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꿈을 그린 화가, 호안미로 특별전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7.31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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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꿈을 그린 화가, 호안 미로 특별展>은 국내 최초로 열리는 대규모 회화전으로, 1981년 스페인의 호안 미로 마요르카 재단(Fundació Pilar i Joan Miró a Mallorca)(이하 미로 재단)의 출범 이래, 아시아 및 유럽을 통틀어 가장 큰 규모의(총 264점) 소장품을 공개한다."



세종문화회관 미술관에서 진행 중인 호안미로 전시를 보고 왔다. 국내 최초이자 최대 규모에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전시회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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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보기에 앞서, 도슨트를 통해 들은 정보를 바탕으로 호안 미로에 대한 짧은 소개를 해본다.

호안미로의 집안은 대대로 수공업자 장인 출신이었다고 한다. 이 때문에 자연스럽게 미로는 예술을 접할 수 있었을 것이다. 다만 호안 미로의 아버지는 자신의 아들 미로는 풍요롭게 살길 바라는 마음에 회계사 공부를 시켰다. 그러나 화가의 꿈을 포기하지 못한 미로는 여기서 오는 스트레스로 신경쇠약까지 걸릴 정도였다고 한다.

호안미로 전시를 보면 호안미로가 과연 그림을 잘 그리는 사람이 맞나 싶은 의문이 들곤 하는데, 사실 그는 파리 아카데미 출신으로 굉장히 그림 실력이 좋았다고 한다. 다만 재현을 넘어 새로운 도전, 남들이 하지 않는 방식을 계속해서 추구하고자 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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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안미로 작품의 근원 첫번째는 바로 자연이다.



<호안미로 작품의 근원> 첫번째 섹션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작품이다. 

호안미로는 후기에 들어 제 2의 예술가 인생을 선언하며 자신의 작품 대부분을 파괴했다고 한다. 이 그림은 재래 시장에서 사온 이름 모를 화가의 작품 위에 자신만의 새로운 작품을 더한 것이다. 이처럼 기존과는 전혀 다른 새로운 방식을 추구하면서 호안미로에게 배경이 된 그림은 단지 '작품의 소재'일 뿐이었다. 의도하진 않았지만 어쨌든 두 화가의 콜라보레이션 작품이 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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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안미로 작품의 근원 두번째는 바로 안토니 가우디다.
가우디와 미로, 두 사람 모두 자연을 모티브로 하는 공통점을 가진다.



"나는 내가 접하는 모든 것을 재료로 활용한다. 소포를 받으면 포장지를 보관하며, 가끔 일본에서 아름다운 종이를 보내오면 그 또한 창작에 활용한다."



두번째 섹션 <시, 기호, 리듬, 절제와 명상>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바로 호안미로의 '일본에 대한 동경'이다. 실제로 일본에 방문한 뒤, 그는 검은색 활용, 여백 표현 등 수묵화와 같이 동양적인 색채가 물씬 풍기는 작품 활동을 보여주었다. 또 하나 발견할 수 있는 점은 동양에서 주로 보이는 가로로 혹은 세로로 매우 긴 직사각형의 종이를 사용했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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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잭슨폴록의 작품 <무제1950>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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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안미로의 추상표현주의 작품이자 가장 고가의 작품이다.



이번 전시에서는 호안미로의 작품 중 가장 고가의 작품을 감상할 수 있다. 마크로스코와 잭슨폴록 등의 추상표현주의 작가들과 교류하였는데, 특히 이 작품은 잭슨폴록의 '이성에서 해방되어 그림을 그린 작품'에 영감을 받은 것이라고 한다. 

잭슨폴록이 작업하는 대표적인 방식이 바로 물감을 뿌리는 것이다. 호안미로의 이 작품에서도 물감이 흐르는데로, 자국을 그대로 놔두는가 하면, 거친 터치감을 가감없이 보여주고 있다. 거친 터치감은 실제 붓이 아닌 빗자루로 표현한 것이라고 한다.

3미터, 600키로에 달하는 이 그림은 작품 제작 기간만 6년이라고 한다. 실제로도 한 벽면을 가득 채울만큼 큰 그림이다. 그림 크기가 너무 커 전시장 안으로 들여오는데도 꽤 고생을 했다고. 이 작품의 가격은 무려 400억이다. 가격을 듣고 나면 자연스럽게 한 걸음 뒤로 물러서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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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안미로 마요르카 작업실을 재현한 모습이다.



"나의 그림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은 어렵다. 왜냐하면 그것은 늘 객관적이든 주관적이든 충격을 자아내며 도취된 상태에서 태어나기 때문이다. 
이 모든 과정에서 나는 완전히 무책임하다."



호안미로의 작품에 '무제'가 많은 이유는 자신의 작품이 '제목'을 통하여 언어의 테두리에 갇혀 있기를 바라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는 작품을 감상하는 관람객이 자유롭게 상상할 수 있기를 바랐다. 보이는 그대로를 받아들이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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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년의 열정 - 독창적 색과 표현> 섹션에 들어서면 그의 다양한 시도와 작품 활동을 만나볼 수 있다. 특히 호안미로는 말년에 접어들어 소박함과 단순화를 추구하는 경향을 보인다.



"최소한의 수단으로 최대한의 강렬함에 도달해야 할 필요성을 느낀다. 
이것이 나의 그림이 점점 더 장식이 없는 성격을 띠게 되는 이유이다."



이 말이 특히나 더 와닿았던 것은, 현재 우리는 '커뮤니케이션 과잉' 시대에 살고 있다. 커뮤니케이션이 넘치고 넘쳐 감당하지 못할 지경에 이르렀다는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더욱 중요한 것은 '단순화, 간소화'이다. 너무 많은 것을 전달하려고 욕심을 부리면 오히려 부족한 만 못하다. 거추장스러운 것들을 다 제거한, 극도로 단순화 된 메시지가 오히려 더 뇌리에 박히는 것이 결코 이상한 것이 아니다.

전달하는 내용은 점점 많아지고 있지만 사람들이 수용하는 내용은 점점 줄어들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우리가 할 수 있는 최선책은 바로 메시지를 극도로 '단순화'하는 것이다(포지셔닝, 잭 트라우트&알리스). 이 점을 호안미로도 알고 있었던 것일까.



이번 전시는 호안미로의 마요르카 재단이 직접 기획한 전시인데, 본 전시의 원래 제목은 'MIRO IN MALLORCA, A WILD SPIRIT'이다. 하지만 이것을 우리말로 번역했을 때 '야생정신'은 왠지 아프리카가 떠오르고, 동물의 왕국이 생각나고, 야생동물이 뛰어다닐 것만 같은, 그런 느낌이라 '꿈을 그린 화가'로 정했다고 한다.

기획자가 처음 정한 Wild(거친, 길들여지지 않은)는 기존 틀에 얽매이지 않는 호안미로의 정신을 상당히 잘 표현하는 말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우리 말로 번역된)야생'은 앞서 말한 이미지가 강하게 떠오르기에 '꿈'이 더 적합하다고 볼 수 있겠다. '꿈'은 언제나 현재보다 더 높은 것을 추구하기 마련이다. 현재에 만족하지 않는, 말년까지 끊임없이 새로움을 찾던 호안미로의 모습에서 '꿈'이라고 표현한 이유를 분명 찾을 수 있다. 그리고 그런 호안미로의 모습을 이번 호안미로 특별전에서 만나볼 수 있을 것이다.





<호안미로 특별전>은 아트인사이트와 함께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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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지원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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