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조선왕조실록에 색깔을 입혀 탄생한 잔혹동화 치정 가무극 ‘왕과 나’

글 입력 2016.08.13 1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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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5일, 치정 가무극 ‘왕과 나’를 보고 왔다. 무대는 별다른 장치나 소품 없이 소파 하나만 있을뿐 비어 있었다. 잠시 후, 그 곳에서 숙종과 장희빈의 얘기가 배우들을 통해 어떻게 재현될 지 호기심이 일었다. 잠시의 암전 후 흐릿한 조명이 무대를 비췄을 때, 배우들이 천천히 걸음을 옮기며 등장했다. 조선왕조실록에 새로운 색을 입혀 탄생한 잔혹동화 '왕과 나'의 시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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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극의 흐름은 숙종과 장희빈을 중심으로, 두 남녀의 만남과 열애, 그리고 사랑이 식어 마지막 장희빈의 죽음에 이르기까지 시간의 , 감정의 흐름을 충실히 따른다. 중간에 정치적 설명이 필요한 부분만 배우들의 입을 통해 최소한으로 전체적으로는 두 사람의 사랑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숙종과 장희빈이라는 관계는 사실 여러 정치적 관계가 얽혀 있고, 그 과정에서 희생된 사람이 여럿이기 때문에 가볍게 다뤄질 주제는 아니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무겁기에 오히려 가볍게 표현하 극의 방식이 좋았다. 왕이 유쾌하고, 솔직하고, 가볍다. 불편하지 않을 정도의 음담 역시 재밌었다. 전체적인 분위기를 가볍고 유쾌하게 함으로써 오히려 후반부가 더 빛날 수 있었고, 정치보다 숙종과 장희빈의 관계에 더 집중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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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무극이라는 생소한 형식 역시 몸짓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배우들의 실력이 좋다 보니 쉽게 몰입할 수 있었다. 특히, 배우들이 입을 맞춰 상황을 설명하거나, 쉴 새 없이 주고받는 대사들 속에서 극에 얼마나 공을 들였는지 알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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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극의 마지막 장희빈의 독무 부분이었다. 하얀 소복차림의 장희빈이 무엇인가를 잡으려는 듯 뒤에서부터 달려와 팔을 힘껏 뻗는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무엇인가에 닿기 위해 계속 팔을 내지르는 그녀를 향해 다른 이들은 미쳤다는 얘기를 서슴지 않는다. 그렇다. 그녀는 정말 미쳤는지 모른다. 사랑을 속삭이던 남자가 그토록 차갑게 변할 줄은, 자신 역시 그렇게 변할 줄은 몰랐으니, 평생을 바라던 사랑에 배신당한 그녀는 자신이 찾던 사랑이 이런 것이었음에 미쳐버렸는지 모른다. 권력에 눈이 먼 후궁으로만 그려지던 장희빈이 한 남자의 사랑을 바라는 평범한 여성으로 그려지는 순간이었다.
 
 음란 치정 가무극 ‘왕과 나’는 8월 3일부터 31일까지 대학로 나온씨어터에서 공연한다. 전 석 30,000원의 가격으로 가장 개인적인 숙종과 장희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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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마루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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