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호안 미로". 꿈을 꾸는 해방의 화가

글 입력 2016.08.04 2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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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안 미로 전시회에 다녀왔다. 내가 이 전시회를 선택한 이유는 그의 작품이 첫 눈에 확 끌렸기 때문이다. 그리고 '꿈을 그린 화가'라는 명칭도 좋았다. 그는 회화뿐만 아니라 다양한 분야의 작품들을 남겼다고 하는데, 그의 작품 세계는 어떤 것이며 왜 꿈을 그렸다고 하는지 궁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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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는 다양한 미술 사조에서 영향을 받았다. 그 배경에는 그가 태어난 스페인의 바르셀로나라는 특성이 있었다. 스페인은 다양한 민족들의 침략을 받았고 그 결과 상반되는 문화와 인종이 한 자리에 모였다. 게다가 바르셀로나는 자유로운 분위기의 항구 도시였다. 그의 배경을 보니 그가 한 사조에만 묶이지 않았다는 게 당연하게 여겨졌다. 예술가는 그가 자란 환경에서 많은 영향을 받으니 말이다. 그는 이곳에서 자라며 자유로운 정신을 지니게 되었고 특정한 학파로 분류되길 원치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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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런 그의 바람은 작품세계에서도 곧 나타났다. 그는 독창적인 양식을 추구했다. 모든 예술에 영감을 받았지만, 자신이 본 기존의 것과 닮게 그리지 않았다. 그에 대한 설명에서 이를 가장 '미로스러운'표현적 자유를 누렸다고 말하고 있다. 나는 이 그림을 보며 그의 독창적인 특성을 처음 느꼈다. <마을 근처 풍경 속의 사람들>이다. 호안미로는 자신의 작품 상당수를 찢거나 불태웠는데 이런 극단적인 행동은 자기 자신을 넘어서는 것, 전통적 회화를 넘어서길 꿈꾸는 것을 의미했다. 그래서 통속적인 이 회화에 전혀 다른 붓놀림은 한 것이었다. 이 그림은 비록 남의 그림에 덧칠을 한 것이지만 자신의 작품을 찢고 태워버리는 그의 결심이, 과연 나라면 쉬웠을까 싶었다. 나라면 공들인 작품이니만큼 아까웠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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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자연과 깊은 교감을 하길 원했고 원시 문화, 민중예술에도 큰 관심을 두었다. 언어적 소통이 불가능한 무생물에도 관심을 두었고 시간을 거슬러 옛 인류가 남겨놓은 유산에서 예술적 영감을 얻었다. 나는 이런 다양한 관심과 시도가 있었기에 전통적인 양식에 구애받지 않는 작품이 나올 수 있는 거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의 원시문화에 대한 관심은 독특하고 재미있는 조각 모형으로 표현되었다. 난 특히 아이가 막 칠해놓은 듯한 마부의 채색들이 마음에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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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동양화와 서예에도 깊은 관심을 가졌다. 더불어 동양 종이를 좋아해 계속 사용하기도 했다. 그가 동양 작품에 반했다는 사실은 작품의 채색만 봐도 뚜렷이 드러난다. 바로 흑백의 강렬한 대비이다. 가까이서 관찰해보니 흩뿌려놓은 듯 칠한 작품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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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 미로 작품의 강렬성은 말년에 갈수록 더해졌다. 그가 좋아한 새와 동물들마저 내겐 마치 기호와 기하학적 모형처럼 보였다. 그의 말년의 열정은 독창적 색과 표현으로 나타났다. 나는 그런 많은 작품들 중에서도 이 작품에서 감동을 받았다. 무제인 작품인데, 호안 미로는 해질녘이 되면 작업실 근처 바닷가에 앉아 지중해의 밤하늘 별을 보았다고 한다. 오랫동안 전쟁이란 아픈 현실을 겪어온 호안 미로에게, 우주와 별은 이상적이고 도달하고 싶은 곳이 아니었을까. 호안 미로는 이렇게 상상과 소망의 존재를 아름답게 표현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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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호안 미로가 그의 작품에 대한 사람들의 해석을 틀에 가두지 않기 위해 작품 상당수를 무제로 남겨두었다는 것이다. 작품에 제목이 붙은 것들은 상업적 용도나 전시를 위해 다른 사람들이 붙인 경우가 있다고 한다. 이 설명까지 듣고 나니, 호안 미로는 자기 자신과 기존의 미술 양식에서 매우 탈피하고 싶었고 처참한 현실에서 벗어나고 싶은 욕구가 컸다고 느꼈다. 이것이 곧 그의 꿈이 되어버리고 작품에 반영되었을 거라 보았다. 한마디로 그는 모든 것에서의 해방을 원하는, "꿈을 꾸는 해방의 화가"가 아니었을까. 색채가 뚜렷하고 다양한 재미있는 그의 작품들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이해인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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