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inion] (2)가끔은 헐렁해도 좋아요 - 무라카미 라디오 [문학]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에세이
글 입력 2016.01.19 21: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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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글에서는 하루키의 에세이,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에 대한 이야기를 했었는데요.

이번 글에서 여러분에게 소개하고 싶은 책은
하루키의 또 다른 에세이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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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라카미 라디오' 입니다.


무라카미 하루키의 '라디오 시리즈'는 총 세 권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저녁 무렵에 면도하기',
'채소의 기분, 바다표범의 키스',
'샐러드를 좋아하는 사자'.


제목부터 예사롭지 않은 이 에세이는
하루키가 일본의 패션잡지 「앙앙」에서 
2012년 3월까지 연재해온 에피소드들을 한데 엮은 책입니다.
하루키 특유의 사색과 위트가 넘치는 에세이들과 함께, 
오하시 아유미의 동판화 일러스트가 함께 어우러져 보는 재미를 더해주고 있어요.


'무라카미 라디오'의 특징은
소소함 속의 특별함입니다.
전에 소개했던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보다 한층 가볍고 소소하지만,
하루키의 헐렁한 듯 유쾌하고 도발적인 생각들이 고스란히 드러나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저는
하루키의 소설 세계와 인생관을 알고 싶다면 '잡문집'을,
하루키의 아기자기하고 솔직한 일상 이야기를 들여다보고 싶다면 '라디오'를
추천하고 싶어요.
두 책 모두 독보적인 매력을 가지고 있으면서도
꾸준히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고 있는 에세이랍니다.


수록된 에피소드들은 모두 각각 3페이지 정도의 분량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그의 소소한 일상 이야기들을 읽고 있으면,
'어떻게 이런 기발한 생각을 할 수 있지?'라며 종종 감탄하곤 합니다.


한국의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박웅현은
창의력이 뛰어난 사람이 되기 위해서는 뭘 하든 안테나를 세우고 하면 된다 '고
말했는데요,
하루키가 바로 그 성능 좋은 안테나를 가진 사람 중 한 명이 아닐까 싶어요.
잡다한 일상들은 저를 포함한 세상 사람들 모두가 가지고 있지만,
이 일상들 속에서 이야깃거리를 찾아내
많은 독자들로부터 오랫동안 사랑받는 재미있는 에세이를 만들어내는 능력을 가졌으니까요.


하루키만의 그 안테나로 포착한 그의 일상 이야기들 중 몇몇 구절을
여러분께 소개하면서 마무리하고자 합니다.


 
 이 고양이들이 정말로 명확하게 '그래, 자살해버리자' 하고 결심한 끝에 스스로 죽음을 선택한 것인지 한마디로 결론내리기는 어렵다. 그러나 그 고양이들이 그 시점에서 어느 정도 '살아갈 의욕을 상실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것 같다. 고양이의 삶에도 나름대로 여러 가지 사정이 있을 터이고, '아, 사는 게 귀찮아. 이제 더는 아등바등하고 싶지 않아' 하는 정도는 막연하게나마 생각하지 않을까 추측해본다. 그 결과 자포자기해서 머릿속이 하얗게 되어, 앞뒤 재지 않고 난간을 훌쩍 뛰어넘어버리는 일도 생기는 것이겠죠.
 그러니 댁의 고양이에게도 관심을 기울여주세요. -1권 66p, '고양이의 자살' 중
 
 
 
인생에는 감동도 수없이 많지만 부끄러운 일도 딱 그만큼 많다.
 그래도 뭐, 인생에 감동만 있다면 아마 피곤할 테죠. -1권 103p, '판화' 중
 
 
 
 음악이란 참 좋다. 거기에는 항상 이치와 윤리를 초월한 이야기가 있고, 그 이야기에 얽힌 깊고 다정한 개인적인 정경이 있다. 이 세상에 음악이라는 것이 없다면 우리의 인생은(요컨대 언제 백골이 되어도 이상하지 않은 우리의 인생은) 더욱더 견디기 힘든 무언가가 되어 있을 것이다. -1권, 143p, '트랜지스터 라디오' 중
 
 
 
 이런 식으로 생각하면 여러 체형의, 여러 생김생김의, 여러 사고방식을 가진 사람들이 적당히 섞여 적당히 느슨하게 사는 세계가 정신건강상 가장 바람직한 것이구나 싶다. 뭐, 어쨌든 그렇게 무리해서 슈퍼모델 같은 체형이 될 건 없지 않을까? 정말로. -2권, 31p, '체형에 대해' 중
 
 
 
 나는 왜 꿈을 꿀 필요가 없는지 그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어쩌다 보니 이야기가 그대로 끝나버렸다. 다음에 만나면 꼭 이유를 물어봐야지 생각하고 있었는데 가와이 씨가 그만 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우리는 사람고 사람의 만남에 '다음에 또'는 없다고 생각하며 살아가야 하는지도 모른다. -2권, 68p, '꿈을 꿀 필요가 없다' 중
 
 
 
 회사란 '문제가 있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는 걸 절감했다. 남달리 개성이 강한 것, 전례가 없는 것, 발상이 다른 것, 그런 것은 거의 자동적으로 배제한다. 그런 흐름 속에서 '동요하지 않고 꿋꿋할' 사원이 얼마나 있는가로 회사의 기량 같은 것이 정해지는 것 같다. -2권, 103p, '이제 그만둬버릴까'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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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자료: 인터넷 교보문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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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수진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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