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eview] 도서 < 나의 사랑 백남준 > 프리뷰

글 입력 2016.09.02 1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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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가로서, 아내로서 바라본 백남준은 어떤 사람이었을까? <나의 사랑 백남준>은 아내 구보타 시게코의 눈으로 바라본 백남준의 삶과 예술에 대한 이야기가 담긴 책이다. 그녀는 백남준과 같은 현대미술가로서1937년 일본에서 태어나 도쿄교육대학 조소과를 졸업한 후 시나가와 중학교에서 미술을 가르치며 국제적인 전위예술 운동인 플럭서스에 합류하게 된다. 1964년 당시 독일에서 활약해온 전위예술계의 총아 백남준의 공연을 보고 강렬한 충격을 받아 새로운 예술을 갈망하며 뉴욕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그녀는 뉴욕에서 백남준과 운명처럼 재회한다. 그리고 2006년 백남준이 타계할 때까지 서로에게 영감을 주고받는 예술가 커플로 40여 년을 함께한 여성이다. 

그녀가 처음 본 순간 매료되어 40년을 함께 한 백남준은 누구인가? 그에 대해 간단한 소개를 하자면 백남준은 1932년 태어나 일본 동경대학에서 미술사와 미학, 음악학, 작곡을 공부한 뒤 1956년 독일로 유학을 떠나 뮌헨대와 프라이부르크 음악학교, 쾰른대학에서 현대음악을 전공했다. 그는 1961년 플럭서스 운동의 창시자 조지 마키우나스)와 첫 만남을 가진 후 플럭서스(Fluxus)의 창립 멤버 가운데 한 명이 되었으며, 이후 요제프 보이스 등과 함께 독일 플럭서스 운동을 주도하게 되었다. 그리고 이 과정에서 그의 비디오 아트가 탄생하게 된다. 

플럭서스란 '변화', '움직임', '흐름'을 뜻하는 라틴어에서 유래하는 뜻으로 1960년대 초부터 1970년대에 걸쳐 일어난 국제적인 전위예술 운동이다. 이 용어는 리투아니아 출신의 미국인 마키우나스가 1962년 독일 헤센주의 비스바덴 시립미술관에서 열린 '플럭서스-국제 신음악 페스티벌'의 초청장 문구에서 처음 사용하면서 널리 알려졌다. 플럭서스 운동은 음악과 시각예술, 무대예술과 시 등 다양한 예술 형식을 융합한 통합적인 예술 개념을 탄생시켰으며, 메일아트·개념미술·포스트모더니즘·행위예술 등 현대 예술사조를 직접 탄생시키기거나 여러 예술 운동에 많은 영향을 주었다. 대표적인 플럭서스 예술가로는 마키우나스, 히긴스, 존 케이지, 보이스, 블록, 샬롯 무어맨, 레이 존슨, 그리고 백남준 등이 있다.
그녀가 처음 백남준을 만난 순간과 그의 예술에 관한 이야기도 책 속에서 확인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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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그렇듯 클라이맥스는 마지막에 왔다. 그는 자신이 신고 있던 가죽 구두를 벗어 들었다. 그러더니 그 안에 물을 콸콸 따르고는 단숨에 마셔버렸다. 신발의 고린내가 객석까지 날아오는 듯했다. 보기만 해도 참을 수 없는 욕지기가 목구멍을 타고 스멀스멀 치밀어 올라왔다. 빨아먹듯 구정물을 마셔버린 그는 갑자기 무대 뒤로 사라졌다. 십여 분이나 지났을까. 어디선가 적막을 찢는 듯한 벨소리가 울려 퍼졌다. “공연은 끝났다”고 알리는, 공연장 외부에서 걸려온 느닷없는 전화였다. 1964년 5월 29일, 그날은 내가 기사로만 접했던 남준의 공연을 처음 본 날이었다. 마치 폭풍이 휩쓸고 간 것처럼 파괴적인 공연이었다. 보는 내내 숨이 멎는 것처럼 긴장이 되었다. 공연이 끝난 뒤에도 한참이 지나도록 광기 어린 몇몇 장면들이 공포영화의 잔상처럼 남아 머릿속에서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다.

- <나의 예술적 이상향, 반항아 백남준> 중에서


드디어 남준의 네 번째 개인전이 열리는 날, 보니노 갤러리를 찾은 평론가와 언론, 관객들은 그의 작품 앞에 몰려들었다. 가부좌한 부처상 앞에 TV가 있고 TV 뒤에는 비디오카메라가 설치되어 있어, 화면에 부처의 모습이 나오게 만든 였다. 단순한 배치만으로 부처가 TV 화면에 나오는 자신의 모습을 물끄러미 응시하며 깊은 상념에 빠진 듯한 장면이 연출되었다. 이제껏 누구도 시도하지 못했던, 아니 아예 상상도 하지 못했던 독특하고도 복합적인 작품이었다. 평론가들은 동양의 선禪과 서양의 테크놀로지가 만난 기념비적인 비디오아트의 탄생에 열광했다. 남준의 명성이 뉴욕 예술계의 지축을 흔들기 시작하는 순간이었다.

- < TV 부처, 동양과 서양의 만남 >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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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처럼 아내이자 같은 예술가로서 천재라 불리는 사람의 일생을 지켜보는 것은 어떤 기분일까. 내가 만약 그녀라면 때로는 엄청난 질투심과 좌절감, 존경심이 한꺼번에 느껴질 것만 같다. 그의 모든 것을 지켜본 사람의 눈으로 본 천재 백남준은 어떤 사람이었을지 궁금해져 하루라도 빨리 책을 읽고 싶은 마음이다. <나의 사랑 백남준>은 가난했던 유학 시절 젊은 예술가의 풋풋했던 첫사랑과 치기어린 퍼포먼스, 세상을 뒤집어놓은 파격적인 전시의 뒷이야기, 우연을 인연으로 만든 두 사람의 러브스토리 등 어디서도 들어보지 못한 흥미로운 에피소드와 함께 백남준과 시게코가 가지고 있던 공개되지 않은 사진을 포함한 90여 컷에 이르는 풍성한 사진자료도 함께한다. 백남준의 삶과, 예술, 그리고 그가 세상을 떠날 때까지 함께했던 예술적 동료이자 아내였던 구보타 시게코의 인생이 담겨있는 책이니 그들이 궁금하다면 이 책을 추천하고 싶다. 





● 차례


추천의 글
저자의 글

프롤로그

CHAPTER 1
예술가 백남준과 조우하다

나의 예술적 이상향, 반항아 백남준
희대의 문화테러리스트
전쟁과 파인애플
예술적 아버지 존 케이지
TV예술, 새로운 세계와 사랑에 빠지다
<연애편지>에 받은 답장

CHAPTER 2
거침없이 플럭서스

뉴욕에서의 재회
우리의 실험, 코뮌 라이프
아방가르드 파트너, 샬럿 무어맨
버자이너 페인팅
외설과 예술 사이
천재 예술가를 사랑한다는 것
캘리포니아 드림은 없다
소호 탄생의 비밀

CHAPTER 3
뉴욕을 강타한 황색재앙

큐레이터 시게코의 헌신
가난한 플럭서스 커플
TV 부처, 동양과 서양의 만남
달빛은 높은 예술, 백남준은 낮은 예술
나의 뒤샹을 질투한 남자
한국 남자를 좋아하는 유전자
슬픈 결혼식

CHAPTER 4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새로운 쇼

소름 돋는 천재와 세 살배기 아이
독일의 감격시대
34년 만의 금의환향
한국 무덤에 반하다
지상 최대의 쇼를 하라
그의 안에 무당이 있다
다다익선, 거대한 TV 탑을 세우다

CHAPTER 5
부처, 야곱의 사다리를 오르다

초대받지 않은 손님
비디오 아티스트의 숙명
손이 천 개 달린 부처
백악관에서 바지를 내리다
거장, 야곱의 사다리를 오르다
예기치 못한 상처
고향에 가고 싶다
그가 떠나던 날
백남준의 고향
백남준과 함께한 나의 삶

에필로그

백남준 연보
구보타 시게코 연보
도판리스트
참고문헌


구보타 시게코 ․ 남정호 지음
· 분량: 384쪽  · 사양: 135*190/무선  · 가격: 18,000원  · 분야: 예술>에세이 
· 발행일: 2016년 8월 1일 · 아르테 펴냄 · ISBN 978-89-509-6607-2  03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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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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