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화로운 오케스트라의 표본, <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 >

글 입력 2016.09.11 00: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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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콘서트홀에서 열리는 로열필하모닉 오케스트라 내한공연을 보고 왔다. 로열필, 알렉산드로 쉘리, 제임스 정환 김이 무대에 오르는 공연이었다. 게다가 프로그램에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브람스 4번이 메인이었고. 정말로 안 갈 수가 없는 공연이었다.





 
 Programs

멘델스존, 핑갈의 동굴 서곡 B단조 Op.26
차이코프스키,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 Op.33

Intermission

브람스, 교향곡 4번 E단조 Op.98






시작은 멘델스존의 핑갈의 동굴 서곡으로 시작되었다. 사실 개인적으로는 처음 듣는 곡이었다. 익숙하지 않은 곡이 울려퍼지는데, 물결이 일렁이는 듯한 주제가 연주되었다. 바다가 연상되는 곡이었는데 그냥 푸르고 맑은 바다를 그리기엔 어딘가 묘한 분위기가 가득했다. 그 신비롭고 극적인 느낌이 일렁거리며 울려퍼지는 듯이, 알렉산드로 쉘리와 로열필이 아주 잘 전달해주었다.


1부의 두번째 곡은 차이코프스키의 로코코 주제에 의한 변주곡이었다. 제임스 정환 김이 나온 무대기도 했다. 지난 8월에 금호아트홀에서 그의 공연이 있었는데 못가서 이번엔 꼭 보고 싶었다.

로열필이 먼저 비장하고도 아름다운 선율이 객석을 채웠다. 뒤이어 제임스 정환 김이 화려하고 강한 철로 주제를 연주했다. 생동감 넘치는 리듬감을 강조하고, 느리면서 서정적인 변주 부분을 넘어 카덴차가 여러 번 등장하는 대목에 이르렀을 때에는 제임스 정환 김이 완전히 객석을 압도했다. 낭만적인 카덴차에서 격정적인 변주를 이어가다가 질주하는 듯한 첼로의 선율이 고조되면서 곡이 마무리되었다.


그 열정적인 무대에 이어 제임스 정환 김이 앵콜을 연주했다. 바흐 무반주 첼로 소나타 중 하나인 것 같은데 정확히 모르겠다. 그런데 제임스 정환 김은 앞선 격정적인 연주에 이어서 앵콜로도 쉴 틈 없이 질주하며 화려한 선율과 리듬을 여과없이 보여주었다. 아직 앳된 모습이 보이는데도 연주하는 순간엔 그의 나이를 가늠할 수가 없을 정도로 멋졌다.



사실 1부에서 전반적으로 느낀 게 로열필의 관악파트가 굉장히 탄탄하다는 점이었다. 특히 목관 파트가 굉장히 인상적이었다. 플룻, 오보에, 클라리넷 모두 수석 주자가 연주하는 순간마다 시선이 자연히 그 쪽으로 향하게 되었다. 목관 파트와 가까운 LP석이기 때문이어서 잘 들렸던 탓도 있지만, 정말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하고 매력적인 연주들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2부가 더 기대되었다.



2부는 브람스 교향곡 4번이었다. 개인적으로 교향곡 중에서 가장 좋아하는 곡이다. 이 작품은 바로크적인 구성이 생생하면서도 낭만주의적인 요소들이 살아있다. 여기에 내재된 비극적인 어두움은 단조를 좋아하지 않았던 나에게도 너무나 매력적이었다. 오랜만에 실황을 듣는 것이라 더욱 기대가 컸다.

시작부터 주제가 연주되는 1악장. 어둡고 무뚝뚝하고 사색에 빠진 것 같은 그 느낌이 여실히 살아 있었다. 1악장 자체만으로도 이 곡이 침잠해갈 것임을 알 수 있게 되어있는데, 그 장엄함을 처지지 않게 표현해주었다. 그 소리를 표현하는 게 굉장히 애매할 수 있는데 늘어지지 않으면서 1악장의 느낌을 잘 전달해줬다.
보통의 교향곡 2악장과는 사뭇 다른 느낌의 브람스 4번 2악장. 호른으로 시작되기 때문에 그 도입부에서부터 사실 판가름이 난다. 로열필 호른 주자는 그 웅장하고도 고아한 주제를 잘 전달해주었다. 호른주자와 가까운 LP석이라 더 잘 들렸는데, 가까이서 들어도 흔들리지 않고 안정적이었다. 이어지는 클라리넷, 현악기들의 서정적인 선율도 조화로웠다. 특히 로열필의 관악파트가 서로 조화롭다는 것이 잘 느껴지는 대목이었다.
3악장의 활기찬 분위기와 화려한 색채도 좋았다. 그러나 4악장에서 특히 로열필의 저력이 느껴졌다. 이 악장은 감정과잉이 되면 과유불급이 되어버리는 악장이기 때문이다. 트롬본이 주제를 힘차게 연주하며 점차 변주가 진행되는데 그 완급조절이 절묘했다. 금관에 이어 현악으로 주제가 넘어간 후에도 늘어지지 않게 완급을 조절하면서 점차 비극을 심화해갔다. 그 종국적인 결말로 치닫는 그 과정을 직접 목도하는 건 굉장히 짜릿했다. 비극에서 비극으로, 아주 아름답게 마무리되기까지.



본 무대가 끝나고 로열필은 두 곡의 앵콜곡을 연주했다. 첫번째도 여러 번 들었던 곡인데 기억이 안나고(무곡 느낌이었는데, 추후에 추가) 두번째는 브람스 헝가리무곡 5번이었다. 열정적으로 앵콜을 마무리지으며 객석을 향해 만면의 미소를 보인 알렉산드로 쉘리와 로열필 오케 단원들의 모습을 보니 나도 더 벅찬 기분이었다.


롯데콘서트홀을 간 게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음향이 좋다는 걸 실감했다. 만일 같은 무대를 예당 합창석에서 들었으면 이만큼 소리를 충분히 듣진 못했을 것이다. 더군다나 이렇게 멋진 지휘자와 오케스트라의 연주를 생생히 들어서 더 좋았다. 가을에 어울리는 브람스 4번을 실황으로 오랜만에 들어 좋았는데, 특히 확실하게 자기주장을 하며 조화를 이루는 로열필 금관, 목관 파트의 역량이 아주 인상적이었다. 물론 이 모든 것들을 조화롭게 전달한 지휘자 알렉산드로 쉘리는 두말할 나위 없이 최고였다.


아쉬운 게 있다면 공연매너. 악장 끝나고 박수치는 사람들이 너무 많았다. 공연장에서 악장 사이에는 박수를 치지 말고 곡이 완전히 끝날 때 박수를 쳐야 한다고 안내를 해주는 게 낫지 않을까 싶었다. 게다가 공연 중에 잡담하는 사람도 있었다. 공연장 음향이 좋아 악기 소리들이 잘 들리는 만큼 소음도 훨씬 잘 들릴 수밖에 없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굉장히 좋았던 공연임은 분명하다.
언제 이 조합을 다시 만날 수 있을까. 정말 꼭 다시 이 조합으로 무대를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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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미화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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