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미움받을 용기 [문학]

글 입력 2016.11.12 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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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고민

요즘 이래저래 인생에 대한 고민이 많았다. 무력감에 빠져서 헤어 나오기 힘들었다. 깊은 심연 속을 거니는 것처럼 우울감 속에서 하루하루 살아갈 뿐이었다. 나는 왜 사는 것일까? 어떻게 살아야하나?
인생의 목적이 없는 것이 고민이었다. 수많은 자기 계발서는 목표를 가지고 전진하면 반드시 성공할 것이라고 말한다. 청춘들의 포부를 외치는 오늘날의 사회 속에서, 뚜렷한 목표가 없이 그저 나에게 주어진 일을 간신히 해 내가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는 스스로를 자책하곤 했다.
 
 
춤추듯 살아가기

그러나 이 책에서는 그러한 나만의 원대한 목표를 바라볼 게 아니라, 지금, 즉 내가 살아가고 있는 현재에 집중하라고 말한다. 인생은 하나로 이어져 있는 선(線)이 아니다. 우리의 삶은 매 순간의 수많은 점(點)으로 이루어진다. 따라서 내가 속한 지금 이 순간을 그 자체로 즐기면서 살아가다보면 어느덧 선으로 이어진 우리의 삶이 그려진다는 것이다. 인생은 우리가 미리 선으로 그어놓고 따라갈 수 있는 것이 아니다. 또, 설령 자신의 계획대로 그에 맞춰 살아간다 하더라도, 그 과정 속에서 개인은 매 순간 즐거워할 수 없다. 이는 궁극의 목표를 위해 현재의 행복을 미루며 지금의 감정을 보류한다는 것을 의미할 뿐이다.

생각해보면 지극히 당연한 말이라고 생각되면서도, 그간의 수많은 책이나 주변에서 듣는 말과는 괴리가 있었기에 꽤나 충격적이었다. 한편으로는 그 자체가 위안과 희망으로 다가왔다. 내가 지금 이렇게 아무 목적 없이 살아가는 것은 전혀 잘못된 일이 아니라는 것, 설령 그 방향을 잡지 못하고 있더라도 큰 문제가 없다는 것, 매일 열심히 최선을 다하고 즐겁게 살다 보면, 춤추듯 지금 당장에 집중하면서 살다보면 날마다 그 자체로 충만한 삶을 살 수 있다는 것.

하지만 한편으로는 살다보면 어딘가에 다다를 것이라는 주장이 무책임하게 여겨지기도 한다. 이는 그저 ‘생각하는 대로 살지 않으면, 사는 대로 생각하게 될 것이다’라는 문구가 말해주듯 자신이 처한 상황에 대해 그저 순응하는 것으로 생각되기 때문이다. 당장의 심리적 압박과 불안감을 덜어줄 지는 몰라도, 근본적으로는 현실에 맞추어 자신의 생각을 고쳐나가는 것으로 느껴진다. 그러나 이는 우리가 목표를 세우고 그것을 성취하는 삶을 인간 행동의 표본으로 여기고 있기 때문이다. 그것이 하나의 고정된 틀로 이미 자리 잡고 있어서 그러한 시각에서 이러한 아들러식의 춤추듯 살아가는 삶의 태도가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는 것이다. 하지만 궁극적 목표가 없더라도 매 순간 최선을 다하는 것 역시 마찬가지로 바람직하다고 사고의 틀을 재구성한다면, 이러한 삶의 방식 역시 그 자체로서 존중될 수 있을 것이다.
 
 
내가 만들어낸 나

그동안 내가 살아왔던 지난 과거를 돌이켜본다. 그동안 나의 삶의 자세가 바로 일단 눈앞에 닥친 현실에 최선을 다해서 후회 없는 삶을 살자는 것이었다. 일단 나중에 무엇을 할지는 모르겠지만, 나에게도 간절히 원하는 꿈이 생겼을 때, 학력이나 성적에 의해 원하는 바를 못 이루는 경우는 없어야 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또, 한 번뿐인 내 인생에 있어서 절대 후회할 일은 만들지 말자고도 다짐했다. 어차피 지나쳐야 할 시간이라면 그 누구보다 알차게 살아서 나의 소중한 인생을 낭비하지 말자고 생각했던 것이다. 그러나 이렇듯 오늘만을 사는 사람처럼 보다 먼 미래를 바라보지 못하고 근시안적인 생각을 했던 것이 오히려 아들러가 말하는 바람직한 삶의 방식이었다.

대학에 입학한 후부터 오히려 후회스러운 기억들이 많이 있는 것 같다. 일단 내 눈 앞에 보이던 가장 큰 산이라고 여겨졌던 대입을 끝낸 순간부터는, 그저 매 순간 나의 심신의 평안을 위해서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아들러가 말한 타자공헌도, 단순히 나 자신의 발전을 위한 노력도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내가 무의미한 삶을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방증하기 위해 일기에 그날 한 일을 일일이 기록하려고도 했다. 지난날 내가 그래도 내 나름 열심히 살기 위해 노력했다는 사실을 상기함으로써 스스로를 위안하려 한 것이다.

그리고 그런 무기력증과 공허함을 느낄 때마다 이는 나에게 남들에게 자랑스럽게 말할 수 있는 뚜렷한 목표가 없기 때문이라고 스스로를 진단했다. 그랬기에 현재를 더 열심히 살아갈 아무런 원동력도 갖지 못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아들러는 세상을 인과론으로 바라보지 않는다. 그는 개인이 행하는 모든 행동들은 이미 자기 내부에 그렇게 행동하고자 하는 마음이 근간이 되어 그럴듯한 이유를 갖다 붙인 것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어쩌면 나도 결국 아무것도 하고 싶지 않았던 것일지 모른다. 혹은 이미 지금 삶에 충분히 만족했기 때문에, 새로운 것을 도전하는 것이 오히려 실패와 절망의 단초가 될 수 있기에 두려웠기 때문일 수도 있다. 그 이유가 어쨌든 내가 그러한 형태의 행동 양상을 보인 것은 내가 새로운 무엇인가를 하길 원하지 않았기 때문인 것이다.
 
 
잘 될 거다

개개인은 각자 어떤 목적을 가지고 사는데, 그 목적에 맞춰 행동하면서도 인과론에 따라 현재의 자신을 해석한다. 그러나 우리는 과거, 즉 바뀔 수 없는 것들에 얽매이지 않고, 변화 가능한 지금과 앞으로를 바라보아야 한다. 과거를 바라보고 의미를 부여하는 것도 결국은 자신이기에, 우리 스스로가 이런 저런 핑계를 대면서 인생의 과제를 외면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돌이켜 봐야 한다. 아들러는 우리에게 목표가 없어도 좋으니 지금, 현재에 집중해서 하루하루를 살아나가라고 외친다. 우리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자업자득이기에 일단 너무 미래를 걱정하지 말고 오늘을 즐겁게 살아야 한다. 나의 인생도 어떻게든 잘 될 것이라고, 결국은 이 순간들이 모여 훗날 아름답게 빛날 것이라고 나도 스스로에게 외쳐본다. ‘잘 될 거다.’


[이예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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