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인간의 모습,‘어둠 속의 햄릿’ [공연예술]

글 입력 2016.03.13 20: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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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햄릿은 ‘오셀로’, ‘리어왕’, ‘맥베스’와 더불어 셰익스피어 4대 비극의 하나이며 당시 유행하던 복수비극의 내용으로 아버지의 원수에 대한 햄릿 왕자의 고뇌를 주제로 하는 작품이다. ‘어둠 속의 햄릿’은 기존의 햄릿을 재창작한 극이다. ‘햄릿이 복수 대신 권력을 택한다면 어찌될까..’라는 궁금증에서 시작하게 된 ‘어둠 속의 햄릿’은 현 시대의 모습을 간접적으로 보여주는 현실적인 작품이다.


햄릿 얼굴만.JPG
 

 작품은 중년이 된 햄릿의 독백으로 시작한다. 햄릿에게 고언을 한 대가로 감옥에 갇힌 호레이쇼를 향해 햄릿은 선왕의 복수를 포기한 자신의 행동의 정당화를 가장한 고뇌에 빠져든다. 고뇌의 심도는 극의 연출로 극단화되는데 햄릿의 모습조차 보이지 않는 어둠속에서 그의 음성과 그의 발자국 소리는 불안한 햄릿의 심중을 간접적으로 청중에게 전달한다.


 이 작품에는 등장인물들의 고뇌 장면이 많이 등장한다. 기본 조명이나 영역 조명을 사용하지 않고 극단적인 스폿 조명을 사용하여 배우의 표정에 청중의 시선을 집중시키고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햄릿 발.JPG
 

 이 어둡고 스산한 분위기 속 햄릿의 모습을 보며 청중은 현시대의 모습을 찾아볼 수 있다. 아버지의 죽음으로부터 수십년이 흐르고 복수대신 복종을 선택하여 권력을 누리고 있는 햄릿에게서 상식과 정의가 사라지고 비상식과 불의가 더 강한 힘을 가지는 현재의 모습이 자연스럽게 투영된다.


 아들의 죽음 소식에 ‘2세는 또 가지면 된다’며 자신의 권위상승에 기뻐하고, 꿈속에서 당신 작품의 결말은 너무 비극적이고 나는 희극을 원한다고 셰익스피어에게 소리치는 햄릿의 모습에서 청중은 헐벗은 인간의 나약함을 보게 되고 그 모습이 낯설지 않다는 것에 무력감을 느낀다.



‘하지만 너는 모르는구나.
네가 만든 그 희극이 사실은 나의 비극보다 더 비극적인것을.’



꿈속에서 셰익스피어가 햄릿에게 하는 말이다. 권력만을 쫓은 햄릿은 인간다움을 포기하였고 더 비참하게도 스스로 어떠한 삶을 사는지 인식하지 못한다. 이것은 비단 ‘어둠 속의 햄릿’에서의 햄릿만의 문제가 아님을 시사한다.






 
[김미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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