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나의 사랑 백남준 그리고 그의 동반자 구보타 시게코(久保田成子)

백남준의 삶과 사랑, 예술
글 입력 2016.09.02 23: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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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아이처럼 천진하고 우주처럼 심오한 남자
   백남준의 수많은 모습을 만나다


백남준-표지입체(고해상).jpg
 


백남준

1932년 서울에서 태어나 도쿄대학교에 진학해 미학을 전공한 후, 아놀드 쇤베르크의 음악으로 졸업 논문을 썼다. 1956년 독일로 건너가 유럽 철학과 현대 음악을 공부하는 동안 동시대 전위 예술가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면서 기존의 예술 규범, 관습과는 다른 급진적 퍼포먼스로 예술 활동을 펼쳤다. 비디오 영상뿐만 아니라 조각, 설치 작품과 비디오 영상을 결합하고, 자유자재로 편집할 수 있는 비디오 신디사이저를 개발하였으며, 여기에 음악과 신체에 관한 끊임없는 탐구까지 더해져 백남준만의 독보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하였다. 백남준은 미디어 아트의 개척자로서 다양한 테크놀로지를 이용하여 실험적이고 창의적으로 작업했던 예술가이다. 예술가의 역할이 미래에 대한 사유에 있다고 보았으며 예술을 통해 전지구적 소통과 만남을 추구했던 백남준은 “과학자이며 철학자인 동시에 엔지니어인 새로운 예술가 종족의 선구자”, “아주 특별한 진정한 천재이자 선견지명 있는 미래학자”로 평가 받으며 여전히 가장 “현대적인 예술가”로서 우리 곁에 숨 쉬고 있다.



 백남준은 명백한 천재였다. 하지만 그가 남긴 것은 위대한 예술작품들만이 아니다. 그는 삶 자체도 하나의 예술로 생각했다. ‘예술이란 원래 사라지는 것’이라는 자신의 말처럼 백남준은 이 세상을 예술처럼 살다 사라졌다. 그 예술 같은 생의 중심에는 사랑이 있다. 40여년의 세월을 걸쳐 이어진 두 사람의 사랑 사이에 ‘인간 백남준’이 있다. 누구보다도 그를 사랑하고 존경하는 구보타 시게코의 시선을 통해 우리는 새로운 그를 만나볼 수 있다.
아이 같이 순수하고 천진난만한 백남준, 입바른 말을 모르는 지나치게 솔직한 백남준, 무뚝뚝하지만 은근한 로맨티스트 백남준, 대식가 백남준, 비상한 기억력과 최고의 건망증을 동시에 지닌 백남준, 세상물정 모르는 백남준, 뻔뻔하지만 사랑스러울 수밖에 없는 백남준, 전 세계를 누비는 유목민처럼 살았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고향을 사무치게 그리워한 백남준. 우리는 이렇게 수많은 백남준을 만나며 이 위대한 천재 예술가를 비로소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된다.


백남준이라는 예술가로서의 업적에 대해서, 그리고 인간적인 면모에 대한, 그와 가장 가까운 사람이었던 아내 구보타 시게코의 관계에서의 백남준의 모습에 대해 조금이나마 알고싶은 마음에 책을 읽어보려 한다. 마침 DDP 동대문 플라자에서 10월 말까지 전시회도 하고 있기에 같이 곁들여서 읽어보면 좋을 것 같다.


백남준_TV_부처_1973.jpg
 

드디어 남준의 네 번째 개인전이 열리는 날, 보니노 갤러리를 찾은 평론가와 언론, 관객들은 그의 작품 앞에 몰려들었다. 가부좌한 부처상 앞에 TV가 있고 TV 뒤에는 비디오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화면에 부처의 모습이 나오게 만든 < tv 부처 >였다. 단순한 배치만으로 부처가 TV 화면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응시하며 깊은 상념에 빠진 듯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제껏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아니 아예 상상도 하지 못했던 독특하고도 복합적인 작품이었다. 평론가들은 동양의 선禪과 서양의 테크놀로지가 만난 기념비적인 비디오아트의 탄생에 열광했다. 남준의 명성이 뉴욕 예술계의 지축을 흔들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 < TV 부처, 동양과 서양의 만남 > 중에서


특히 이 부처에 관한 내용이 무척 관심이 가는데, 예술적으로 어떤 의미인지 그리고 아내인 시게코의 시점에서 바라보는 백남준에 대하여 들어보았으면 한다.





서로가 서로의 삶이자 사랑이자 뮤즈였던
예술가 커플의 치열한 삶과 사랑, 예술


같은 분야의 예술을 함께하는 예술가 커플이 말년까지 함께하며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미술사의 많은 사례들을 통해 충분히 알고 있다. 백남준은 놀라운 창의력과 실행력으로 비디오아트라는 새로운 장르를 창조했고 그 이후로도 끊임없이 예술의 지평을 넓혀갔다. 구보타 시게코 또한 백남준처럼 비디오조각을 선보이며 나름의 예술세계를 구축했고, 때로 백남준의 질투를 받을 만큼 뛰어난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나를 온전히 이해하고 삶과 사랑, 예술을 함께 나눌 수 있는 동반자를 만난다는 것은 그 무엇보다 큰 축복일 것이다. 시게코가 곁에 있었기에 백남준은 전 세계를 유랑하며 자신의 예술을 마음껏 펼칠 수 있었고, 동시에 든든한 피난처에서 지친 마음을 달래고 새로운 힘을 얻을 수 있었다.

 이 책은 자신에 대해 미처 기록하지 못하고 떠난 백남준의 생각과 말들을 그를 가장 사랑스럽게 지켜보며 평생을 함께했던 아내 구보타 시게코의 생생한 증언이다. ‘추상’으로 머물던 백남준의 작품세계에 살을 붙이고 온기를 불어넣는, 사랑이 담긴 회고담이다. “남준과 함께 사는 것 자체가 내게는 ‘아트’였다”는 고백처럼, 이 책은 백남준과 시게코의 삺의 이야기 자체로 하나의 아트가 되는 기록이다. 더욱이 구보타 시게코 여사가 그토록 그리워하던 백남준과 재회할 수 있는 곳으로 떠난 지금, 이보다 솔직담백하고 은밀한 이야기는 앞으로도 다시 만나기 어려울 것이다.





저자 소개


구보타 시게코 (久保田成子)

1937년 일본에서 태어났다. 도쿄교육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후 시나가와 중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며 국제적인 전위예술 운동인 플럭서스에 합류한다. 1964년 당시 독일에서 활약해온 전위예술계의 총아 백남준의 공연을 보고 강렬한 충격을 받아 새로운 예술을 갈망하며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싣는다. 그리고 뉴욕에서 백남준과 운명처럼 재회한다. 이때부터 2006년 백남준이 타계할 때까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는 예술가 커플로 40여 년을 함께한다. 다음 해 백남준을 기리는 ‘백남준과 함께한 나의 삶’ 전을 개최했으며, 2015년 78세의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1964년 초 도쿄 나이쿠아 갤러리에서 첫 개인전을 열었고, 이후 뉴욕 르네 블록 갤러리, 현대미술관 MoMA, 휘트니미술관 등에서 ‘비디오 조각’ 개인전을 여는 등 뛰어난 현대미술가로 평가받았다.


남정호

1962년 서울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경제학과를 졸업했고, 영국 런던 정경대학LSE 에서 국제관계학 석사 학위를 취득했다. <중앙일보> 사회부, 정치부를 거쳐 브뤼셀•런던•뉴욕 특파원을 지냈고, 현재 논설위원으로 재직하고 있다. 2006년 뉴욕 특파원으로 백남준의 장례식을 취재하면서 미망인 구보타 시게코를 처음 만났고 이후 수 년에 걸쳐 뉴욕을 오가며 그를 인터뷰했다. 이를 바탕으로 집필한 『나의 사랑 백남준』에서 세계적인 예술가 백남준과 또 다른 걸출한 비디오 아티스트 구보타 시게코의 삶과 사랑, 그리고 예술세계를 오롯이 되살려냈다 . 





차례


추천의 글

저자의 글

프롤로그


CHAPTER 1
예술가 백남준과 조우하다
나의 예술적 이상향, 반항아 백남준
희대의 문화테러리스트
전쟁과 파인애플
예술적 아버지 존 케이지
TV예술, 새로운 세계와 사랑에 빠지다
<연애편지>에 받은 답장


CHAPTER 2
거침없이 플럭서스
뉴욕에서의 재회
우리의 실험, 코뮌 라이프
아방가르드 파트너, 샬럿 무어맨
버자이너 페인팅
외설과 예술 사이
천재 예술가를 사랑한다는 것
캘리포니아 드림은 없다
소호 탄생의 비밀


CHAPTER 3
뉴욕을 강타한 황색재앙
큐레이터 시게코의 헌신
가난한 플럭서스 커플
TV 부처, 동양과 서양의 만남
달빛은 높은 예술, 백남준은 낮은 예술
나의 뒤샹을 질투한 남자
한국 남자를 좋아하는 유전자
슬픈 결혼식


CHAPTER 4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새로운 쇼
소름 돋는 천재와 세 살배기 아이
독일의 감격시대
34년 만의 금의환향
한국 무덤에 반하다
지상 최대의 쇼를 하라
그의 안에 무당이 있다
다다익선, 거대한 TV 탑을 세우다


CHAPTER 5
부처, 야곱의 사다리를 오르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비디오 아티스트의 숙명
손이 천 개 달린 부처
백악관에서 바지를 내리다
거장, 야곱의 사다리를 오르다
예기치 못한 상처
고향에 가고 싶다
그가 떠나던 날
백남준의 고향
백남준과 함께한 나의 삶


에필로그

백남준 연보

구보타 시게코 연보

도판리스트

참고문헌





아트인사이트


[김다예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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