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더 가이즈

글 입력 2016.08.28 03: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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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놉시스

클럽이 대세가 되어 버린 요즘.
나이트클럽의 빅뱅이라 불리던
전설의 4인조 라이브 DJ팀 ‘포썸’ 이 있다.

그리고 이들의 재기를 돕는 최고의 여성 DJ 마털다.
한때의 대세가 새로운 대세 앞에 서서히 그 자리를 내어주듯 ‘포썸’ 도
그 자리를 잃어가는 중이다.

하지만 이 청춘들 앞에 포기란 없다.
인생을 걸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멋진 네 남자와 강단 있는 여자 마털다는
어느 날 찾아온 일생일대의 기회를 통해
화려한 재기를 꿈꾸며 무대에 오르는데...



오늘날 미디어에서 이야기되는 성의 영역은 가히 남근의 영토라 할만하다. 여성은 카메라 앞에서 거의 항상 성적 대상화되고, 카메라는 그 여성을 보는 남성들의 욕망을 충족시키기 위해 움직인다. 남성의 성욕은 자연스러운 것으로 받아들여지지만 여성의 성욕은 부끄러운 것으로 간주된다. 여성의 성욕이 공개적으로 이야기된 역사는 짧고, 인류 절반의 성욕은 아직까지도 터부시된 채 외면당한다.


그렇기에 ‘더 가이즈’는 신선한 충격이다. 연극 ‘더 가이즈’는 노골적으로 여성의 욕망에 충실할 뿐 아니라 여성의 성적 욕망을 직접적으로 겨냥한다. 포스터만 봐도 남다르다. 일반적으로 ‘섹스어필이 된다’고 여겨지는 근육질 남성의 벗은 몸이 포스터 절반 이상을 차지한다. 극 중에서도 여성 DJ는 한 번도 벗지 않는 것에 비해 남자 배우들은 수시로 상의를 탈의하며 하나같이 근육질의 몸매를 과시한다. 심지어는 남성 배우들이 속옷을 제외한 모든 옷을 벗어 던지는 19금 퍼포먼스를 펼치기도 한다. 더 신기한 것은 여성 관객들의 반응이다. 여성들은 더 이상 눈을 가리고 그 사이로 힐끔힐끔 내다보며 자신의 성욕을 숨기려고 노력하지 않는다. 남성들의 벗은 몸을 똑바로 바라보고, 환호를 하고, 자신이 그 광경을 즐기고 있음을 거리낌 없이 내보인다.


여성의 욕망을 우선시하여 만들어진 콘텐츠를 본다는 경험은 적어도 나에게는 꽤나 충격이었다. 20대 여성 중 한 명으로써, 나는 내 젠더가 젠더권력에서 약자의 위치를 차지하는 것에 익숙해져왔다. 나의 성욕이 강자의 자리에 위치해 있다는 것은 기묘한 감각이었다. 그 이질감이 생각보다 거대해서 내가 여태까지 얼마나 남성적 시선의 매체들에 파묻혀 살아 왔는지를 새삼 깨달았다. 그런 생각들 속에서 자신의 성욕을 숨기지 않는 여성들의 환호 소리는 일종의 카타르시스 비스무레한 감정을 가져오기까지 했다.


그러나 이러한 충동적 감상과는 별개로 ‘더 가이즈’는 불편했다. 연극 내내 남성들은 옷을 훌렁 훌렁 벗어 제끼며 여성 관객들 앞에서 섹스어필을 한다. 여기에는 분명히 강자와 약자의 논리가 개입한다. 수많은 ‘섹시 컨셉’의 여아이돌들이 그러하듯, 연극의 배우들은 관객들의 성욕에 소비 당한다. 여성 관객들은 이 극장 안의 강자이며 남성 배우들은 약자다. 여성의 시선 속에 이들은 객체화된다. 페미니즘은 여성우월주의가 아니라 젠더를 이유로 하여 성립되는 권력체제에 대한 반발이다. 그런 의미에서 ‘더 가이즈’는 반가부장적이지만 동시에 반페미니즘적이다. 권력 관계는 폭력적이며, ‘더 가이즈’는 그 폭력성을 답습한다. 강자와 약자의 위치만 바뀌었을 뿐, 억압은 그대로다. 그래서 불편하고, 또 불편해야만 하는 연극이다.


구성, 연출력, 플롯 등의 요소는 대체로 빼어난 편이 아니지만, 그 신선한 노골성 만큼은 오래 생각해 볼 여지를 남긴다. 여성이라면 특히 가서 보기를 권한다. 가서 보고, 놀라고, 신기해하고, 그리고 종내는 불편해하기를 바란다. 그 불편함에 기대어 더 좋은 사회를 만들 수 있을 거라 기대한다. 


[이단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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