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당신이 '프란시스'인 몇 가지 증거들 [시각예술]

글 입력 2016.02.24 07: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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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내가 프란시스라고 생각한다. 영어 이름을 프란시스라고 지을까 몇 번이고 생각해봤다. 프란시스가 누구냐고? 바로 감독 노아 바움백과 배우 그레타 거윅이 협업한 첫 번째 영화 ‘프란시스 하’의 주인공이다. 


아직 이 영화를 보지 않았다면 트레일러를 보고오자. 



'프란시스 하'는 일일이 설명하려 하지 않는 영화이기 때문에 두 번 이상 보는 것을 추천한다. 여러 번 볼수록 전에는 보이지 않던 디테일들이 눈에 들어와 더 재미있을 것이고 곱씹어 볼 수록 공감되는 것들이 많다.

 

많은 사람들이 이 영화에 ‘내 얘기 같다’라고 한다. 영화를 보다보면 어느새 그녀를 폭풍 응원하는 ‘프란시스 맘’이 되고, 영화가 끝난 후에는 그녀와 어딘가 닮아있는 나를 토닥토닥, 응원해주는 자신을 발견하게 될 것이다.

 

2014년 7월 ‘프란시스 하’의 개봉 이후 노아바움백과 그레타 거윅의 팬이 된 사람들이라면 2015년 12월에 개봉한 그들의 두 번째 영화 ‘미스트리스 아메리카’도 놓치지 않았을 거라고 생각한다.

 




전작의 흑백 같은 (실제로 영화도 흑백이다.) 간결한 연출과는 다르게 ‘미스트리스 아메리카’는 다소 연극적인 요소가 많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인물들의 대화와 마미 클레어 집에서 이루어지는 과장된 코미디는 우디 앨런의 영화를 떠올리게 만들기도 한다. 이번 영화에서는 전작의 주제를 이어받아 노아 바움백 자신의 정체성을 여실히 드러내면서도 그의 또 다른 가능성을 보여주었다고 생각한다.


 만약 두 영화가 주인공의 성공 일대기를 그렸다면 그저 그런 뻔한 청춘 영화가 되었을 것이다. 인물의 인생에서 큰 사건들을 인과관계로 연결하여 '성공'이라는 결말을 지었다면 이렇게 사랑받는 영화도 될 수 없었을 것이다. 대신에 노아 바움백은 프란시스와 트레이시의 이십대 나날들 중 자잘한 순간들을 담백하게 보여주는 방식을 택했다.


'오직 사랑하는 이들만이 살아남는다', '천국보다 낯선' 등으로 유명한 감독 짐 자무쉬 감독은 '나는 항상 어떤 것들 사이의 순간들에 더 관심이 있다'고 말했다. 미국 상업 영화들을 볼 때마다 스크린에 보이는 것들보다 영화에 넣지 않은 부분들, 즉 시퀀스들 사이에 무슨 일이 있었을까 하는 데 더 관심이 간다고 한다. 


나도 그렇다. 내 생각에 인생은 사건과 사건의 인과관계로 일어나는 것이 아니라, 사소하고 우연적인 순간들이 모여 또 다른 어떤 순간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리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자기 관점에 따라 인과관계들을 정리하게 되는 것 같다. 원래 그런 것이란 없다. 고작 두 시간 짜리 영화에서 한 사람의 인생을 설명하는 것은 어쩌면 오만한 일일 수도 있고, 무엇보다 재미가 없다! 그런 의미에서 노아 바움백과 그레타 거윅의 영화는 자잘한 순간들에 충실한 솔직담백하고도 재미가 있는 영화인 것이다.





'프란시스 하'와 '미스트리스 아메리카'는 우리 모두가 될 수 있는 ‘나’를 꾸밈 없이 제대로 그려냈다. 나의 경우, 트레이시가 지금 이 순간의 나라면, 프란시스는 대학 졸업 후의 나이고 브룩은 삼십 대의 나일 것 같다. 


두 영화에서 우리 모두가 공감할 만한 장면의 대사들을 가져와 보았는데, 이 중  여러 개에 공감한다면 당신도 역시 프란시스 혹은 트레이시나 브룩이다. 



 '프란시스 하' 중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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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 I look old to you?

- No. Yes. How old?

- Older than I am? Older than 27?

- No. Twenty-seven is old, though.

나 나이 많아보여?

- 얼마나?

- 내 나이보다? 27살 보다?

- 아니. 

  근데 27살이 많은 나이인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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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Frances, Undatable.

- 프랜시스, undatable. (연애 못하는 여자)





- What do you do?

- Um, it's kind of hard to explain.

- Because what you do is complicated?

- Uh, because I don't really do it.

- 직업이 뭐에요?

- 좀 설명하기 힘들어요.

- 하시는 일이 복잡한 거라서요?

- 어, 왜냐면 그걸 딱히 하고 있지 않아서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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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Don't treat me like a three-hour-brunch friend!

- 날 세 시간 짜리 브런치 친구로 취급하지 말라고!




- I've always felt so competitive with you.

- Really? I don't think I realized we were competitive.

- 난 항상 너한테 경쟁의식을 느껴왔어.

- 진짜? 난 우리가 경쟁하고 있었는지 몰랐나봐.




 


'미스트리스 아메리카' 중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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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You know the feeling of being at a party where you don't know anybody?  

  It's like that the whole time.

모르는 사람들만 있는 파티에 혼자 있는 기분이 뭔지 알아? 항상 그런 기분이야.

 




- Spirit says you need to find your home in yourself. 

 Spirit says you haven't dropped into your body yet.

- If I'm not in my body then where am I?

- Five feet to the left and unhappy.

- 영혼이 말하길, 네 자신 속의 집을 찾아야 한다. 너는 아직 너의 몸 속에 들어가 있지 않아.

- 내가 내 몸 속에 없다면 어디 있다는 거에요?

- 왼쪽으로 5피트 정도 떨어진 불행한 곳에.  




 
- Do you ever get that feeling when you're on a car trip that you never want to get where you're going? That you never want it to end?
- 그런 느낌 가져본 적 있어? 차 타고 여행할 때 영원히 목적지에 도착하지 않았으면 하는 거? 이 여행을 끝내고 싶지 않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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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Her beauty was that rare kind that made you want to look more like yourself and not like her. Being around Meadow was like being in New York City. It made you want to find life, not hide from it.

그녀의 아름다움은 흔하지 않은 것이어서 그녀처럼 보이고 싶기보다 진정한 나 자신으로 보이고 싶게 만든다. 그녀랑 함께 있다는 건 뉴욕에 있는 거랑 같다. 내 삶에서 도망치는 게 아니라 내 삶을 찾고 싶게 만든다. 





- You can't really know what it is to want things until you're at least 30. And then, with each passing year, it gets bigger because the want is more and the possibility is less. 

- 30살이 되기 전까지는 무언가를 원한다는 게 뭔지 잘 몰라. 그러고 나서 해가 지날수록 무언가를 원하는 마음은 점점 더 커져. 왜냐하면 원하는 마음은 더 커지는데 가능성은 갈수록 더 작아지니까.


 

 

[이다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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