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순수하고 서정적인 시, 이육사의 '청포도' [문화 전반]

글 입력 2016.09.19 23: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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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고장 칠월은
청포도가 익어 가는 시절.


이 마을 전설이 주저리주저리 열리고
먼 데 하늘이 꿈꾸며 알알이 들어와 박혀


하늘 밑 푸른 바다가 가슴을 열고
흰 돛 단 배가 곱게 밀려서 오면


내가 바라는 손님은 고달픈 몸으로
청포(淸泡)를 입고 찾아 온다고 했으니,


내 그를 맞아 이 포도를 따 먹으면
두 손은 함뿍 적셔도 좋으련.


아이야, 우리 식탁엔 은쟁반에
하이얀 모시 수건을 마련해 두렴.


-이육사, <청포도>



최근에 영화 <밀정>을 보고
일제 강점기 당시 독립운동가 분들에 대해 여러 글을 읽던 중,
문득 이육사 시인이 떠올랐다.
이육사 시인은 윤동주 시인과 함께 1940년대 대표적인 항일 시인으로
꼽히는 분인데, 영화 '동주' 등으로 인지도가 높아진 윤동주 시인과는 달리
아직 그를 잘 모르는 사람이 많다.

이육사 시인은 쉽게 말해
윤동주 시인보다 좀 더 적극적이고 남성적인 느낌인데,
그의 대부분의 시는 강렬하고 투철한 의지를 보이는 것이 특징이다.
하지만 이 시는 이육사 시인 특유의 강렬하고 남성적인 어조를 사용하지 않고
 향토색이 짙은 시어를 선택하였는데, 이렇게
순수하고 서정적인 이미지가 돋보이는 것이 인상적이다.

청포도가 익어 가는 칠월에
먼 곳에서 찾아오는 손님을 기다리는
주인의 정서를 중점으로 다루는데,
이를 시대적 상황과 연결지어
청포 입은 손님이 암시하는
조국 광복에 대한 낭만적인 동경을 나타낸다.

청포도나 푸른 바다, 흰 돛 단배처럼
하얗고 푸른 색채 이미지가 낭만적인 풍경을
상상하게 만들고, 마치 순수시처럼 부드러운 어조가 쓰여 자꾸 읽고 싶은 느낌을 준다.

이렇게 <청포도>를 통해
보통의 이육사 시인의 스타일과 다르다는 점이 매력적이고,
입에서 자꾸 곱씹게 되는 향토적이고 순수한 시어가 쓰여서
읽을 때마다 상큼하고 부드럽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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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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