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의심이 불러온 비극 '겨울이야기' [공연예술]

본 글은 스포를 다량 포함하고 있습니다.
글 입력 2016.01.21 2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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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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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 글은 스포를 다량 포함하고 있습니다.


어제였던 20일 국립극장 달오름극장에서 연극 <겨울이야기>를 관람했습니다.
올 해는 셰익스피어의 서거 400주년을 맞아 셰익스피어의 작품을 토대로 한 작품이 많이 기획되고 있는데요. 
저는 2016년의 첫 연극을 겨울이야기로 열었습니다.
일단 감각적인 포스터로 시선을 사로잡기도 했고(크으..저 집착어린 눈빛좀 보세요) 박동우 무대디자이너의 세련된 무대와 양손 프로젝트의 손상규 배우님의 연기가 기대되여 예매했답니다. 좌석이 매진 직전인 것도 한 몫 했다는 것은 안비밀!
 
손상규배우는 양손 프로젝트의 폭스파인더라는 연극에서  사무엘 코베이역으로 열연을 했었는데요. 
특유의 예민한 연기가 인상깊었던 지라 이번 연극도 기대를 많이하고 갔습니다! :)


겨울이야기의 시놉시스는 이렇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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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은 셰익스피어의 원작과 거의 동일한 스토리로 진행됩니다.

1부의 첫 장면은 레온테스와 왕비 헤르미오네 그리고 레온테스의 절친한 친구인 폴리세네스의 식사장면에서 시작됩니다. 헤르미오네와 폴리세네스가 나누는 가벼운 스킨쉽을 보고 생겨난 작은 불씨는 점점 몸을 불려 레온테스를 뒤덮습니다. (이 때 돌아가는 식탁과 독백하는 레온테스를 비추는 조명이 어우러져 마치 시간이 멈춘듯한 장면이 연출됩니다.)

이 의심으로 인해 레온테스왕은 그의 소중한 아들도 잃고 왕비 또한 죽음으로 보내게 됩니다.

사실 같이 산 세월만큼 쌓이는게 신뢰인데 이렇게 쉽게 무너질 만큼 가벼운 믿음이었다니 언젠가 일어날 일이 었다는 생각도 들어요. 절친한 친구와의 관계도 의심할 사람이라면 측근이나 하다못해 시종과의 관계도 의심했을 것이니까요. 순간의 선택이 얼마나 잘못된 결과를 불러올 것인지 볼 수 있었습니다. 

1부는 약간의 웃음 포인트가 숨어있지만 전반적으로 정통극 형식인데 2부에서는 분위기가 완전히 반전됩니다.

마치 할렘가 골목길을 떠올리는 그래피티가 가득 그려진 무대와 보헤미안 룩을 입은 배우들은 내가 다른 공연에 잘 못 들어왔나? 하는 당황스러움을 주는데요. 리뷰들을 보니 2부의 분위기에 호불호가 많이 갈리더라구요. 저 또한 이런 분위기에 당황했지만 보헤미안으로 장소가 옮겨졌다는 신호(?)와 이야기가 해소되는 과정을 유쾌하게 보여주려는 연출의 의도같아 흥미롭게 봤습니다.

2부는 처음 '시간'의 재치있는 설명과 함께 시작되었는데요. 누더기를 걸친 배우가 관객으로 나와 구걸하는 모습에 당황하던 관객들도 입매를 누그러뜨리며 즐겁게 웃었습니다. 공연 사이사이에 배우가 관객석으로 내려오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었는데 그 때문에 배우들과의 친밀함이 느껴졌던것 같습니다.

양털깎기 축제에서의  페르디타와 플로리젤의 풋풋한 사랑을 보여줍니다. 이들은 결국 왕에게 연인이라는 것을 들키게 되고 시칠리아로 사랑의 도피를 떠나게 됩니다. 이후로는 일사천리로 극이 진행되어 살아있는 왕비와 레온테스의 후회를 끝으로 해피엔딩을 맺게 됩니다. 이 때 레온테스가 수조를 깨부시는 장면이 나오는데 정말 장관이니 집중해서 보시길 바랍니다. 무대에 설치된 배수구를 보고 물이 나오는 장면이 있구나 라고 어렴풋이 짐작을 했었는데 막상 나오니 정말 깜짝 놀랐어요!

마지막 장면은 둥그런 조명아래 등장인물들이 서로를 끌어안아 비를 피하는 장면이었는데요. 마치 인간의 복잡한 감정들이 얽혀있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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둥그런 조명과 깨진 수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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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튼콜


전체적으로 안정감있는 공연이었던 것 같아요. 장면과 장면 사이가 굉장히 자연스럽게 넘어가고, 적당한 유머로 
단조로운 이야기를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줍니다. 또한 배우들의 역량이 대단했던 것 같아요.
헤르미오네 왕비역의 배우는 재판장면에서 참 인상깊었는데 아이처럼 엉엉 우는 장면에서는 저도 울컥 할 정도로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셨던 것 같습니다. 또 레온테스역의 배우 역시 광기어리고 예민한 연기를 잘 보여주셔서 재미있게 잘 봤구요. 이제 손상규배우는 믿고 볼 것 같습니다!

무대나 의상 역시 눈여겨 볼 요소입니다. 심플하지만 눈에 띄는 하얀 식탁을 이용해 센스있는 무대와 마지막 수조, 그리고 빛과 그림자를 잘 활용한 조명까지 장면 하나하나가 돋보입니다. 의상 역시 1부에서는 양복과 격식있는 현대의복을 보여주고 2부에서는 자유분방한 보헤미안의 정서를 나타내는 의상을 통해 그때그때의 분위기를 잘 나타냅니다.

시적인 대사도 인상깊었습니다. 셰익스피어로 인해 왜 영어가 많은 발전을 이루었는지 알 것 같더라구요. 대사하나하나가 주옥같았습니다.

로버트 알폴디가 연출한 공연은 처음이었는데 미장센이 제 취향에 잘 맞아서 다른 작품도 보고 싶어질 정도였습니다. 박동우 무대디자이너의 무대는 두말할 필요 없이 좋았구요 ^^b

평점이 많이 갈려서 걱정을 많이 했었는데 저는 굉장히 만족했던 작품이었습니다!

 


[나유리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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