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천천히 머금어 봅니다. 동주 [문학]

‘오늘 밤에도 별이 바람에 스치운다.’
글 입력 2016.07.13 2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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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이전에도 그랬고,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다룰 것 같은 소재지만 한번 나누어보고자 합니다.


데포이미지.jpg
 

2016년 2월 중순이었다. 영화 ‘동주’가 개봉했다는 기사를 읽고 무슨 이유인지는 모르겠으나 봐야만 해야 할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연출을 맡은 이는 충무로의 유명한 이준익 감독이었고  모노톤으로 영상을 꾸렸다는 이야기에 기존 상업영화들과는 조금은 다를 것이라는 기대도 있었다. 하지만 그 무엇보다 윤동주라는 시인의 삶을 조금이나마 느낄 수 있는 기회라는 생각이 추운 겨울에 굳이 극장에 가야하는 가장 큰 이유였다. 그리고 왠지 영화에 대한 평가를 한다는 것은 무례한 일처럼 여겨졌다. 영화가 끝이 나고 재밌었는지 곱씹지 않았다. 그저 마지막 크레딧이 다 올라가고 나서야 일어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뿐이었다. 겨울이라 바람이 많이 불어와서 일까? 영화를 보고 난 후에 밖은 윤동주 시인의 삶 끝자락 마냥 쓸쓸했다. 진한 여운이 밀려오고, 일제강점기 시대를 살아가는 속에 아픔도 느껴졌다. 이유 모를 감사함에, 무언가를 사랑하는 깊은 마음에 숭고함이 느껴져 시를 읽어 보자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천천히 곱씹으며 읽기로 했다. 마치 시인들이 한 글자마다 온 마음을 꾹꾹 눌러 담듯이. 그래서 다음 날 3권의 시집을 샀다. 영화 ‘동주’의 윤동주 시인의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 시인의 우상이었다는 정지용 시인의 ‘향수’ 그리고 예전부터 한번 읽기로 다짐만 했던 김수영 시인의 ‘꽃잎’을 집었다. 그리고 천천히 읽기로 나와의 약속대로 하루에 자기 전에 각각 딱 하나의 시만 소리 내어 머금고 잠에 들었다. 겨울이 한창일 때 시작하여 여름이 이미 오고 난 뒤에야 마치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은 천천히 읽은 세 시집에 대해서 나누고 싶다.



정지용 ‘향수’



정지용.jpg향수.jpg
 

정지용(1902.5.15 ~ 1950.9) 시인은 충북 옥천 태생으로 ‘정지용시집’, ‘백록담’ ‘문학독본’ 등의 작품이 있다. 참신한 이미지와 절제된 시어로 한국 현대시의 성숙에 결정적인 기틀을 마련한 시인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시가 참 감성적으로 다가왔고 말랑말랑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사물이나 자연에 생명을 불어 넣은 듯한 교감도 인상적이고 많이 힘들이지 않은 것 같지만 충분한 밀도가 느껴졌다.



바다 3

외로이 마음이
한종일 두고
바다를 불러-
바다 위로
밤이
걸어 온다.



개인적으로 바다3이라는 시가 오래 기억에 남는다. 이 시를 읽을 때의 무언가를 그토록 기다리기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외로운 마음에 허덕이고 있다 보니 어느새 밤이 걸어 온다' 라는 표현을 마음에 오랫동안 담아 두게 되었다.



윤동주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



윤동주님.jpg하늘과.jpg
 

북간도에서 태어난 윤동주(1917.12.30 ~ 1945.2.16.) 시인은 일제강점기에 짧게 살다간 젊은 시인으로, 어둡고 가난한 생활 속에서 인간의 삶과 고뇌를 사색하고, 일제의 강압에 고통 받는 조국의 현실에 대해서 가슴 아파한 청년이었다고 한다.



‘봄이 가고, 여름이 가고, 가을, 코스모스가 홀홀히 떨어지는 날 우주의 마지막은 아닙니다. 단풍의 세계가 있고- 이상이견빙지- 서리를 밟거든 얼음이 굳어질 것을 각오하라가 아니라, 우리는 서릿발에 끼친 낙엽을 밟으면서 멀리 봄이 올 것을 믿습니다.
노변에서 많은 일이 이뤄질 것입니다.’

-‘화원에 꽃이 핀다’ 중 일부-



다른 시인들과 마찬가지로 어느 하나 좋지 않은 작품들이 없지만 윤동주 시인의 시만큼 산문 역시 매력적이었다. 시에서 보다 좀 더, 살아가는 모든 것들을 사랑하는 마음을 풀어서 진하게 묻혀 놓은 듯 했다. ‘화원에 꽃이 핀다’라는 산문에는 화원에 피어 있는 꽃들을 바라보며 홀로 거니는 순간에 느끼는 생명과의 교감과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 주변에 많은 일들이 나타날 것이고 그 모든 것들을 사랑해야겠다는 마음 그리고 해방에 대한 염원이 녹아있다.


영화 '동주' 영상시집



김수영 ‘꽃잎’



김수영.gif꽃잎.jpg
 

김수영(1921년 ~ 1968년) 시인은 초기에는 모더니스트로서 현대문명과 도시생활을 비판했으나, 4·19혁명을 기점으로 자유와 저항정신을 바탕으로 한 참여시를 쓴다. 마지막 시 <풀>에 이르기까지 200여 편의 시와 시론을 발표하였다.



폭포

폭포는 곧은 절벽을 무서운 기색도 없이 떨어진다
규정할 수 없는 물결이
무엇을 향하여 떨어진다는 의미도 없이
계절과 주야를 가리지 않고
고매한 정신처럼 쉴 사이 없이 떨어진다
금잔화도 인가도 보이지 않는 밤이 되면
폭포는 곧은 소리를 내며 떨어진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이다
곧은 소리는 곧은
소리를 부른다
번개와 같이 떨어지는 물방울은
취할 순간조차 마음에 주지 않고
나타와 안정을 뒤집어 놓은 듯이
높이도 폭도 없이
떨어진다



 자유와 저항정신이 기반이 되어서일까. 위의 두 작가와는 다르게 굉장히 터프하고 거칠다는 느낌이 들었다. 마치 가슴 속에 끓어오르는 가치들의 태동을 고스란히 담아 낸 것 같았다. 특히 ‘폭포’라는 작품은 폭포의 모습을 풀어내며 마치 저항정신에 대한 태도를 말하고자 하는 담담함과 의지가 보여 진다. 



“시작(時作)은 머리로 하는 것이 아니고 심장으로 하는 것도 아니고 몸으로 하는 것이다. 온몸으로 하는 것이다. 정확하게 말하자면 온몸으로 동시에 밀고 나가는 것이다.”

 -김수영 시인-



‘시’라고 하면 누군가에게 수능에서의 언어영역 문제 풀이의 소재로만 기억되었을 것이다. 하지만 3권의 시집을 읽고 다시금 바라보면 그들의 시대와 삶과 마음이 녹아들어져 있어 함부로 읽고 내던져 버리면 안 된다는 생각과 누군가의 생각이 깃든 모든 것들에 존중하는 마음을 갖게 되었다. 부디 나에게도 누군가가 말했듯이 별을 노래하는 마음으로 모든 죽어가는 것을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의 아량이 함께 하길 바래본다. 





*이 글에 삽입된 이미지는 Google에서 첨부하였습니다.
시인들의 정보는 Naver를 참조하였습니다.


[이지윤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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