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쿠리코 언덕에서
예전에 정말 감명깊게 보고 왔던 스튜디오 지브리 입체 건축전. 스튜디오 지브리는 오래전부터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위해 기획 및 제작 활동을 해왔다. 그들의 작품은 2015년 '건물의 매력'이라는 주제로 부산에 건너왔다.
단순히 만화속 스토리와 등장인물을 넘어서, 마치 내가 가상속에 들어가 있는 느낌을 받을 때가 있다. 그 이유는 만화속 상상력 풍부한 건축물들이 그런 역할을 해주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고 낯설게만 느껴지지는 않는다. 오히려 현실세계에도 있을것 같이 친근하고 우리 기억속에 깊에 자리잡혀 있었다.
지브리의 건축 디자인은 무조건 상상속의 멋지고 세련된 건물만만 그려내는 것이 아니다. 지브리 스튜디오와 함께해온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만화영화들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일본의 감성이 더해진, 유럽식 건물들이 있지만 그보다도 너무도 자세하게 그려지는 내부 속 가구들과 집안 소품들, 오래된 문, 페인트가 벗겨진 싸구려 간판, 길거리의 표지판, 낡고 초라해진 가게나 건물들도 접할 수 있다. 이렇듯 지브리는 공상을 넘어 현실세계를 깊게 관찰한 다음 등장인물의 생활과 시대를 충분히 검토하여 디자인을 한다. 건물이 단순히 시대적 배경을 나타내기 보다는 인간의 문화, 환경과 같이 공존함을 보여주고 있는 이 전시회는 어릴적 재밌게 봤던 애니매이션에 대한 그리움까지 이어진다. 그래서 더욱 소중하고 감동적으로 다가왔던 것 같다.
지브리의 건축은 일본 + 서양이 합쳐진 새로운 것을 뜻하고 있다. 19세기 이후 서양 문화 영향을 받으면서 조금씩 변화된 일본 건축물에는 나선형 계단과 하얀색으로 위생을 강조한 서양식 병원들을 볼 수 있다. 특히나 내 마음을 사로 잡았던 것은 서양에서 건너온 스테인글라스 창문을 볼수 있었던 <코쿠리코 언덕에서>의 건물이었다.
영화 <추억의 마니>와 <마루밑 아리에티>의 숲속의 집을 본적 있는가? 이 두개의 작품은 자연과 건물이 하나되는 듯한 평화롭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차근차근 작품을 살펴보면 일본인들이 좋아하는 건축또한 많이 접할 수 있을 것이다. 지브리의 집은 항상 주변 나무와 풀들과 함께하고, 담을 많이 지으며, 집안 내부에는 아기자기한 소품들이 가득차 있다. 8칸의 다다미방, 어두운 집안 내부, 부엌에 하얀 형광등을 달아놓는 것은 일본인들이 추구하는 가정집이도 하다. 일본양식 건축물을 많이 보고 싶으면 영화볼때 <벼랑위의 포뇨>의 소스케 집과 <이웃집 토토로>의 사쓰키, 메이의 집도 보길 바란다.
개인적으로 지브리의 애니매이션을 좋아하는 이유는 집안 내부의 가정용품과 소품, 그리고 오래된 것의 물건들까지 하나하나 자세하게 묘사한 점이다. 특히 하야오 감독은 이런 것들을 좋아한다고 말한다. 인간은 집안의 자신이 가지고 있는 물건들과 오래된 것을 보면 그리워하고 마음이 편안해지는 심리가 담겨 있기 때문이다. 그의 작품이 낯설지 않고 환영받는 이유를 대충 알것 같기도 하다.
서양쪽으로는 <알프스 소녀 하이디>의 디오라마와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모자가게 모형을 볼 수 있는 기회가 있다. 하울의 네발로 움직이는 성이 정말 멋지다. 놀랍게도 실제로도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만들수 있다고 한다. 조금 어려울것 같지만. 하울의 움직이는 성은 하야오 감독의 천재성으로 서양인들에게도 사랑받는 건물이기도 하다. 공상과 상상속 건물들을 볼수 있는 애니매이션은 <천공의 성 라퓨타>와 <바람계곡의 나우시카>가 있다. 정말 이 두개의 영화를 보고 있으면 왠지 다른 세계에 있는듯한 느낌을 주는데 스튜디오 지브리의 원화스케치만 봐도 '진짜...천재다'라고 할 정도로 놀랍고 경이롭다.
마지막으로 개인적으로 퍼펙트라고 생각하는 건물은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에 나온 대형 목욕탕이다. 서양과 건축양식이 혼합된 이 목욕탕은 실물모형으로도 볼 수 있는데 그래서 조금 혼돈 스럽다. 왠지 이 건물은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을 것 같은 느낌이 든다. 나중에 기념품으로 이 목욕탕 그림이 그려진 파일도 사왔는데 괜히 뿌듯해지는 마음이다.
지브리스튜디오의 건축물의 특징은 인간의 상상력이 풍부하게 담겨있고 관객들을 만화속으로 더욱 끌어 마치 관객이 그곳에 있는 듯한 느낌을 준다는 것이다. 이 전시회 보면서 나는 수없이 그 건축으로 빨려 들어갔다. 많은 걸 보고 느끼고 감동도 받는 그런 시간이 된 것 같다. 특히나 기념품에서 물건고르는 건 정말 천국이 따로 없었다. 다 사고 싶어서 어쩔줄 몰랐다.
(photo by googl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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