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우리는 혼밥하기 좋은 존재일까? [문화전반]

글 입력 2016.11.07 19:54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요즘 눈이 가는 단어를 고르라면 ‘혼’이다. (“혼이 비정상”의 그 ‘혼’이 아니다)혼밥(혼자 밥먹기), ’혼술(혼자 술먹기)의 ‘’이다. ‘혼’이 붙은 단어들은 모두 홀로 하는 활동을 뜻한다. '혼'의 확장은 곧 1인 가구, ‘자발적 1인 활동가(?)'들의 증가를 나타낸다. 많은 사람들이 관계 맺기와연대를 의무로 여기지 않는다. 이곳에선 더이상 안식을 얻지 못하게 된 탓이다. 그래서, ‘혼밥’을 택한다. 

 그런데 한 빅데이터 분석업체에 따르면 2011년부터 4년간 '외로움'에 대한 언급이 10배 이상 급증했다고 한다. '1인 활동가'(?)들이 어디선가 결핍을 겪고 있다는 걸 암시하는 게 아닐까? 필자 역시 '혼밥'을, '혼영'(혼자 영화보기)을 즐기다가도 갑자기 침범한 외로움에 당황스러울 때가 있다. 혼자가 편하지만 외로운, 이중적인 나를 발견할때면 의문이 든다. 


‘우리는 혼밥하기 좋은 존재일까? 아닐까?’
 
  사실 답은 뻔하다. 지루한 대답들이 그렇듯, 많은 사람들이 비슷한 명제로 설명해나갈 것이다.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라느니 ‘인간은 더불어 살아야 한다’는 것들로 말이다. 여기서는 한 학자의 흥미로운 대답에 대해 이야기할 것이므로, 질문을 약간 바꿔보려 한다.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 


Profile-Cover-popup.jpg
Credit Jim Wilson/The New York Times


 이 질문에 답해줄 사람은 <왜 인간인가?>(추수밭, 2009)의 저자 마이클 가자니가다. 그는 저명한 뇌 과학자로, 인지신경과학 분야의 대가다. 특히 학문간 통섭에 능해 인간의 뇌를 뇌과학뿐 아니라 심리학, 철학, 사회학과 같은 여러 분야에서 연구하게끔 기여했다. 다소 딱딱한 수식어들과는 다르게, 책 속에서 그는 인간만의 비밀을 흥미롭게 풀어낸다. 그에 따르면, 우리의 비밀은 '뇌'에 있다.


 

 영상에서처럼 태어난지 얼마되지 않은 신생아도 상대의 표정을 따라할 수 있다. 이 실험은 사람의 모방 행동을 ‘후천적’인 것이라 여기던 학계에 큰 충격을 주었다. 근육의 움직임을 눈으로 알아보는 것과 이를 그대로 따라 하는 것은 분리된 능력이 아니었으며 무엇보다, 선천적인 것이었다. 영상 속 두 번째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모방은 무의식적이고 빠르게 일어난다. 
 
 인간은 상대의 표정을 관찰하고, 모방하며, 표정과 특정 감정을 연결짓는 일에도 능숙하다. 이를 가능하게 하는 것은 무의식적 명령을 관장하는 부분과 거울 신경계다. 특히 거울 신경계는 인간에게서 아주 발달되어있다. 이런 뇌를 가짐으로써, 상대방의 감정을 관찰하고, 이해한다. 나아가, 인간은 상대방의 마음 속 욕구, 의도, 신념 등을 알아챌 수도 있다. 결국 인간의 이런 '특별한 능력'은 '특별한 뇌'에서 나오고 있었다. 거울뉴런신경계의 손상이 자폐증 징후(사회적 기능 결여)를 가져온다는 연구는 이를 반증해준다.  “사회적 상호작용의 시작”에 모방행동이, 거울신경계가 있다는 사실은 '우리는 누구인가'에 대해 많은 것을 시사해준다. 

 마이클 가자니가는 이외에도 또 다른 '특별한 능력'들에 대해 이야기한다. 인간은 특히 이타적, 의식적 감정이입 능력에 있어 독보적이다. 뇌에는 이타적 성향을 조정하는 회로가 있다. 회로가 많이 활성화되어 있을수록 더 강한 이타성을 보인다. 또한 ‘나중을 위해 행동을 억제하는 능력’과  ‘상호 교환 시 속이는 자를 처벌하는 능력’ 역시 인간의 고유한 능력이다. 이 능력들은 사회적 상호 교환을 유지하고 연장시킨다. 

 결국, 이 모든 '특별한 능력'들은 나와 같은 상대를 상정하고, 그 상대와의 관계를 위한 것이다. 집단을 이뤘던 우리의 조상들에게, 구성원과 관계를 유지하거나 그들간의 문제를 해결하는 일은 생존과 직결됐을 것이다. 여기에 필요한 여러 능력들이 발달했고, 우리의 뇌는 질적인 변화를 거쳤다. 지금, 우리 뇌의 모습은 인간이 "고도의 사회적 능력을 갖춘 동물"이었음을 말해주고 있다


“뇌가 가장 잘할 수 있는 것,
뇌가 그렇게 만들어진 이유,
바로 사회적으로 생각하는 것(...)
모든 것은 사회적 과정과 관련이 있다.” -<왜 인간인가?> 中


 우리의 뇌는 다른 동물들과 질적으로 다른 구조와 연결을 갖고 있다. 이런 구조와 연결을 만들어낸 것은 인간이 더불어 살았기 때문이며, 이렇게 만들어진 '사회적인 뇌'는 다시 '사회적인 동물'을 만들어냈다. 우리만의 ‘특별한 뇌'와 자연선택이라는 환경 속에서 '뇌'가 내린 선택들은 새삼 경이롭게 다가온다. 뇌가 인간을 규명하는 데 있어 가장 중요하다는 점을 인정한다면, 이 책은 우리가 누구인가라는 질문에 한발 더 다가가게 해줄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홀로’를 택하지만 ‘외로움’과 어떤 결핍을 경험하는 것은 어쩌면 우리의 뇌가 그렇게 생겼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중요한 건, 뇌가 그렇게 생겼다는 사실이 어떤 삶을 선택해야한다는 것으로 이어지진 않는다는 점이다. 저자의 대답은 우리가 누구인지 들여다보고 싶어질 때, 우리에게 일어나는 많은 문제들을 해결해야 할때, 도움이 될만한 것들을 귀띔해줄 수 있을뿐이다. 
 
 덧붙이자면, 이 글에서는 사회성에 대해서만 언급했지만 책에서는 인간에 대한 다양한 진실들이 다뤄지고 있다. '왜 우리는 어떤 것을 설명하려하고, 상상하며, 눈에 보이지 않는 힘을 추론할 수 있는가? 왜 인간만이 더 나아지기를 원하는가? 어떻게 우리는 복잡한 언어구조와 예술을 창조해내는가?'와 같은 질문에 답해가며. 그의 책은 전공책들보다는 쉽고, 자기계발서보다는 어렵다. 전문지식을 얻기엔 부족하고, '지적대화를 위한 얕은 지식'을 얻기엔 조금 무겁다. (실제 무게도 아주 무겁다..) 누구에게 추천하냐고 묻는다면, “우리는 어떤 존재인가?”라는 막연한 질문이 떠오르곤 하는 사람에게, "우리는 혼밥하기 좋은 존재일까?"라는 터무니없는 질문을 해보곤 하는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어떤 질문에도 이 책은 만족할 만한, 그리고 아주 흥미로운 대답을 줄 수 있을 테니 말이다.





참고문헌 
마이클 가자니가, <왜 인간인가?> , 박인균 역, 추수밭, 2009


[이서윤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5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