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Zeze, 그리고 타인과 함께 생각한 문유석의 개인주의 선언 [문학]

문유석 개인주의자 선언(2016)
글 입력 2016.10.23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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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개인주의자 선언’
파격적인 제목에 홀려 집어든 책의 작가인 문 유석 판사님은 상당히 나랑 비슷한 부분이 많다. ​특히 문학, 글쓰기에 대해 “글을 쓴다는 것은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는 일이고, ​글이란 묘해서 또 다른 욕구가 앞선 글은 진심이 아니기 때문에 ‘뽀샵’욕구가 앞설 때쯤이면 글쓰기를 집어치워야 하는 시기”라는 말에는 무조건적으로 동의한다. ​또한 “부자가 아니더라도 다양한 직업, 다양한 개성의 사람들이 나름의 매력을 발산하며 행복을 추구하는 모습을 멋지게 그려내는 예술가들이야 말로 실제로 사회를 바꾸는 혁명가들이다”까지 말 해주셨는데, 이정도로 예술에 대해 호의적이니, 별것도 아닌 내가 우쭐해지는 느낌마저 들었다. 예술가는 어느 정도 자신의 세계에 갇혀 있는, 개인주의적 성향이 강하다. ​나는 판사님 또한 예술가적 성향이 다분한 개인주의자고 이 사실이 부끄럽지 않을 뿐만 아니라 많은 사람들에게 개인주의적 삶을 추천하시고자 이 책을 쓰셨다 확신한다.


​"링에 올라야 할 선수는 바로 당신, 개인이다."


  태생이 인간에 대해 냉소적인 작가는 인간은 쉽게 바뀌지 않으니 과잉기대 하지 말고, 과장하지 않을 것을 말하며 인간이 갖고 있는 욕구를 피하지 않고 인정한다. 본질적 한계, 이기심, 위선, 추악함 등등. 그렇기 때문에 개인의 행복을 위한 ‘도구로서의 집단’에 대해 말 할 수 있고 [합리적 개인주의]에 대해 말 할 수 있다.


사실 에필로그에서 소름까지 돋아가며 인생에 해답을 찾은 것 마냥 부풀은 기대 탓에, 책장을 넘길수록 실망했다. ​처음 기가 막히게 양심을 찌르던 “개인주의자들이여, 싫은 것은 싫다고 해라!” 부르짖던 외침과는 달리, (작가가 경고 한 말처럼) 일기장 또는 사건일지를 정리 해 둔 것 같은 내용들은 당황스러웠다. 아마 생각 없이 책 글자만 보고 있는 사람이 있다면 나와 같은 생각을 하게 될 것이다. 하지만, 조각조각 널브러진 사례들은 그냥 일기장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 가장 가까이 묻어나 있는 집단주의적 오류들, 당연시 여겼지만 어쩌면 그렇지 않을 것들에 대한 경고였다. ​나같이 현실에 안주한 사람들에 대한 경고였다. 그러고 나서 다시 돌아본 글들은 색달랐다.


"아무리 사실이라 믿어도 함부로 말 해선 안 된다."


  개중에 [말]에 대한 이야기를 가장 좋아한다. 뉴스 및 SNS 댓글에서 흔히 보이는 ‘팩트는 팩트다’ ‘개취 존중’운운을 볼 때마다 그렇지, 존중해야지- 싶으면서도 그렇게 마음이 불편했던 이유가 여기 있었다. 작가는 미국청년과 슬럼가 흑인, 백인의 노예사냥 역사와 인터넷 댓글을 비유하며 맥락에 대한 무지를 지적한다. ​그리고 나 또한 있지도 않을 가치중립적인 척 하는 팩트를 논하며 내 무지를 드러내고 있지 않았나? 되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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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바로 다음 챕터에서 말의 공격성 특히 인터넷에서에 대해 표현의 자유에도 한계가 있다고 언급 한다. ​여기에서 나는 조심스럽지만 한번쯤은 해야지 벼르던 아이유 'Zeze'에 대해 이야기 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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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는 이런 부분에서만 상당히 자유롭다. 책에서 인용된 예시처럼 미국은 “흑인과 함께 경기장에 오지 말라” 여자친구에게 말해을 사적인 발언에도 NBA에서 영구퇴출당한 선수가 있는 반면, 우리나라는 이 마귀 같은 혀에 대해선 갑자기 성인군자가 된다. 특히 팬 층이 두터운 아이돌 및 연예인에 대해서. 사실 아이유가 크게 잘못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좋은 가사와 노래, 무엇보다 격한 유년 시절을 보냈으면서도 꿋꿋이 서 있는 모습을 보고 애정이 샘솟아 매번 발매된 음악을 챙겨듣고 응원을 보내는 입장이었다. 그래서 아이유가 종종 ‘잔혹동화’라든지 ‘재해석’ 콘셉트를 잡는 것을 좋아하고 이번 Zeze 또한 다들 한번쯤 들어보았을 [나의 라임오렌지 나무]가 타깃 이였을 뿐이라고 생각한다.

​내가 그녀에게 실망한 부분은 원작자에 대한 언급의 부재다. 한동안 인터넷을 뜨겁게 달궜기 때문에, 라임오렌지 나무는 작가에게 있어 어느정도 소중하고 아픈 책인지, 그렇기에 번역서를 내기 위해 출판사가 얼마나 애를 썼는지 알고 있을 것이다. 나 또한 최대한 객관적으로 생각하고 싶어 초등학생 때도 다 아는 내용이라며 보지 않았던 그 책을 사서 보았는데 충격이었다. 가사와 책만 보면 유아 성폭행 범이 “저 년이 나를 먼저 유혹했어요!”라고 말하는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여기서 노래에 대한 아이유의 잘못을 따지자면, 내가 그렇듯이 너무 어릴 적부터 자주 들어와 원서를 읽어 볼 생각도 하지 않고 노래를 쓴 것이 ‘실수’ 이었던 것 같다. 앞서 말했듯이 문제는 그 이후 애매한 뒤처리 일 뿐.


​사실 당시 아이유 자체에 신경 쓰였다기보다 본인보다 더 악착같이 달려드는 평론가들 때문에 불편했다. 거침없이 흉기들을 내뱉던 그들. ​창작가보다 평론가들이 더 많은 우리나라 현실에 진정한 평론가와 겉치레 평론가를 구별해 내기 딱 좋은 시간 이였다.
  

Anyone can be cynical,
Dare to be an optimist.
냉소적으로 구는 건 누구나 다 할 수 있어.
담대하게 낙관 주의자가 되라.


  문유석 작가님 또한 자기 한계 안에서 일부라도 바꾸려 하는 용감한 사람, 세상을 바꿀 수 있는 사람 중 하나다. 그는 한국 사회에 깊게 침투 해 있는 집단주의에 대해 환기시키고, 인간의 본성을 지적하며, 뒤쳐진 우리의 의식수준을 고발한다. 또한 해결책으로 합리적 개인주의를 제시한다. ​나는 다른 사람이 아닌 사회와 타협하고, 성공한 입장에 있는 판사님이 이런 글을 썼기에 더더욱 설득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개인적으로 속 썩히는 것이 싫어 시사를 회피했던 나로서는 조금 이해하기 힘든 책이었지만, ‘무지야 말로 악이 될 수도 있다’는 말에 양심의 가책을 느낀 사람으로서 조금씩 변해야 겠다 결심한다. 작가님은 이렇게 또 한 사람을 변화시킨 것이고, 나 또한 그 가지가 될 수 있으면 좋겠다.


[김경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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