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달빛크로키

사랑보다는 외로움
글 입력 2016.08.17 2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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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빛 크로키>


달빛크로키_포스터_0717.jpg


 극장에 나긋하게 깔리는 내래이션,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력, 탄탄한 스토리 구성까지. 무엇 하나 빠지는게 없는 웰메이드 연극이다. 포스터에서 소개한 대로  '본격내래이션격정멜로극'은 달빛 크로키를 표현할 수 있는 단 한가지 단어다. 전혀 다른 두 가지의 인물들, 스토리들을 옥탑방이라는 하나의 장소에 조화롭게 녹여냈다.

 필자는 프리뷰에서 본 연극을 '사랑'하면 떠오르는 것을 물어보고, 이와 관련한 이야기들이 담겨진 이야기라고 소개했다. 그 이유는 포스터에 멜로극이라고 적혀있었기 때문이다. 대한민국에서 멜로라 함은 대부분 처음에는 알콩달콩하다가 중간쯤 냉랭해지고 마지막에 알콩달콩해지는 구조를 갖춘 이야기들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달빛크로키는 달랐다. 어쩌면 사랑보다 더 보편적인 감정인 '외로움'이 가득한 연극이다. 달빛 크로키 속 두 가지 이야기를 통해 '외로움'에 대해 공감해보자.





1.1. 옥탑방 크로키 시놉시스.

소여와 미라는 오래된 연인이며
미라는 결혼 이후에도 혼자 살고 있는
소여의 옥탑방을 찾아온다.

소여는 미라를 언제든지 환영하지만
그녀가 다녀간 옥탑방에는 소여의 외로움이 가득하다.
외로움으로 가득한 옥탑방에 어느 날 갑자기 유리가 등장한다.
유리는 당당하게 소여에게 사랑을 고백하지만
소여는 어느 것에도 당당할 수 없는 자신에게서 도피한다.
그러던 어느날, 소여의 오래된 연인 미라와 유리가 마주한다
소여가 있는 옥탑방에서...


1.2. 옥탑방 크로키 리뷰

 필자가 옥탑방 크로키에서 가장 인상깊었던 장면은 유리가 미라에게 "쌤은 안외로워요?"라고 물어본 것이다. 유리는 소여에게 애인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런 질문을 했다. 보통 애인이 있는 사람에게 외롭냐는 질문은 잘 안하지 않은가. 질문에 이어서 소여의 나래이션이 나온다. '들켰다.' 소여는 왜 외로운 것일까. 대한민국에서는 인정받지 못하는 동성애 성향을 갖고 있기 때문에? 결혼도 하고 임신도 하는 미라와는 달리 자신은 아무것도 못하기 때문에? 둘 다 일수도 있지만, 아마 자신이 사랑받지 못한다는 느낌이 들었기 때문일 것이다. 평범한(이성 간의) 연애를 하고 있는 사람들도 충분히 느낄 수 있는 감정이다. 누군가 대놓고 물어보지는 않지만 말이다. 우리는 유리의 질문에 모두가 '들켰다.' 연애를 안하고 있으면 안해서 외롭고, 연애를 해도 관계가 불충분해서 외롭고.  우리는 외로움 속에서 살아간다.





2.1. 참깨라면 시놉시스

늦은 밤,
세경이 찾아와 참깨라면을 먹겠다며
싱크대 앞에서 냄비에 물을 받는다.

세경은 바로 어제 만났던 사이처럼
지훈을 향해 '안녕'이라고 인사한다.
갑자기 쳐들어와 라면을 먹겠다고 하던 세경.
이번엔 참깨라면이 하나밖에 없다며 대성통곡하기 시작한다.


2.2. 참깨라면 리뷰

 옥탑방 크로키가 알콩달콩한 분위기 속에서의 은은한 외로움을 표현했다면, 참깨라면은 대놓고 외로움을 이야기 하고 있다. 일단 주인공 부터가 과거 연인이었던 두 남녀다. 열쇠를 돌려주기 위해 지훈의 옥탑방에 찾아온 세경은 참깨라면을 아주 맛있게 정말 먹는다. 그러나 이후 두 남녀는 이야기가 끝날 때까지 싸움을 멈추지 않는다. 지훈은 무명시절의 자신을 버린 세경에 대한 원한이, 세경은 연애시절 자신을 챙겨주지 않은 지훈에 대한 미움이 가득했던 이야기였다. 서로 각자의 서러움을 한없이 표현하다 결국 지훈과 세경이 차례로 옥탑방을 나가고서야 이야기가 끝이 난다.

 지훈의 경우처럼 외로움은 사랑이 끝난 후 즉, 사랑의 이면에 있는 감정일 수도 있지만 세경의 경우 사랑의 한가운데 속에서도 외로움을 느꼈다.(앞서 말한 소여도 마찬가지.) 따라서 외로움은 사랑과 반대되는 개념이 아니다. 어쩌면 사랑보다 더 우리에게 보편적인 감정일 수도 있는 것이다.





3.1. 달빛크로키 리뷰

 자취하는 친구의 집을 놀러갈 때면 항상 불이 꺼져있고 문을 열면 한기가 들어왔다. 매일 집에서 먹고 자는 나는 경험해보지 못한 감정이 들었다. 아마 이것이 진짜 외로움이 아니었을까. 전체적인 이야기의 무대이자 배경인 옥탑방도 그러했다. 조명이 들어오고 주인공들이 이야기를 펼칠 땐 한 없이 따뜻해 보이던 공간이 주인공들이 빠지고 조명이 빠지자 한 없이 외로운 공간으로 바뀌었다.

 달빛크로키는 그저 시시한 사랑이야기가 아니다. 사랑의 뒷모습, 어쩌면 한 가운데 있을 지도 모르는 외로움에 대한 이야기라고 생각한다. 나래이션이라는 독특한 구조를 통해 연극의 완성도도 높아졌다.
이 이야기는 차후 재공연시 돈을 내서라도 다시 관람하고 싶은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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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혁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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