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 그 날의 기억, 연극 - 내 아이에게

Remember20140416
글 입력 2016.04.11 13: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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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member20140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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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학로 예그린 씨어터. 혜화역 1번 출구로 나오면 쉽게 찾을 수 있다.


아트인사이트(www.artinsight.co.kr)에서 제공 받은 티켓으로 
4월 7일 8시에 대학로 연극을 보고 왔다. 제목은 <내 아이에게>. 


세월호 침몰 사건으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의 심정과 경험에서 가져온 이야기를
아이에게 보내는 어머니의 편지/일기 형식을 취해
모노드라마적 구성으로 보여주는 극이다.


2014년 4월 16일 제주로 가던 배가 침몰했다. 
당시 나는 중간고사 기간이었다. 시험 때문에 잠에 들지 못한 것인지 
세월호 상황 생중계를 보면서 가슴이 진정되지 않아 그랬던 건지 
며칠 내내 불면의 밤을 지냈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런데 참사가 일어난 지 벌써 2년이 되어 가고, 
어느새 우리는 잔뜩 무뎌져 꽃피고 설레는 만남이 가득한 봄날만을 손꼽아 기다리고 있다. 
그래, 시간은 흐르니까 점점 고통에 둔화되고 이젠 
잊을만 하면 가끔 올라오는 정도의 소식들에 무뎌질 만도 하다.
그러나 304명의 목숨을 손도 못 쓰고 바로 눈 앞에서 잃어버리고 만 
'세월호'라는 거대한 고통은 아직 가라앉지 않았다. 


여전히 진도 앞마다에는 9명의 미수습자들이 있고 
그리고 그 시신조차 찾지 못해 고통 속에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가족들이 있다.
그들 가슴 속에서 세월호는 '절대 가라앉지 못할 고통'이다. 
'잊어서는 수습할 수 없는 고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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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극이 끝나고 외롭게 남겨진 배 한 척. 그리고 그 주변을 에워 싼 따뜻한 빛의 나비들.


연극은 실제 당시에 방송되었던 뉴스 속보 영상이라던가 음성 소스를 사용하여 
국회의 무관심, 특별위원회의 엉성하기 그지 없던 시행령 등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권력 조직의 무능력과 위선을 실감나게 보여주었다. 


살고자 했던 의지, 살리고자 했던 수많은 의지들을 
무력하게 만들었던 부패한 자본주의와 정부.
무대를 지켜보면서 그 당시의 상황을 다시 떠올릴 수 있었고 
보는 내내 답답한 심정에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극에서 어머니 역할을 했던 배우의 대사가 있었다.
304명이 사망한 사건이 아니라 1명의 죽음이 304개나 되는 것이라고.
그제서야 그 무게가 조금은 실감이 났다. 
여전히 수습되지 사람들과 남겨진 사람들이 견뎌야할 고독과 외로움의 무게.   
시신이 발견되어 올라올 때마다 그 가족들에게 '축하한다'는 말을 전했던 남겨진 사람들.
타인은 절대 왈가왈부 할 수 없는 고통일 것이다.
내가 감히 상상할 수도 없는 고통이다.


상처는 침묵으로는 낫지 않는다. 
누군가에게 잔뜩 떠벌리고 피흘리는 가슴을 꺼내 보여줘야 한다. 
누군가에겐 지나간 재작년의 일이 아니다.
누군가에겐 생의 일부가 눈 앞에서 순식간에 사라져버린 일이다.
그렇기 때문에 세월호는 현재진행형의 일이다.


그런 그들에게 '보상금'을 언급하는 것만큼 잔인한 것은 없다.
거대한 권력과 자본 아래 무참하게 수장당한 이들에게 돈이 위로가 되겠는가.
어떻게 그것이 끝일 수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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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잊지 않겠습니다. Remember0416.


국민 모두가 지켜본 사건인 이상 세월호 참사는 개인의 일이 아니다.
그만 슬퍼하라는 말. 그 말은 또다시 그들에게 철저한 외면 속으로 몰아넣는 말이다.
고통에 허우적거리고 있는 자가 하는 얘기들은 피해망상이 아닌 
그의 경험이고 진솔한 심정이기 때문이다.


그들의 아픔에 공감하는 것은 매우 괴롭고 불편한 일이 될 것이다.
너무 큰 고통이고 우리 사회의 끔찍한 민낯을 마주해야 하는 분노와 두려움이기에. 
하지만 상처를 직시하는 것이야 말로 상처를 치유할 수 있는 
가장 빠르고 유일한 길이란 것을 우리도 알고 있지 않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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잊지 말자. 
우리의 기억에, 따뜻한 손길에, 누군가는 살아낼 결심을 하기도 한다는 것을.  




<공연 정보>

제목 내 아이에게 작/연출 하일호
공연시기 2016 4월 6일 - 4월 17일
공연장소 예그린 씨어터
공연시간 평일 20시, 토/일 16시(쉬는 날 없음)
출연 김보경, 손인수, 김선미, 주선옥, 서청란, 김영표, 조재준, 김범린, 김진희
스텝 협력연출 김형용, 그래픽 디자인 박재현, 드라마터지 김나연, 오퍼 허기범
기획 종이로 만든 배 전화번호 010 2415 4279 이메일 hiilhoya@hanmail.net
제작 극단 종이로 만든 배
주최 서울연극협회, 서울시 /주관 서울연극제 집행위원회
후원 서울문화재단, 종로구, 한국연극협회, 한국소극장협회, 서울연극센터,
한국대학연극학과교수협의회, 일본연출가협회


<가격 정보>

기본가 비지정석 30,000원


[김해서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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