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찬란한 행복이 담긴 세상- 앤서니 브라운 展

글 입력 2016.07.08 22: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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찬란한 행복이 담긴 세상


앤서니 브라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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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


필자는 개인적으로 “환상의 세계” 라는 말을 들을 때 마다 알 수 없는 거부감이 들었다. “환상의 세계가 무엇인데? 과연 환상적이라는 것이 무엇인지는 정확히 알고 말하는 것일까?” 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물론 작은 것에도 황홀하고 기쁨을 느낄 수 있는 때 묻지 않은 순수한 동심을 투영할 수 있다면 그 “환상의 나라” 가 어떤 것인지 맛볼 수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적어도 지금 본인은 순수하게 황홀한 행복함을 느낄 수 있기엔 너무 멀리 와버렸다. 그런데 1시간 남짓 관람했던 전시에서 필자는 환상의 세계가 있다면 이런 모습일까? 라는 작은 상상을 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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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적인 그림책 작가이자 국내 최고의 인기 그림책 작가 앤서니 브라운은 2000년 그림책 작가로서는 최고의 명예인 한스 크리스티안 안데르센 상케이트 그린어웨이 상을 두 차례나 수상한 스타이다. 지금까지 41권의 그림책이 나왔으며, 일과 가사에 지친 엄마가 ‘너희들은 돼지야’라는 쪽지를 남기고 가출하는 <돼지책>은 국내에서만 50만부가 팔려 나가기도 했었다. 우리나라에도 이미 30여 권이 넘는 책이 출간되었으며, 거의 모든 책들이 베스트셀러이자 스테디셀러가 되었기에 아마 그의 명성이 낯설지는 않을 것이다. 그는 대체 어떻게 이토록 전 세계의 어머니와 아이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수 있던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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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으로 그와 그의 작품을 더 알아가기 전, 전시의 프롤로그 격인 ‘초기작품’ 파트에서 그의 놀라운 과거를 알게 되었다. 그는 어린이 그림책의 작가가 되기 전, 의대의 교과서에 실릴 수술 부위나 해부도를 세밀하게 그리는 작업을 했었다고 한다. 물론 작가들이 다양한 작업을 해보는 것은 당연하지만, 해부도를 그리는 작업을 했던 이력은 사뭇 특별하지 않은가. 그는 이런 경험이 그가 후에 동화책에 실릴 캐릭터들의 원형을 만들어 낼 수 있었던 원동력이라고 하니 그의 그림책에 등장하는 생동감 넘치는 캐릭터들이 새삼 더 살아있는 듯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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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구경하다 보면 그가 수많은 명화를 모티브로 한 작품을 그렸다는 걸 알 수 있다. 특히 초현실주의 화가인 ‘르네 마그리트’ 로부터 많은 영향을 받았던 터라 그는 극사실주의 그림에 환상적인 이야기를 담아내는데 전문가였다. 보는 이로 부터 관습적인 사고를 탈피하게 만드는 르네 마그리트의 작품들은 자칫 무거울 수 있는 분위기를 풍기는 반면 앤서니 브라운은 그 속 재치 있는 부분을 채택하여 자신만의 기법으로 아이들이 몰입할 수 있는 환상의 세계로 변신시킨다니 그의 재능은 정말이지 놀라울 따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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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관람하면서 무엇보다 여운이 남았던건 그의 작품 속에 담겨있는 스토리들이었다. 저마다 조금씩 결함을 가지고 있으나 서로의 가치를 알아봐주며 더불어 살아가는 동화 속 캐릭터들의 모습은 세상 그 누구보다 행복해보였다. 보이지 않는 단단한 벽 속에 스스로를 가두며 살아가는 현대인들의 모습을 투영한 그의 캐릭터들이 그 벽을 조금씩 허물어 주는 ‘벗’을 만나 성장하는 모습들은 고독한 삶을 살아가는 우리의 마음을 살살 어루어 만져주는 듯 했다. 괜찮다고, 같이 가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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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를 관람하고 난 후, 그가 빛이나는 가장 큰 이유는 바로 ‘공감’ 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표면적으로 ‘나는 너의 아픔을 이해해, 누구나 다 그렇게 살아’ 라는 식의 위로가 아닌 정말 그 사람의 마음 속 깊은 곳에서 잔잔한 울림을 주는 공감이었다. 특히 섬세한 관찰력을 가진 어린아이들은 그 공감을 더욱 잘 느낄 수 있을 것이다. 아이들에게 그의 책은 단순히 예쁜 삽화가 담긴 동화책이 아닌 잠시나마 대화를 나누었던 ‘친구’ 가 아닐까.



[우정연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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