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비엔나에서 온 편지"에 실려온 비엔나에서 온 음악

글 입력 2016.06.06 1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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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6.03 (금)/ 강동아트센터 대극장 한강
크리스티안 알텐부르거, 김정원, 김민지의 <비엔나에서 온 편지>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에서 <마술피리>를 보고 한 달여 만에 강동아트센터를 다시 찾았다. 5호선 '고덕역'에 위치한 강동아트센터! 정말 이런 공연이 아니라면 와보기 힘든 곳 같다. 나는 '고덕역'을 마술피리 때 처음으로 와봤다.

   1. 아트센터 안뜰에서부터 이어진 정원이 참 예쁘다. 풀내음도 나고 흙냄새도 나고! 아기자기한 예쁜 의자들도 있다. 근처 주민들이 공연이 아니더라도 강아지들과 함께 산책 오는 장소인 것 같았다. 저번에 왔을 땐 바로 극장 안으로 들어가버려서 정원은 와보지 못했는데, 이번엔 한 시간이나 일찍 와버려서 정원에서 산책을 조금 했다. 기분이 좋아지고 조금 더 차분해진 것 같았다.

   2. 극장 안으로 들어가 의자에 앉았는데, 마술피리 때와는 확연히 다른 무대에 새삼스러움이 느껴졌다. 당연히 오페라가 끝났으니 무대장치들이 철거된 것 뿐인데 그냥 기분이 묘했다. 철거해놓고 보니 생각보다 무대가 엄청 크지도 않은 것 같았다. 저 울퉁불퉁 벽들은 비밀통로처럼 배우들이 드나들 문을 숨기고 있겠지. 천장에 주르륵 달린 조명 틈에 지난번에는 무대 배경들이 주르륵 걸려서 오르락 내리락 했었는데. 심지어 오케스트라가 숨어있던 OP석은 아예 뚜껑으로 닫아버려 무대의 일부가 되어버렸다.

   3. 모차르트, 베토벤, 그리고 슈베르트의 실내악을 들었다. 나는 지금까지 실내악 공연은 대여섯 번밖에 보지 못했고, 그 중에 바이올린이 들어간 건 아마 세 번째일 것이다. 내 기억이 맞다면. 그래서 내가 바이올리니스트의 개인 기량을 살펴볼 수 있었던 건 이번 공연과 작년 레이첸 리사이틀이 전부였다.

   프로그램북에서 설명하는 알텐부르거는 전형적인 비엔나 스타일이다. 소리가 풍부하고 그 질감이 중후하다. 과장이 없고 순수하며 과도한 감정 이입을 피한다. 이걸 읽고 봐서 그런지 딱 정말 이 설명 같았다. 감정 없이 기교만 부린다는 말이 절대 아니다. 그렇지만 정말 연주에 감정을 과도하게 넣지 않는 것 같았다. 레이첸 리사이틀 땐 맨 앞줄에서 봤는데, 정말 연주하면서 무슨 생각을 할까 궁금할 정도로 표정 변화가 다양하고, 몸짓이나 활을 긋는 움직임에서 감정이 뚝뚝 떨어지는 것 같았다. 그에 비해 알텐부르거는 담담하면서도 어딘지 다르게 깊은 느낌이었다. 물론 리사이틀과 중주는 다르고, 곡도 다르고 서로 배운 스타일도 다르다. 아직은 클래식 비기너라 곡도 연주도 이렇다 저렇다 비교하기엔 식견이 매우 짧지만, 두 연주자의 스타일이 많이 다르다는 건 알 수 있었다. 그래서 신기했다.

   첼리스트 김민지에 대해서는 이렇게 표현되어 있다. '그녀의 연주는 황홀하고 관능적이다. 그녀는 첼로의 음유시인이다. 노래를 제대로 부를 수 있는 선택 받은 재능을 타고 났다.' 악기로 노래를 부른다는 표현이 참 재미있다. 반대로 성악가에게는 목이 악기라는 표현을 종종 하는데. 아무튼, 그녀의 첼로 음색은 정말 매혹적이었다. 중간중간 훅하고 끌어당기는 듯한 힘있는 느낌이 들었다.

   비엔나에서 오랜 시간 수학한 김정원의 피아노는 전통적인 비엔나의 기반에 기초한다. 하지만 보다 자유롭고 색채적이다. 사실 나는 현악기 소리에 매료되어 비교적 음색에는 비교적 집중을 하지 못했다. 그 어울림이 좋았던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까지도 작곡가마다의 색과 연주자마다 다른 색을 구분해내지 못하는 나는 크게 어떠하다는 느낌을 받지 못했다.

   4. 어쩌면 보여지는 이미지에도 조금씩 영향을 받은 것 같다. 미리 읽은 설명에 의해서도 어느정도 머리속에 선이 그어졌는데, 눈에 보이는 이미지가 그 옆에 또다른 선을 그은 것 같다.

   레이첸은 날렵하고 깔끔한 옷차림을 했다. 보타이에 늘씬한 정장. 그리고 연주도 날렵하고 연주할 때의 움직임도 그랬다. 전체적으로 활기 넘치고 감정이 풍부한 느낌이었다. 그에 비해 알텐부르거는 중후한 신사와 같은 정장차림이었다. 부드럽고 묵직하고 덤덤한 느낌. 연주도 그랬다. 그리고 김민지 연주자는 초록빛 드레스에 상체는 검은 시스루였다. 붉은 색의 강렬한 느낌은 아니지만 진초록 원단과 검은 망사가 그만의 관능미를 과시했다. 연주도 그렇게 깊은 듯 진한 매력을 뽐냈다. 피아니스트 김정원은 늘씬하고 댄디한 정장차림에, 두 현악기 안쪽에 자리잡고 있었다. 상대적으로 시선이 덜 가게 되었다. 연주는 때로 웅장하기도 하고 때로 화려하기도 하지만 깔끔하고 단정한 느낌. 어떻게 보면 세 사람의 구성이 아버지와 자녀들 같은 느낌을 주는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더 단란한 느낌을 주고 서로의 합주가 잘 어울렸던 것 같기도 하다.

   5. <비엔나에서 온 편지>. 비엔나에서 활동하였지만 서로 다른 색을 가진 세 명의 작곡가들의 음악을 한 자리에서 듣는다는 점이 매력적이었다.  "나는 비엔나에서 온 음악이야"라고 말하는 듯한 세 가지 다른 곡과 세 가지 다른 연주. 그리고 커튼콜로는 깨알같은 비엔나 왈츠!  덕분에 비엔나의 한 극장에 초대된 것 같은 기분도 들었다.

   생각해보면 이런 실내악은 대극장 한강 같은 규모의 극장이 아니라, 어느 귀족가의 살롱이나 홀에서 사람들에게 선보여졌을 것이다. 다음번에는 눈을 감고 들어봐야겠다. 그러면 나도 그런 살롱에 초대된 느낌이 들지 않을까?


[류소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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