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탁월함이 탁월성되기까지 [문화전반]

영화 '4등'에 대한 단상.
글 입력 2016.07.07 16: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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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 정지우 출연 박해준, 이항나, 유재상, 최무성 개봉 2015 대한민국

언제부터 보고싶었던 영화, 4등. 인권영화임에도 불구하고 일반관객들 사이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는 작품이어서 호기심에, 뭣보다 요즘 들고 있는 생각과 같은 주제를 다루고 있는 영화여서 꼭 봐야겠구나 생각했던 영화였다. 배우들을 좀 살펴봤다. 딱히 유명한 배우는 나오지 않지만, 그래도 어디서 많이 보신 분들. 내가 아는 분은 드라마 '미생'에서 나오셨던 남자 분이 오늘의 김광수 코치로 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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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년 4등이었던 내가 1등 되었을때'의 과정과 감정을 그리는 영화

스포일러까지는 아니어도, 영화에 대한 간단한 설정을 이야기해보자면 이렇다. 수영을 좋아하고 오래해왔다는 만년 4등하는 아들 준호, 1등과 금메달 아니면 수영은 수영일수 없는 어머니. 그 사이에서 만나는 천재였지만 퇴물로 전락해버린것만 같은 삶을 살게 된 수영강사 김광수의 이야기. 가장 감정이입이 잘 되었던 건, 어머니의 모습이었다. 요즘 늘 생각하고 있던 주제였기도 해서, 반은 준호의 모습 반은 준호엄마의 모습이 딱 내 모습같았다. 생각하건데, 진짜 사랑하고 애정하는 것이 있다면-그것의 탁월성에 대한 간절함은 당연히 따라오는 것 이라 생각했다. 사랑하니까 잘하고 싶고, 잘 하고 싶은 것에 대한 정도는 남들보다 훨씬 우월한, 누구도 넘볼수 없을 만큼의 재량과 실력. 탁월함을 채우고싶은 욕망에서부터 깨달아지는 내 부족함을 깨닫고 매일 찌질한 나와 대면하며 싸우는 삶. 치열함과 애증의 혈안되는 것이 진정 어떤 것을 사랑하는 것이라고 생각해왔건만 요즘은 또 아닌것 같다. 영화에서도 말한다. '취미'로 하면 되잖아. 해서 가만 살펴보면, 준호는 또 취미로만 수영을 하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아보이지만 1등 수영선수가 될 욕심도 없는 것 같아보인다. 가치전도라고 하나. 1등을 하기 위해서 수영을 하는 것이 아니라, 수영을 하고 싶어서 1등을 해야만 하는 아이다. 1등을 하긴 했지만, 별 의미가 없는 것이다. "1등을 하면 무슨 기분이 들어요?" 없다. 그저 계속 수영할 수 있는 것에 대한 의미만 생길 뿐. 하지만 그거 어마어마한것 같다 저 아이한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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탁월성-탁월함에 대한 폭력성

상황이 나를 몰고간다는 건, 극단적인 성격을 형성하는데 굉장한 역할을 한다. '왜 그렇게 까지 열심히 살아'라는 말을 수도없이 들어왔고, '오버하는 것 같다. 욕심이 지나치다. 노력병이다' 라는 말을 자주 들어왔다. 그러다보니 '탁월성'에 대한 욕심이 좀 집요해졌다. 자신이 부족한 부분, 고쳐야 하는 부분, 맨날 틀리는 부분에 대해서 치열하게 고민하지 않고 노력하지 않는데에 대한 분노가 상당히 커졌다. 영화에서의 준호엄마처럼 나에게 엄한잣대를 대었던 것처럼, 같이 작업하는 사람들에게 같은 잣대를 댈 때가 종종 생겼다. '일류'와 '이류'의 차이에 대해 늘 생각했다. 별 게 없었다. 디테일의 차이일 뿐. 문제는 집요하지 않은 이류들에 대한 분노였다. 쓸데없는 것들-예를 들면 의미 불분명한 명예, 격식과 같은-에 대해 집요하리만큼 매달리면서 정작 중요하고 가치있는 것들에는 눈과 관심을 돌리지 않는다. 열등감과 자격지심. 비겁자들. 욕할 자격이 있나 생각해보면 그렇지도 않았다. 내가 스스로 견디지 못하는 건, 나만 잘하면 되지 라는 생각에서 남들에게 하나 둘 씩 지적을 할때마다- 내가 과연 탁월성에 대해, 혹은 엘리트의식에 대해 큰 욕심을 갖고 있는 것인가-하는 생각이었다. 그거에 따라 되려 남들에게 폭력적으로 대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내 말이나 행동, 지적으로 인해서 충분히 즐기고 있는 사람들에게 왜 1등하지 못하는 가에 대해 끊임없이 비판하고 있지는 않는가? 에 대한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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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정과 애증을 둘러싸고'

영화에서 준호의 동기는 수영을 계속하는 것. 그것 하나였기 때문에, 1등을 하든 4등을 하든 기분은 별 다르지 않았을 것. 수영을 그만하도록 몰아세웠던 설정은 코치의 폭력(혹은 사랑의 매). 코치 김광수는 소싯적 수영천재였던 자기자신에게 잘못되었다고 몰아세우고 때려왔던 코치의 교육이, 나중에서야 자신을 위한 것이었음을 깨닫고 후에 준호에게도 가르침이라는 명목으로 손찌검을 하는 것 같아보인다. 계속해서 매달을 따오고 1등만 해왔던 김광수 눈치를 보며 좋은 소리만 해왔던 코치들에게 분노하면서, 나는 안그래야 겠다 이를 갈아온 모양으로 보인다. 잘 하는 상태에서 '우쭈쭈' 하는 게 당신들 사랑인 줄 아냐면서 큰 소리 치는 부산 사투리 김코치. 사이다였다. 물론 좀 격하고 경박스럽긴 하지만, 어찌됐든 준호를 아끼기 이전에 저 사람 수영을 제대로 사랑하긴 했던 사람이구나- 느껴지는 점이 있다.

레인이 깔아져있지도 않은, 다시 말하면 제멋대로 엉켜있는수영장안에서 준호는 잠수한다. 그리고 수영장 바닥에 보이는 빛을 따라가며 손으로 빛을 담고싶어한다. 빛은 없어졌다, 다시 나타났다를 반복한다. 잠수를 꽤 오랜시간동안 하는 장면이어서, 나는 혹시나 준호가 익사하려나, 아니라면 그래픽이 나오려나,어떻게 전개될지 막 불안했는데, 실제로 별 일은 일어나지도 않는다. 하지만 계속 맴도는 장면이다. 많은 생각이 들었다. 수영장 레인과 물에 비치는 모습이 몬드리안의 그림같기도 하고, 김환기 화백의 그림같기도 하고 그렇다.

사람을 좋아하는 것도 마찬가지 인것 같다. 어떤걸 애정하고 좋아하는 것에도 사람 성질 이라는게 묻어나온다. 나같은 경우는 정말 지독하게도 집요한 사랑같다. 철저하게 매달리고 찌질해보고 하면서 밑천 다 드러내며 배우는 사람. 나와 다른 방법으로 어떤 걸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너무나 큰 무례를 범하고 있었나보다. 최근에 깨달은 생각은 아니고, 계속 안그러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살지만 쉽지가 않다. 예를 들어 이 영화에 대해서 이야기를 한다고 하더라도, 영화 애호가-혹은 영화전공생 이라면 알아야 할 당연한 것들에 대한 이야기가 나오지 않으면 나도 모르게 '진짜 영화 좋아하는 사람 맞아?'하고 의심하고 있으니 말이다. 집요하게 쫓으지 않으면 어떠랴. 나 또한 좋아서 시작한 내 일이 그 사랑에 맞게 어떤 보상이라는 것을 좋은 결과치로 보상해주니, 그 결과치에 중독되어버린 건 아닌가 생각해본다. 어떤 콩쿨의 몇등, 혹은 상금, 혹은 사람들의 기대치, 칭찬. 내가 좋아하는 대상이 나에게 주었던 하나의 표현에 불과한 것일 지인데 그런것들에 보이는 화려함이나 대단해보이는 것들에 현혹되어 살고 있지는 않나. 돌아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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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당신의 첫사랑, 마음의 용기를 응원한다'

글 쓰는 것이 부담이고, 일 하는 것, 공부하는 것, 그냥 사는 거 자체가 부담인 삶. 어느 순간부터라고 할 것도 없이, 내가 이걸로 먹고 살고 싶다는 생각 한 이래로 부터 시작된 고민일거라 생각한다. 사랑하지 않는 건 아닌데 이걸로 돈이 될지 막막해보이기만 하다. 그래서 덕후들이 취미라는 단어에 숨는 것일지도 모른다.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서 잘 하는 일을 통해 돈을 버는 삶이 어떻게 보면 가장 이상적인 직업을 가지고 사는 사람일지 모르겠다.
하지만 말이 쉽지, 그렇게 살고 있는 사람 몇이나 될까. 돈을 벌어야 하니까 일을 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어떤 일을 잘 하고 좋아하는 지 고민할 시간 따위는 없는 것이다. 그럴 여유 있을 시간에 자격증 하나나 더 따지 하는 식의 시선을 둘러싸고, 나를 포함한 우리는 '첫사랑을 회복'해야 한다고 말하고 싶다. 회복하기 이전에, 회복하고 싶다는 마음을 먹을 수 있는 '용기'를 가져도 좋다고. 부담이 아니었던 시절로 돌아갈 수 는 없더라도, 알게 되어버린 것들을 모를수는 없으니 조금 더 '좋다'는 '감정'에 집중해보는 시간이 필요하다. '감정'이라는 단어를 모른척하려고 애써왔던 시간 덕분에 많은 지식들과 정보들을 얻었지만, 마음은 피폐해져가고 공허하고 허무해져만 가는 시간의 권태함속에서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위해 무엇을 해 줄 수 있을까. 끊임없이 고민하고 투자해야 얻을수 있을것이다.


●탁월함이 탁월성(卓越性) 되기 위해서는, 애정과 애증의 치열한 반추 속에서 나온다고 생각한다.-하다: [사람이나 동물, 물체 따위가 행동이나 작용을 이루다]/ -성:[사람이나 사물 따위의 본성이나 본바탕] '탁월'에 대해 행동하는 단계를 넘어서서 '탁월'자체의 본성이 되기까지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은, 탁월함이 목적이나 목표가 되기 시작하면서 애정과 애증은 없어져버리기 쉬우며 결과적으로는 탁월함과 애정 둘다 소멸되어버릴것이다. 우리는 무언가를 좋아하도록 태어났으며, 마지막 순간까지 사랑하도록 창조되었다.
사람들이 늘 행복하기 위해서 자석과 같이 행복을 찾아 이끌려가는 과정이 여기에 속하는 이야기일 것이다. 자본주의의 통제적, 구조적, 편리함을 위해 시작되었던 경쟁적 시스템에서 완전히 자유로울수는 없지만, 우리의 생각만큼은 조금이라도 이완적이고 자율적으로 사고하려고 노력하는 사회가 되었으면 좋겠고, 개인이 되길 기도한다.





*사진출저 네이버 영화


[박유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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