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남자를 휘감는 여자, 오페라 카르멘

처음으로 오페라의 매력을 느끼다
글 입력 2016.05.28 23:52
댓글 0
  • 카카오 스토리로 보내기
  • 네이버 밴드로 보내기
  • 페이스북으로 보내기
  • 트위터로 보내기
  • 구글 플러스로 보내기
  • 글 스크랩
  • 글 내용 글자 크게
  • 글 내용 글자 작게


[최종]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 2016 포스터.jpg
 

난생 처음 와보는 곳이었다.
강동아트센터, 오페라를 볼 수 있다기에 무작정 신청해서 학교에서 출발했는데 생각보다 오래걸렸다. 1시간이 넘는, 때아닌 버스여행을 하면서 무사히 강동 아트센터에 도착했다.
 

20160520_191038.jpg


“오 여기야?”
우리 눈 앞에 펼쳐진 공간은 세련되고도 평온한 곳이었다. 잔디밭 에서는 아이들이 뛰놀고 있었고, 아이들을 보는 부모님의 미소가 함께 있었다. 그리고 옆으로는 강동아트센터 건물이 큰 창문과 함께 길게 늘어져 시원하게 자리잡고 있었다.


20160520_191019.jpg
 

건물 안으로 들어가 아트인사이트에서 표를 받고 난 후, 1층앞 좌석에 앉았다. 큰 규모에다 앞자리라니, 기대에 앞서 사진부터 찍어댔다. 곧 불이 꺼지고, 오페라 [카르멘]이 시작되었다.
 
오페라는 1부 부터 4부 까지 진행되었다. 2부에서 쉬는 시간을 주었고, 총 2시간 반정도 공연했다. 한 부가 끝나고 시작할 때마다 전에 있었던 이야기를 요약해 주거나 앞으로의 이야기를 조금 알려주는 공연이 나왔다. 모두 대사가 없는 무용공연이었다. 내용을 까먹거나 이해가 어려웠다면 무용을 주목해서 보는 것도 괜찮은 듯하다.
 
 
 
  귀가 즐거웠다. 주연뿐만 아니라 조연의 목소리도 좋았고, 특히 입장하는 부분에서는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아리아 부분에서 아는 노래가 2개정도 나와서 이 노래가 어떤 배경에서 나왔는지 알 수 있었다. 정말 많이 들어본 노래인데, 카르멘이 다른 남자들이 자신에게 넘어올 것이라는 내용을 담은 노래인지 오페라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
 같이 간 지인분이 얘기하길, 오페라에서는 마이크를 쓰지 않는다고 한다. 큰 목소리가 모두 다 배우의 목소리였다니. 한 번 공연할 때마다 목이 아프지 않을까 걱정이 되었지만 한편으로는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다. 저 많은 대사들과 음을 다 외우고 심지어 연기까지 하다니.
 오페라를 돋보이게 하는 오케스트라도 귀를 즐겁게 했다. 오페라의 웅장한 느낌을 한층 더해주었다. 그런데 아무리 보아도 오케스트라가 보이지 않았다. 녹음된 음악을 틀어주나, 아니면 공연장이 좁아 뒤에 숨어있나, 어디있는지 알 길이 없었다. 공연이 끝나고 배우들과 지휘자분께서 인사를 할 때 그제서야 알게 되었다. 오케스트라단은 무대 앞에 보이지 않는 자리에서 연주를 하고 있었다. 나중에보니 무대 앞에 큰 구멍이 뚫려 있었고 그 밑에서 지휘자가 지휘를 하고 오케스트라단이 연주를 했다. 그들은 무대에서 보이지 않지만 무대를 뒤받치고 있었다.
 
 
 
 나쁜 남자에 맞서는나쁜 여자, 카르멘. 모든 남자들의 시선을 독차지 했지만 자신은 사랑에 대해 관대하고 별 신경을 쓰지 않는 것 같았다. 남자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 이용하고, 마음도 별로 없는데 꼬드기는 것 때문에 나쁜 여자라는 이미지가 있다. 그럼에도 많은 남자들이 반했던 이유는 신분이 낮으면서도 당당하고, 누구든 꼬드길 수 있다는 자신감 때문인 것 같다. 돈 호세가 끝까지 사랑한다고 고백해도 카르멘은 자신의 주장을 굽히지 않고 당당하게 죽음을 맞이한다. 죽음도 두렵지 않은 그녀, 그녀와 반대되는 인물인 미카엘라.
 
 미카엘라는 어머니를 대표한다. 돈호세에게 어머니의 사랑을 대신 전달하지만 돈 호세의 어머니를 이용해 호세의 마음을 가지려는 여자로 볼 수도 있다. 겉으로는 어머니의 입맞춤을 전달한다고 했지만, 속으로는 돈 호세와의 입맞춤을 기대하고 있다. 그리고 어머니께서 정말로 미카엘라와 결혼하라는 말을 했는지도 의문이다. [카르멘]에서 어머니는 한 번도등장하지 않기 때문이다.
 
 극 속에서 카르멘은 정열적이고 매혹적인, 그러나 남자를 속이고 다니는 나쁜 여자로 묘사된다. 반면 미카엘라는 어머니의 마음을 대신 전달하고, 돈 호세 하나만을사랑하는 착한 여자로 묘사된다. 비록 카르멘이 도덕적으로는 나쁜 여자일 수 있으나 당시 시대로 보았을때 많은 여자들의 선망의 대상이었을 수도 있다. 당시의 시대적 배경은 프랑스 선언 직전과 직후인에 여성의지위는 매우 낮았다. 그런 상황에서 카르멘은 자신의 주장이 강하고, 남자들을 자신의 입맛에 맞추어 자신에게 유리하게 만들었다.
 
 
 
 무대에서 눈여겨 볼만한 점은 조명이었다. 1부는 사실 무슨 색으로 시작했는지 파악하지 못했다. 2부는 빨간색이었고, 3부는 파란색, 4부는 빨간색 이었다. 조명으로 분위기를 만들어냈다. 2부의 빨간색은 카르멘을 상징했다. 카르멘은 모든 남자들에게 인기 있고, 정열적인 여자다. 2부의 주된 내용이 카르멘의 당당함을 드러내는 것이었기 때문에 2부 시작의 색깔을 빨간색으로 했다고 볼 수 있다. 3부는 파란색 이었는데, 어두움을 상징했다. 3부는 돈 호세와 카르멘이 도망쳐 나오는 과정을 그렸다. 그 속에서 뭔가 불길한 일이 일어날 것임을 암시했다고 볼 수 있다. 실제로도 불길한 일이 일어났다. 카르멘이 에스카미요에게 마음을 주고, 돈 호제에게는 마음을 주지 않았고 그 과정에서 다툼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다시 4부에서는 빨간색으로 시작하는데, 이는 카르멘의 죽음을 상징한다. 주변 친구들이 돈 호세를 조심하라고 했다. 대중들에게 둘러싸여 있을지도 모른다고. 하지만 카르멘은 죽더라도 자신은 돈 호세에게 마음을 주지도 않고, 도망치지 않겠다고 한다. 결국 카르멘은 죽는다.
 
 
 
  공연을 보면서 아쉬웠던 점은 자막이다. 자막이 양 옆 모니터에서 나왔는데, 자막을 보느라 정작 배우들의 연기를 제대로 보지 못했다. 원래 오페라가 그렇다고는 하지만 나는 배우들의 표정을 자세하게 보고 싶었다. 처음에 돈 호세와 그의 동료들이 계단에 앉아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때 배우들은 모두 다른 포즈에 다른 표정을 하고 있었다. 대체로 비슷한 느낌이긴 하지만, 그런 표정을 보는 재미가 있는데 극이 전개 될수록 대사가 많아지고 이야기가 절정에 달했기 대문에 주변 인물들의 연기를 잘 보지 못했다.
 

 20160520_220020.jpg
 

그렇지만 규모도 큰데다 무대연출, 배우들의 연기, 서울 필하모닉 오케스트라의연주 모두 조화로워 아쉬운 점 빼고는 매우 좋았다. 다음에 오페라가 있다면 또 보러가고 싶다.


[서울 오페라 페스티벌]
2016.05.11~ 05.21

[카르멘]
 05.20~05.21 7:30p.m.
 R석 5만원, S석 4만원,  A석 2만원

[출연진]
카르멘 - 최승현
돈호세 - 정의근
에스카미요 - 우주호
미카엘라 - 김은주
단카이로 - 민경환
레멘다도 - 김재일
모랄레스 - 오유석
주니가 - 이세영
프라스키타 - 최우영
메르세데스 - 장은


[이진주 에디터]



<저작권자 ⓒ아트인사이트 & www.artinsight.co.kr 무단전재-재배포금지.>
 
 
 
 
 
등록번호/등록일: 경기, 아52475 / 2020.02.10   |   창간일: 2013.11.20   |   E-Mail: artinsight@naver.com
발행인/편집인/청소년보호책임자: 박형주   |   최종편집: 2024.04.27
발행소 정보: 경기도 부천시 중동로 327 238동 / Tel: 0507-1304-8223
Copyright ⓒ 2013-2024 artinsight.co.kr All Rights Reserved
아트인사이트의 모든 콘텐츠(기사)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습니다. 무단 전제·복사·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