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만히 있으라 하지 말고
기다리라 하지 말고
연극 <내 아이에게>
아무리 사회가 빨리 돌아간다 해도 그렇지 우리는 너무 빨리 잊어버리는 것 같아. 잊어야 하는 것이 있다면 기억해야 하는 것도 있는 법인데, 사람들은 그냥 잊기만 해. 도통 기억하려고 하지를 않아. 2년전 그날만해도 온 국민이 같이 분노하고 아파했는데, 고작 몇 달 지나니 그만하래. 멀쩡한 자식이 왜 그 차디찬 바다에 수장되어야 했는지 그 이유를 알려는 건데 그만 좀 하래. 또 가만히 있으라고
2년 전 그날처럼 가만히 있으라고 사람들은 말해. 부끄럽지만 나도 많은 사람들 중 하나야. 같이 아파하는 듯 하다가 결국 도망쳤거든. 이젠 어쩔 수 없는 일이잖아요, 당신의 아픔을 돌봐줄 만큼의 여유가 있지 않아요 앞으로 먹고 살 준비도 해야 하고… 언젠가는… 해결되겠죠 가만히 계시고 조금만 기다려보세요
아이들에게 가만히 있으라고 했던 사람들처럼 나는 아이를 잃은 부모들에게 똑같이 하고 있었던 거야. 얼마나 기다려야 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실은 기다리고 있으면 안된다는 걸 알고 있으면서 희생자들로부터 빠져 나와버린 거지. 도대체 누가, 왜, 어떻게 사건의 진상을 명확하게 규명하는 것이 응당 정부의 몫이라면 우리 개개인의 몫은 기억하는 거야. 기다려보라고
말하지 않고 저 진도 앞바다의 심해보다 더 깊은 망각의 심연으로 배가 더 가라앉기 전에, 영영 이 세상에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리기 전에, 나는 다시 기억하려고 해. 계절이 여덟번이나 바뀌어도 여전히 찾지 못한 내 아이, 그 아이에게 부치는 어머니의 편지로 만들어진 극, 내 마음속에서 조차 가라앉아 버린 배를 다시 건지도록 도와줄 수 있을까. 망각의 바다에 수몰된 우리를 건져낼 수 있을까. 연극 <내 아이에게> 2016년 4월 6일부터 17일까지, 대학로 예그린 씨어터에서.
연극 < 내 아이에게> 공연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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