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展

글 입력 2016.10.17 15: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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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THE CITY IN ART, ART IN THE CITY
 
 
 
한글날 마라톤을 마치고 향한 국립중앙박물관은 이런저런 행사들로 방문객들이 북적였지만, 그만큼 박물관이 사랑받는다라는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라는 사실을 직접 눈여겨 볼 수 있었다. 나에게 박물관은 어지러진 마음을 치유하고 사색하기가 적격인 장소다 보니, 지난 8월에 이어 다시 발걸음이 향할 때 더 가벼워진 느낌이었다.
 
 
이번에 관람한 전시는 바로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 영문명은 THE ART IN THE CITY, ART IN THE CITY다. 도시와 미술, 어쩌면 둘의 경계는 인간의 역사와 떨어질래야 떨어질 수 없는 관계에 있다 보니 이번 전시는 이 둘의 관계에 대한 의미 정리와 더불어 조선시대의 미술사와 미의식을 한번에 바라볼 수 있는 전시라 더 특별했던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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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구에 소개된 전시 문구에 따르면, <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은 조선시대 후기부터 근데인 1930년대까지 '미술'이 태어나고 '도시'라는 세계를 들여다보는 전시로,  이전 프리뷰에서 설명했듯이 총 네 섹션으로 나뉘어 <성문을 열다> Opening of the City Walls, <사람들, 도시에 매혹되다> People, Captivated by the City, <미술, 도시의 감성을 펼치다> Art, Portraying the Sensibilities of the City로 나뉘어 관객들을 맞이하였다.
 
 
큰 성문과 같은 첫번째 섹션 부스에 들어가면, 조선시대 도성의 문인 성문을 중심으로 한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데, 특히 멀리 중국 랴오닝성박물관에서 온 청명상하도(중국 청명절의 도성 내외의 번화한 정경을 묘사한 그림이 전시되어서일까? 당시 중국 교역과 시민들의 일상을 매우 세부적으로 그리면서도 동양화의 절제미와 당시 사람들의 이상적인 도시상을 담아낸 작품은 관객들의 긴 행렬에 매달려 보기가 어려웠다.가장 관객이 북적거리는 코스라 그런지 사진 촬영이 쉽지 않았던 것도 한 몫했고, 긴 줄을 기다려 작품을 감상하기엔 다소 한적했던 두번째 섹션부터 감상을 하기 시작했다. 그림에 대한 부연설명은 사실 큐레이터나 작품 안내가 아닌 이상 모든 설명을 담아내기 어려운 전시였으므로 궁금한 이들을 위해 링크를 걸어본다. 실제 전시에서는 청명상하도 외에 한국을 찾아온 중국 고소번화도, 일본 낙중낙외도는 감상하기가 수월한 편임을 밝혀두며,  한,중,일 세 나라가 바라본 도시의 이상향과 미술세계를 한눈에 알 수 있는 자리로 기획을 해 두었으므로 이 점을 참고해 주길 바란다.
 
 

청명상하도
[청명상하도] 청명상하도를 통해 카이펑에서 이루어지는 활발한 교역에 대해 알아본다.(동영상 출처 : EBS 동영상 (2014. 5.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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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후 안내된 코스를 지나 만나게 된 2번째 섹션인 <사람들, 도시에 매혹되다> People, Captivated by the City​에서는 큰 스크린에서 전통화가 살아 움직이는 영상아트를 만나볼 수 있다. 실제 이 영상을 풀로 촬영하면서 두 번이나 감상했던 내 입장에서는 이번 전시의 핵심이자 묘미가 바로 이것이 아니었나 싶었다. 총 러닝타임 5분에 달하는 작품인 <태평한 시절, 어느 하루>는 우리와 별반 다르지 않은 사람들의 일상을 그리고 도시생활을 그들의 삶을, 재치있고 풍자스럽게 풀어낸 작품으로 오래 기억이 남았다. (동영상은 향후 업데이트하여 포스팅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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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속 도시, 도시 속 미술>​에서 특별하게 만나볼 수 있는 두 인물, 바로 한국미술사에서 절대 빼놓을 수 없는 화가인 김흥도와 신육복을 만나볼 수 있으며, 그들의 풍속화를 실제로 감상할 수 있게 전시되어 있다. 아래 사진에서와 같이 두 인물의 차이는 바로 그들이 그린, 작품의 인물상에 대한 차이를 들 수 있다. 단원 김홍도는 다양한 소재를 가지고 그림을 그리고 서민들의 모습을 담아낸 그림이 많다면, 혜원 신윤복은 화려한 복식과 자태를 갖춘 이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그림이 많다는 점이다. 이 섹션에서는 이 외에도 신식 지식인들과 중인들의 다양한 작품들과 더불어 도시의 확장과 미술시장의 형성이라는 흐름을 파악할 수 있는 부스로 기억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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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째 섹션인 <미술, 도시의 감성을 펼치다> Art, Portraying the Sensibilities of the City​ 에서는 가장 많은 사진을 촬영할 만큼 나에게 의미부여가 깊게 된 섹션이었다. '여행'에 대한 남다른 애정이 있어서일까? 조선 본토의 미술과 더불어 당시 여항 문인 화가들의 작품을 실질적으로 만나볼 수 있어서 때문일까? 당시 고위층에게 허용되던 여행이 보다 보편적으로 확장되면서 이들은 점차 창작 주체로 자의식을 갖추고 전문 작가의 문을 열기 시작했는데, 최근 계속 관심 있고 읽고 있는 현시대의 책가도를 풀어낸 임수식 사진작가의 책가도와 가장 사랑하는 꽃인 매화를 주제로 한 매화도의 정통을 만날 수 있었던 전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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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도란, 조선후기 유행했던 회화양식으로 당시 부유의 상징이던 '책장'을 중심으로 한 유행했던 미술의 흐름으로, 현시대적으로 풀자면, 당시 선비들의 핫(?)한 인테리어 열풍과 '내 책장 좀 보소'라는 자랑 가득한 자의식이 담긴 그림이라고나 할까? 즉, 다시 말해 자신의 취향을 과시하면서 작가 본연의 의식의 색채가 뚜렷해 진 조선시대 미술을 엿볼 수 있는 전시였던 곳으로 더 이상 작품의 주인이 풍경이나 보편적인 주제에 머무르지 않고, 자신이 표현하고 싶은 바를 표현하는 그들의 목소리가 높아진 시기의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책가도
<정의> 민화의 하나로 책, 부채, 향로, 도자기 등을 화재(畵材)로 그린 그림. <상세설명> 책가도(冊架圖), 문방도(文房圖)라고도 한다. 높게 쌓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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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가도와 홍매화도 외에 가장 언급하고 싶은 작품은 바로 여행문인이자 서화가인 조희룡의 여행기 <호산외사>다. 기록에 남기지 않았다면 평생 모르고 살았을 인물, 그리고 역사에 길이 남지 못했을 존재감이 미약했을지도 모르는, 그렇지만 그는 전문 작가의 눈으로 그리고 그의 글로 다양한 인물들을 만나고 그들의 행적으로 작품으로 남겼다. 조희룡은 과연 어떤 사람이었을까?
 
 
타임머신을 타지 않는 이상 그를 만날 수 있는 일은 불가능에 가까운 기적이겠지만, 그는 내가 향해하고자 하는, 추구하고자 하는 작가의 이상을 알려준 인물이었다. 유명 위인전의 자사전이 아니다. 그렇다고 나를 위한 에세이나 일기도 아니다. 내가 하고 싶은 일은 이 세상을 살면서 그리고 한번 뿐이라는 인생을 살아가면서 남기고 싶은 글은 바로 누구에게나 공감되고 감성적이며, 오래 사랑 받을 수 있는 글을 쓰는 것이다.
 
 

호산외사
조선 후기에 조희룡이 엮은 인물전기집. [개설] 1책(41장). 필사본. 1844년(헌종 10)에 탈고되었다. [내용] 『호산외사』의 권두에 조희룡의 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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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으로 기록하고 싶은 인물은 바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이하응, 흥선대원군이다. 그런 그도 이리 초상화를 남긴 걸 보면 당시 그가 애착하던 물품들을 알 수 있었다. 사실 이 글을 쓰기 일주일 전 쯤인가? 회사에서 티타임을 갖다가 이런 얘기가 오고 간 적이 있다. 흥선대원군은 악인이었을까? 선인이었을까? 말이다. 보스는 선인이라고 (당시 그 시대의 흐름과 권력을 기준으로 보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했던 거고, 도의적인 악의는 없었을 것이라고) 나는 1초의 망설임도 없이 악인이었다고 대답하였다. 그 이유는 이유가 무엇이든, 역사는 후세가 기억하는 것이라고 말이다. (참고로 여기서 말하는 악인은 범죄를 범한 자를 뜻하는 악인이 아니라, 그가 살아오면서 남긴 역사의 행적에 대해 긍정적이냐 부정적이냐를 의미하는 바다.)
 
 
격동하던 개화기 시대에 나라면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 흥선대원군과 같았을까? 아니면 달랐을까? 온갖 생각이 교차하면서 넘어간 마지막 세션은 바로 <도시, 근대를 만나다> The City, Facing Modernit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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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번째 섹션인 <도시, 근대를 만나다> The City, Facing Modernity​에서는 20세기에 접어들어 정통 미술과 현대 미술의 교차점을 시사할 수 있는 전시로 일본으로 유학을 떠난 조선 화가들의 작품과 더불어 신문, 광고 등 새로운 매체들과의 결합, 혼재된 세상의 예술가들의 투혼을 만날 수 있었다. 모든 미술사가 그러하듯, 격변하는 시기에서는 정체성이 흔들리고 새로운 흐름에 맞딱들일 때의 두려움은 모두가 겪어야 할 갈등이다. 근대의 길목에서 새로움을 대면해야 했던 그들의 삶이 암흑 같았어도, 그들이 있었기에 현재의 우리가 존재하듯, 나에게 깊은 울림을 안겨다 주며 전시 관람을 마무리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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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 아쉬웠던 점을 꼽자면, 어쩔 수 없는 점이기도 하지만, 여성 화가나 작품을 쉽게 접하기 어려워서 기대한 점이 있었는데, 역시 따로 전시된 작품은 없었다. 개인적으로 여류화가들의 작품들을 만나보지 못한 점은 이 글에 쓰고 싶었다. (우리가 잘 아는 심사임당, 허균 누나인 허난설헌, 조선 최초 여성 여행자이자 여행기를 남긴 호동서락기의 저자 김금원까지 말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번 전시는 한국인으로 가져야 할 미술관과 더불어 미술이 우리의 삶에 끼치는 강력하면서도 중요한 영향과 역사 속에 남은 선구자들의 흔적을 좇으며 도시와 미술이라는 관계에 대해 파헤쳐 볼 수 있는 전시였다. 이 흥미로운 여정에서 내가 경험하고 바라볼 수 있었던 모든 것들이 남은 세상을 살아갈 때 든든한 버팀목이 될 수 있길 바라며, 이 작업에 초대되고 전시된 이들의 이름이 새겨진 사진들을 끝으로 이번 전시 리뷰는 여기서 마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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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글은 Art, Culture, Education - NEWS 아트인사이트 (www.artinsight.co.kr)과 함께 합니다.
  
 
 
[오윤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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