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명동예술극장 연극 '갈매기' [공연예술]

글 입력 2016.06.19 2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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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톤체홉의 4대 장막극 중 하나인 갈매기가 루마니아 연출가 '펠릭스 알렉사'에 연출되어 공연이 올려졌다.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연극 ‘갈매기’는 극의 첫 시작과 함께 전해오는 진한 정적이 인상적이다. 으레 연극 속에서의 정적이란 지루함과 지겨움보다는 오히려 더 큰 몰입과 집중을 하게한다. 그들이 앞으로 이 정적을 깨고 무슨 말을 어떻게 하게 될지, 침묵 속에서 그들은 어떻게 움직이고 행동할지에 대해 더 빠져서 관람할 수 있도록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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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는 정말 말끔하게 비어 있었다. 오케스트라피트의 중간 부분은 커다란 구멍이 나있고, 승강장치에 의해 객석이 설치된 무대가 지하에서 올라온다. 특히 첫 시작은 오케스트라피트석만 보이고 그 뒤로는 커튼이 쳐 있는데, 그 커튼이 걷히면 무대 뒤에는 극 중 극을 위한 또 다른 공연장의 모습이 나온다. 커튼을 걷혔을 때, 무대 바닥 가까이까지 내려와 있는 조명 바텐들이 서서히 올라가는 장면이 연출되는데, 그 때의 강렬함이 굉장히 인상적이고 웅장한 느낌을 준다. 승강 무대로 구성된 명동예술극장에서는 극장이 갖고 있는 다양한 기술적인 특성들을 이번 ‘갈매기’ 연극에 전부 쏟아 부은 느낌이다. 지하에서 무대가 올라오기도 하지만, 위에서 내려오기도 하고 드레스를 입은 마네킹이 내려오기도 하고 비가 내리기도 한다. 충분히 멋있고 새로울 수 있고 다채로울 수 있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너무 과하다는 느낌이 들어 굉장히 아쉬웠다. 명동예술극장에서 할 수 있는 것은 다 하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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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갈매기는 글을 쓰는 희곡작가 뜨레쁠레프, 그의 애인 니나, 그의 어머니인 유명 배우 아르까지나, 그녀의 연인인 뜨리고린 등, 사랑과 자신이 꿈꾸는 이상에 대한 이야기들을 다루고 있다. 그 역할들을 소화해 내는 배우들의 연기가 참 다채로웠다. 
 ‘마샤’의 연기에 대해서 누군가는 힘이 너무 많이 들어간 것 같다고 말한다. 그래서 조금은 서툴러 보일 수 있겠지만, 오히려 담백하게 전달되는 인상을 주기도 했다. 단어 한 자 한 자를 찍어서 말하고, 청명하게 귀에 꽂히는 느낌을 갖게 했다. 
 ‘니나’의 연기는 ‘연희단 거리패’ 김소희 연출의 ‘갈매기’ 속 ‘니나’와 조금 닮아있었다. 특히 대사를 던지는 방법과 어투가 굉장히 비슷해보였다. 극을 보는 내내 두 연출의 갈매기 속 ‘니나’가 자꾸 겹쳐보여서 조금의 아쉬움을 느꼈다. ‘아르까지나’ 역을 맡은 이혜영과 함께 견주기에는 신예 배우로서 아직 서툰 부분들이 많이 보였다. 희곡상으로는 강한 인상을 주는 배역인데 반해, 그것을 충분히 담아내거나 관객에게 큰 인상을 남기지 못한 것 같다는 느낌을 받았다. 
 ‘아르까지나’ 역을 맡은 이혜영은 스타캐스팅이고 또, 그녀가 갖는 이미지와 배우로서의 매력 때문에 시원시원하고 카리스마 있는 모습을 기대하게 한다. 하지만 생각보다 목소리가 답답하고 소리를 뱉어내지 못하는 느낌을 받았다. 조금 더 화통한 발성으로 연기를 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무대 위에서, 연극에서 충분히 매력있고 강한 인상을 주는 배우임에는 틀림없다.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이 있었는데, 장면과 장면 사이에 무대 위에 소품들이 즐비하게 늘어서 있고 다음 장면을 위해 그 소품을 치워야 할 때, 배우들이 나와서 조심스럽게 소품을 들고 무대 밖으로 빠지는 장면이 있었다. 그 장면에서 배우들의 움직임은 그저 소품을 치우고자 하는 목적으로 나온 것이 아닌, 행하는 걸음걸이와 눈빛, 표정, 감정들을 연기를 하면서 소품을 치우고 무대를 전환하는데, 호흡과 감정의 끈을 놓치지 않으려하는 모습들이 굉장히 돋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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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다양한 무대장치를 썼지만 그 중 가장 인상 깊은 것은 반사판의 활용이다. 멀리서 바라보면 거울에 비친 모습이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안의 모습이 보이는 특성을 갖는다. 무대 위에서는 조명과 함께 사용되어 극의 표현을 더욱 극대화시켰다. 예를 들면 니나를 그리워하고있는 뜨레쁠레프가 반사판에 드러난 니나의 형세를 발견하고 다가가지만 가까이 다가서면 니나의 모습은 사라진다. 니나의 모습이 드러난 것은 반사판 뒤로 조명을 쏘았기 때문에 가능했던 것이다. 그로서 한 남자의 환상을 보여주는데, 연극이라는 제한이 많은 작업에서 굉장히 자연스럽고, 영화 같은 장면을 연출한 느낌이라 새롭고 흥미로웠다. 특히 좌절에 휩싸인 배우들이 그 반사판 앞에서 연기를 할 때에는 우리가 시각적으로는 그들의 앞모습을 보게 되지만, 반사판을 통해 그들의 좌절감과 고통이 담긴 뒷모습까지 볼 수 있어서 굉장히 좋았다. 또, 거울과 같은 효과를 띄기 때문에 실제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들의 모습이 반사판에 비추어지는데 그것은 마치 무대 위에 관객이 앉아있는 것만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점도 흥미로웠다.

 국립극단 제작의 연극 <갈매기>는 명동예술극장에서 6월 4일부터 29일까지 공연된다.


[김희주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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