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추억을 칠하는 컬러링북 '그리운 엄마를 마음에 담아 MEMORY'

글 입력 2016.05.13 1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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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컬러링북은 처음이다. 인기가 많은 건 알고 있었지만 글을 쓰는 일 말고는 손으로 하는 것들엔 자신이 없기 때문이었다. 그러다 ART insight로부터 컬러링북 문화초대를 받았고, 이번 기회에 사람들이 컬러링북에 열광하는 이유가 무엇인지 알아보자는 마음으로 초대에 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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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하지만 그보다도 <그리운 엄마를 마음에 담아, MEMORY>의 컨셉이 마음에 들었다. 엄마와의 추억을 돌이켜 볼 수 있는 컬러링북이라니. 엄마와 친구처럼 지내왔고, 그만큼 엄마와의 추억도 많은 나에게 이런 취지는 흥미롭게 다가왔다. 

 
 컬러링북을 받고 나서 가장 먼저 색칠하고 싶었던 그림은 엄마와 딸이 꼭 끌어안고 침대 위에서 잠든 그림이었다.
 나에겐 손등이나 손목, 아니면 팔에서 나는 냄새를 맡는 버릇이 있다. 그래서 무언가에 집중하거나 생각에 골똘히 잠겨있을 땐 나도 모르게 손을 코 근처에 가져다대곤 한다. 처음엔 나 역시 이런 행동의 이유를 몰랐고 그냥 어릴 적 습관인가보다 하고 말았으나 타지 생활을 하면서 그 이유를 알게 되었다. 내 손에는 엄마 품에서만 나는 그 냄새가 어렴풋이 묻어있었다. 어릴 적 악몽을 꾸다 잠에서 깨어나 엄마에게 가면, 엄마는 그저 나를 꼭 안아주었다. 고등학교 때 공부에 지쳐서, 친구 관계에 힘이 들어서 세상이 무너진 것처럼 서럽게 울다가도 엄마가 안아주면 어느새 잠이 들곤 했다. 아마 그럴 때마다 맡았던 엄마의 따뜻하고 포근한 냄새를 내가 많이 좋아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도 엄마의 향기가 은은하게 풍기는 그 곳을 찾아 내 코에 갖다 대는 것을 보면 말이다. 
 그래서 난 이 그림을 택했다. 엄마 품에서 나는 향기가 조금씩 피어오르는 것만 같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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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으로 오랜만에 색연필을 쥐는 나의 손은 어설프게 색을 칠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면서 나는 엄마와 나의 머리색이 정말 비슷하다는 걸 깨달았다. 엄마가 평소에 자주 입던 옷의 색깔을 떠올리는 나를 발견했다. 나를 꼭 안아주던 엄마의 모습이 떠올랐다. 평소에는 생각해본 적 없었던 엄마와의 추억들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색을 칠하면 칠할수록 그림 속 꼬마아이와 엄마는 나와 우리 엄마가 되었고, 완성된 그림은 마치 내 머릿속 기억의 한 조각처럼 은은하게 빛나고 있었다. 그림이 아니라 추억을 칠했다고 하는 게 맞았다. 


 나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그게 고장난 핸드폰이든 더 이상은 쓰지 않는 공책이든. 그 안에는 너무 많은 사람들과의 추억이 고스란히 담겨있기 때문이다. <그리운 엄마를 마음에 담아 MEMORY>에 있는 수많은 그림 중 나는 이제 겨우 하나를 색칠해 보았다. 하지만 그림 하나에도 엄마와의 추억이 이토록 물밀 듯이 밀려들어오는 것을 보면, 아마도 이 책은 아주 오랫동안 나의 책장 속에 자리 잡고 있을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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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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