 것을 보고 반가워서 탄성이 나왔다. 확실히 직접 보니 느낌이 확연히 다르다.
 
 기본적인 SF영화 장르로써의 세계관 설정과 극의 흐름은 다분히 정석적인 느낌이었다. ‘인공지능이 인간을 지배하는 세계’, ‘가상현실에서의 신체적, 정신적 훈련’, ‘여 주인공과 남 주인공의 억지스러운 느낌이 없지 않은 치정’ 등의 자꾸 어디선가 본 듯한 이야기들이 나왔다. 또 참 뻔한 클리셰들도 넘쳐났다. 그게 나쁘다는 얘기는 아니다. 결국 내가 어디선가 자주 봤다는 얘기는 그만큼 이 영화가 다른 영화들을 제작하는데 있어서 하나의 기준이자 표본이 되었기 때문이리라.

 결과적으로 전체적인 느낌은 내가 ‘드래곤볼’을 만화 원작으로 처음 봤을 때의 느낌과 같았다. 이른바 일본 만화계에서 ‘왕도의 길’이라고 불리는 ‘소년 배틀물’의 ‘신화’격인 드래곤볼을 봤을 때의 느낌은 ‘아 어디선가 많이 봤는데, 재밌긴 재밌네’ 정도였다. 확실히 어디선가 많이 본 설정들이 넘쳐났지만, 그게 너무 뻔해서 만화책을 덮을 정도는 아니었다. 매트릭스도 마찬가지로 어디선가 많이 본 SF영화의 설정, 클리셰들이 넘쳐났지만 결국 정석적이지만 흥미로운 세계관과 극의 흐름으로, (지금으로써는 허접한 그래픽 효과들을 볼 때 빼고는) 한 순간도 눈을 떼지 않게 했다.


[전마띠아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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