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스포트라이트에서 이상적인 언론을 보다.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5.11 19: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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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jpg▲ -구글 이미지 발췌
 


"The pen is mightier than the sword."
펜은 칼보다 강하다.  
 

 이 속담을 보았을 때 우리는 보통 펜이라는 단어에서 자연스럽게 언론을 떠올리곤 한다. 속담이 뜻하는 바와 같이, 언론의 힘이 무엇보다도 막강하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있는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많은 경우에 대중들의 시선과 사고를 결정하는 역할을 대중 스스로가 아닌 언론이 하고 있기 때문이다. 같은 일이라도 언론이 어떻게 보도하느냐에 따라 관심의 대상은 달라질 수 있으며 관심의 정도 역시 그러하다. 따라서 언론이 어떤 내용을 ‘어떻게’ 보도하느냐는 굉장히 중요한 문제이며 이에 대해 아마 모두가 공감할 것이다. 그렇다면 과연 언론은 어떻게 보도해야하는가? 





 이 질문에 대해서는 사회에 파급력이 큰 사건들을 보도해야한다, 객관적으로 보도해야한다 등 많은 대답들이 나올 수 있다. 질문이 지극히 주관적인만큼 그에 대한 대답 역시 주관적일 수밖에 없겠지만, 나에게 있어서만큼은 정답인 언론의 모습을 담은 영화이자 실화가 있다. 바로 영화 <스포트라이트>이다.  


2.jpg▲ -구글 이미지 발췌
 

 2001년, 미국 3대 일간지인 보스턴 글로브의 새로운 편집국장으로 온 마틴 배런은 탐사보도팀(스포트라이트 팀)에게 보스턴 지역 가톨릭 사제 아동 성추행 사건을 취재할 것을 지시한다. 이미 가이건 사제가 아동 성추행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었지만 뭔가 더 은폐되어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보았기 때문이다. 가톨릭 신자가 많은 보스턴에서 교회에 대한 의혹을 취재하는 일이 쉽지는 않았지만, 월터 로빈슨을 중심으로 한 스포트라이트 팀은 이 사건에 끈질기게 매달린다. 마침내 그들은 보스턴 대교구 내 90명의 사제에게 아동 성추행 혐의가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 팀과 마틴 배런은 90명의 사제에 대한 기사를 유보하고 가톨릭 내부에서 일어나는 성추행이라는 행위가 어디까지 연관이 되어있으며, 어떻게 은폐되어왔는지 그 시스템을 파헤치기로 한다. 그 결과 스포트라이트 팀은 보스턴 대교구가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실을 알고도 은폐했을 뿐만 아니라 해당 사제들을 처벌하기는커녕 교구를 이동시키거나 병가를 내주는 방식으로 계속 봉직시켰다는 것을 만천하에 공개한다.


 영화가 보스턴 대교구 내에서 발생한 사제들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중심으로 진행되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상 그 사건을 스포트라이트 팀이 취재하는 것이 스토리의 주를 이루고 있다. 그래서인지 스포트라이트 팀이 이 사건에 접근하는 태도와 보도 방식에 집중해서 영화를 볼 수밖에 없었는데, 그 속에서 나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언론 보도를 보았다. 



 

 보스턴 사제들이 아동을 성추행한 사건은 다양한 방식으로 세상에 알려질 수 있었다. 그저 90명의 사제가 성추행을 했다는 사실에만 초점을 맞추거나 성추행이 벌어졌던 당시 상황을 자극적으로 묘사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보스턴 대교구 사제 90명, 아동 성추행 일삼은 것으로 의심’과 같은 제목을 달아 보도하기만 해도 엄청난 관심을 받게 될 것이 분명했다. 


movie_image.jpg▲ -네이버 영화 포토 발췌
 

  하지만 그럴 경우 사건의 본질은 흐려지고 대중들의 관심도 금방 사그라 들 것이며 피해자들에게는 더 큰 상처가 되리라는 것을 스포트라이트 팀은 잘 알고 있었다. 때문에 그들은 사건의 본질적인 문제점과 구조를 파헤치기 위해 보도를 유보했다. 보도가 조금만 늦어져도 다른 언론사에서 알아채고 스포트라이트 팀이 피와 땀으로 밝혀낸 사실을 손쉽게 기사화시킬 수도 있었음에도 그들은 자신들의 신념을 따랐다.


 마침내 스포트라이트 팀은 보스턴 대교구의 아동 성추행 사건이 몇몇 사제의 개인적인 결함 때문에 발생한 것이 아닌 오랜 시간 동안 조직적으로 은폐된 범죄였음을 세상에 알렸다. 결국 추기경은 사임했으며 피해자들은 수 억 원에 달하는 보상금을 받았다. 또한 이를 계기로 미국 전역에서 가톨릭교회 내부에서 자행된 성추행 사건들이 수면 위로 드러났고 스포트라이트 팀은 퓰리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noname01.jpg▲ -구글 이미지 발췌
 

 사건을 단편적으로 바라보고 자극적인 내용의 기사를 쓴다면 순간적으로 대중들의 시선을 잡아끄는데 성공할 수 있을지는 모른다. 언론의 입장에서도 그 편이 힘을 덜 들이면서 화제를 모을 수 있는 제일 간편한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렇게 해서 얻는 것은 단지 그 뿐이다. 우리 사회의 침묵 속에서 점점 커져가는 어둠을 세상 앞에 내놓고 문제의식을 공유하지 않으면 변하는 건 없다. 만약 스포트라이트 팀이 그저 90명의 사제를 공개하는데 에서 그쳤다면 미국 전역의 가톨릭교회 내부 성추행 사건이 공개되는 일도, 추기경이 사임하는 일도 벌어지지 않았을 것이다. 어떠한 일이 발생했을 때 무엇이 근본적인 문제인지를 집요하게 파헤쳐 사회 구성원에게 사태의 심각성과 문제 해결을 촉구할 수 있는 보도를 하는 것. 그것이 진정한 언론인이 가져야할 태도이며 이상적인 언론 보도가 아닐까 싶다. 스포트라이트 팀이 그러했듯이 말이다.  


movie_image (1).jpg▲ -네이버 영화 포토 발췌
   
 영화 <스포트라이트>와 스포트라이트 팀의 보도는 닮은 구석이 있다. 줄거리만 놓고 보면 영화 어디 한 구석에 몹쓸 사제가 순진한 아이를 성추행하는 장면이 나올 것만 같은 영화 <스포트라이트>에서 그런 장면은 일체 찾아볼 수 없었다. 영화는 단지 스포트라이트 팀 기자들이 보스턴 사제 아동 성추행 사건을 깊숙이 파고드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 뿐이다. 이렇듯 덤덤하고 담백하게 영화 <스포트라이트>는 보스턴 사제 사건을 담아내고 있다. 
 스포트라이트 팀이 보스턴 사제 성추행 사건을 보도하는 방식도 유사하다. 그들은 단편적이고 자극적으로 대중들의 감각을 자극하지 않는다. 그저 사건의 본질을 날카롭게 지적하면서 무겁고 덤덤하게, 그리고 담백하게 대중들에게 가톨릭교회의 추잡한 이면을 드러냈다. 


 모든 사건과 모든 기삿거리를 심층적으로 다루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포트라이트 팀이 보여준 열정과 언론인으로서의 태도, 그리고 신념은 충분히 본받을만한 가치가 있다. 불가능할 것 같은 현실 속에서도 스포트라이트 팀이 존재했으니까 말이다. 



반채은.jpg




*참고
http://news.chosun.com/site/data/html_dir/2016/02/25/2016022500282.html
 


[반채은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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