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Snack Culture의 대표 콘텐츠, 72초 드라마 [시각예술]

글 입력 2016.11.08 2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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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버스와 지하철을 타고 통학을 했다가 집으로 돌아오는 시간을 계산해보면 얼추 3시간 30분이라는 시간이 소요된다. 3시간 30분. 210분이라는 상당한 시간. 무제한 요금을 쓰지 않는 탓에 이 시간에 소요하는 데이터는 내 핸드폰 발열량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이런 까닭에 짧고 신선하면서도 재미가 있는 콘텐츠를 소비하고 싶어 하며, 그러려고 노력한다. 이에 딱 맞는 콘텐츠가 있으니 바로 모바일드라마 72초TV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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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1
  모바일드라마 72초TV는 스낵컬쳐에 대표적인 콘텐츠다. 스낵컬쳐를 간단하게 말하자면 짧은 시간 동안 시간과 장소에 구애받지 않고 즐길 수 있는 스낵처럼 10 ~ 15분 내외로 간편하게 즐길 수 있는 문화다. 72초TV는 이 스낵컬쳐의 극단적인 양상을 보이는데, 단 72초만 소모해 드라마의 기승전결을 보여준다. (물론 자세하게 따지고 보면 영상의 길이는 72초를 약간, 가끔 긴 영상은 120초를 넘긴다. 그래도 5분은 넘지 않으니까......)
 
 
# 2
  72초TV에는 3가지 특성이 있다. 첫 째 마음에 있는 말을 모조리 쏟아낸다. 살다보면 생각을 말로 모조리 변환해 타인에게 전달하지 않는다. 이것은 영상예술에도 동일하게 적용되는데, 영상예술에서는 내레이션이라는 방식을 통해서 생각에 대한 접근성이 일상보다는 높다. 72초TV는 이 현상을 부정하듯 생각을 내레이션으로 시청자들에게 전달한다. 아니 '쏟아낸다'라는 말이 정확할 것이다. 일정한 리듬감과 빠른 화면 전환이 가미된 의식의 쏟아냄에 시청자들은 이 흐름을 쫒아가게 된다. 마치 연예인을 맹목적으로 쫓아다니는 사생 팬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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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
  두 번째로 일반 드라마의 시나리오가 판타지적인 것에 비해 72초TV드라마는 일상적이다. 재벌이 등장하는 것이 아니라 시청자와 차이 나지 않는 일반적인 사람들이 연기한다. (물론 주연 여성 배우들이 예쁘다는 것은 사실이다.) 72초TV 작품은 여러 종류가 있지만 그 중 나의 눈을 사로잡았던 것은 72초 시리즈와 바나나 액츄얼리다. 72초 시리즈는 평범한 남자 도루묵의 일상과 연애 이야기를 드라마에 담으면서 많은 남성들의 공감을 얻었다. 특히 ‘전 여친에게서 문자가 왔다.’ 에피소드는 현 여자 친구 앞에서의 남자의 혼란스러운 상황을 매력적으로 연출했다. 바나나 액츄얼리는 달콤하면서 조금은 야했던 기억을 보여주면서 남성과 여성의 공감을 샀다. 특히 ‘너 나 좋아해서 그런 거였어?’ 에피소드는 남자가 여자를 좋아해서 한 행동들을 생각으로 풀어내면서 설렌 마음을 들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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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
  마지막으로 72초TV는 상업광고에 대한 시청자의 거부감을 사라지게 만든다. 시청자들은 상업 광고를 보면 넘기거나 지루해 한다. 이를 72초TV의 PPL을 접하기 전에는 상업성 때문이라고 여겼다. 허나 PPL을 재밌게 만들면 시청자들이 좋아한다는 사실을 72초TV가 제작한 ‘삼성 레벨 U’ 광고를 보면서 깨달았다. 이 광고는 유튜브에서 58만 조회 수를 달성했다. 이 광고는 시작하면서 ‘나는 돈이 필요해졌고, 누군가 협찬을 해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건 협찬 받아 만든 광고’, ‘헤드셋이 최대한 많이, 가장 결정적인 순간에 노출돼야 한다’ 등의 솔직함을 담은 대사들이 나열된다. 실제 광고 내용은 기업의 협찬을 받고 광고하는 영상이다. 즉 일상의 이미지를 솔직함으로 승화시켜 콘텐츠에 담아낸 형태다.

 
# 5
  모바일 기기의 발달, 인터넷 네트워크 시스템의 구축으로 인간이 시간과 공간의 제약에서 벗어나 문화를 향유할 수 있다는 말은 이제 뻔한 말이다. 이를 누린지는 이미 몇 년이 지났으니까. 시각 미디어 이론가 폴 비릴리오는 속도이론을 통해서 속도가 빠를수록 정치적, 상업적으로 유리하므로 인간사회는 계속해서 속도를 지향하는 것이며, 공간에서의 실제 이동보다 더 빠르고 넓은 의미인 시간에서도 가속을 하게 된 것이라고 역설한다. 쉽게 말하자면 인간은 필요에 의해 기술을 발전시켰고, 가상의 세계에서도 속도를 멈추지 않기 때문에 콘텐츠들 사이를 빠르게 옮겨 다니며 소비하는 문화 방식이 발달했다는 것이다. 문화가 소통되며 소비되어야 한다는 관점에서 본다면 스낵컬쳐는 속도이론의 극단적인 문화라고 볼 수 있다.

 
# 6
  이론이나 트렌드, 혹은 현상에 대한 생각을 접어두더라도 72초TV는 김홍민의 저서 [재미가 없으면 의미도 없다]처럼 재미있는 컨텐츠가 아니면 이 치열한 경쟁사회에서 살아남지 못 했을 것이다. 경쟁사회에서 생존했다는 것은 어느 정도 가치가 있다는 말이니까.


72초TV는 말한다.

"질질 끄는 거 이제 그만해.
우리에게 필요한 시간은 72초뿐이야."

라고.


[이종국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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