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천사의 노래, 모나코 왕실 소년합창단 [공연]

글 입력 2016.07.16 22: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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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 jeudi 14. juil. 2016, à 20 heures, au Centre d'Art de Séoul


   14일 목요일, 예당 콘서트홀에서 모나코 왕실 소년합창단의 내한공연을 봤다. 지난 3월의 뮌헨소년합창단 공연 이후로 두 번째 소년합창단 공연이었다. 뮌헨 소년 합창단이 2살밖에 안 된 신생아라면, 모나코 왕실 소년합창단은 그 역사가 무려 100년을 훌쩍 넘는 소년합창단의 조상님 급이다. 하지만 둘 다 궁극적으로는 속한 도시, 더 나아가 나라를 대표하는 음악 인재들을 키워내는 게 목적인 셈이니 나이로 급을 나누는 건 무의미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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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유럽에는 각 나라마다 대표적인 소년 합창단이 존재한다. 영국은 세인트 필립스, 프랑스는 파리나무십자가, 오스트리아는 빈, 독일은 퇼쳐와 뮌헨, 그리고 모나코는 모나코 왕실 소년합창단! 이들의 공통점은 '소년합창단'이라는 점과, 대부분 교회 성가대 출신이라는 점이다. 문득 '왜 소년합창단일까' 생각해봤다. 옛날 교회에서는 미사를 돕는 인원이 전부 남성이었다는데 그 영향일까? 소녀도 아니고 청년도 아니고 혼성도 아니고! 소프라노, 메조 소프라노, 알토를 소년들이 맡는 이유가 뭘까.

  모나코 왕실 소년합창단의 노래를 들어보면 맘속으로 그 답을 내릴 수 있다. 목소리가 여자보다 더 예쁜 건 기본중의 기본! 정말 닿을 수 없을 정도로 높은 고음을 내면서도 맑고 힘있는 음색에서 느껴지는 중성적인 아름다움이 말그대로 천사의 목소리같다. 변성기가 지나지 않은 소년만이 낼 수 있는 특유의 깨끗한 고음이 있다. 다들 이 매력에 '소년합창단'의 음악을 찾는 것 아닐까?

   모나코 왕실 소년합창단은 나라를 대표하는 인재들로서 문화사절단의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모나코 대성당 소속으로 매주 미사에 참여하고, 모나코 왕실과 정부의 행사에도 참여하며, 자선음악회나 해외공연등의 일정까지 소화해내는 슈퍼맨들이다. 공연구성도 이들의 성격에 알맞게 1부는 중세부터 이어지는 성가들로 구성되어있고, 인터미션 이후에 오는 2부는 흑인영가, 민요, 영화음악과 샹송 등 우리에게 익숙한 음악들로 이루어져있다.

   사실 중세 성가부터 쭉 이어진다고 해서 그레고리안 성가 같은 중후한 완전 중세종교음악부터 시작일 줄 알았는데(무리수) 17세기 마르크-앙투안 샤르팡티에의 음악이 제일 처음이다. 불만이 있다는 건 아니고!! 아무래도 소년들의 음색을 부각시켜주는 아름다운 음악이 아닌가 싶습니다!!

   공연은 정말 좋았다. 1부는 듣는 즐거움이 있어서 좋았고, 2부는 참여하는 즐거움이 있어서 좋았다. 리듬이 경쾌해지는 곡에서는 공연자유전체에 박수치는 소리가 울리기도 하고, 마지막 샹송파트의 '사랑의 찬가'에서는 "라라라~"파트를 다함께 따라부르기도 했다. 지휘자 선생님께서 객석에 참여하라고 손짓했는데 박수 소리만 점점 커지니까 샘께서 입으로 하라고 다시 한 번 제스쳐를 취하셨지. 유쾌함이 넘치는 즐거운 무대였다. 그들 특유의 유머가 느껴져서 괜시리 기분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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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공연이 끝나고 사인회가 있었다. 쪼끄만 애기들이 사인하는 게 귀엽기도 하고, 한 나라의 문화사절단 대표로 사인하는 거라고 생각하면 대견하고 멋있어 보이기도 했다.

   *사인받으면서 불어를 조금 사용했더니 지휘자 선생님께서 "오! 불어 할 줄 아시는군요. 어렵죠? 프랑스에 가본 적이 있나요?" 하고 물으셨는데 당황해서 초보적인 실수를 했다. 바로 '성수일치'를 못한 것... "une fois"라고 해야 하는데 "un foie"라고 해버렸다.

"프랑스에 와본 적 있니?"
"네. 간이요. 으아오아아어 아니 한 번이요!"
"껄껄 발음 조심하렴"

*foie: 간(내장기관 간/ foie gras = 푸아그라. 지방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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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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