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eview]알렉산드로 멘디니 展-디자인으로 쓴 시

Review-알렉산드로 멘디니展_디자인으로 쓴 시
글 입력 2016.01.08 22: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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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view_알렉산드로 멘디니 展



예술가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하나의 예술 작품으로 말한다.
패션디자이너는 자신의 패션 철학에 맞는 옷을 만들테고,시인은 자신이 느낀 순간의 감정을 함축적인 단어로 표혈할지도 모른다.
그밖에도 음악가, 무용가, 사진가 등 다양한 예술가들은 그들의 재능에 걸맞는 예술을 선보이며 그 안에 개개인의 철학을 담아낸다.
이번에 만나본 디자이너 알렉산드로 멘디니도 개인의 내면 속에 있는 무언가를 잘 캐치하고 그걸 말할 줄 아는 예술가다.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전시되고 있는 알렉산드로 멘디니 展은 다음과 같은 부제를 가진다.
'THE POETRY OF DESIGN-디자인으로 쓴 시'다. 디자인으로 쓴 시라. 부제를 처음 접했을 때 디자인이 어떻게 시적표현 같은 걸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그러면서 전시관에 들어서서 그의 작품을 보면서 내가 가졌던 궁금증에 대한 해답을 찾으려고 했다. 그 덕에 멘디니의 작품을 보다 눈여겨 볼 수 있었다.

이전 프리뷰에서도 보았듯이 이번 전시회에서 이목이 집중되는 포인트는 세가지다.
첫째는, 20세기 디자인의 상징 그 자체이자 동시에 모든 장르를 압도하는 전방위적인 크리에이터 멘디니의 디자인 작품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 디자인 계에서 권위 있는 '황금 콤파스 상', '2014 유로피안 건축가 상'의 수상에 빛나는 이탈리아 디자이너의 대부이자 살아있는 거장의 초대형 회고전을 볼 수 있는 기회가 흔한 것은 아니지 않은가. 
둘째는, 초대형 회고전인만큼 역대 최대 규모 아시아 최초 전시라는 것. 어쩌면 이 전시는 다시 만나기 힘들지도 모른다. 그만큼 대작 프로젝트라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왜냐햐면 멘디니의 작품인생 40여 년이 집약된 대형 모뉴먼트, 가구, 건축, 회화 등 전 분야를 총 망라하는 작품이 600여점이나 공개되는 전시기 때문이다.(해외에서도 만나기 힘든 전시다.)
셋째는, 멘디니의 디자인 특징이라 볼 수 있는 초대형 대작을 직접 볼 수 있다는 것이다. 3~5m에 달하는 까르띠에, 바사자 등 세계적인 명품 기업 소유의 초대형 작품도 볼 수 있다. 기존의 디자인 전시들과는 차원이 다른 전시구성이다.

그럼 지금부턴 보다 생생하게 멘디니의 풍부한 상상력에 감탄했던 전시회 후기를 이야기 해보려 한다.

앞서 말했듯이 이번 전시 규모는 굉장히 크다. 나 또한 전시관에 들어서면서 다양한 디자인 제품들과 초대형 작품을 만나면서 엄청난 스케일이라고 생각했다. 전시관은 총 12개의 섹션으로 나눠져 있는데 멘디니가 꿈꾸고 직접 실현한 다양한 디자인들이 각 섹션마다 놓여져 있다. 그리고 섹션마다 멘디니가 지향하는 바를 담은 문구가 적혀져 있는데 예를 들자면 "독특한 상황에서 디자인하라", "기능이 아니라 이미지를 기반으로 디자인하라" 등 문구 속에는 디자인에 대한 그의 철학이 깊게 녹아져 있다. 12개의 섹션을 돌아보고 나서 느낀 것은 그의 디자인 철학은 디자인 그 이상이라는 것이다. 그는 디자인에 있어서 한없이 넓은 상상력과 기존의 관념을 깨뜨리고 그만의 독자적인 길을 나아가려 한다. 자신의 확고한 디자인 방향을 가지고 있었기에 그가 디자인 계의 살아있는 거장이 되지 않았나 싶다. 

알렉산드로 멘디니 展에서 보고 느낀 것은 아주 많지만 그 중에 두 가지를 꼽고 싶다. 5번과 7번 섹션의 내용이다. 
5번 섹션은 '내면 세계 들여다보기'-"차분하고 시적인 물체를 만들어라"라는 주제로 이뤄진 섹션이다. 여기서 멘디니가 진정한 디자이너라고 느꼈다. 적어도 내가 생각하기에 예술가가 어떠한 예술 작품을 만들어 내기 위해서는 자기 자신의 내면 깊숙이 들어가서 진정한 자신을 만나는 순간을 겪어야 한다.  그래야 자신이 표현하고자 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고 가장 자신에게 알맞는 예술작품이 나올 것이라 믿는다. 그런 면에서 멘디니는 내면 세계를 들여다 보며 차분하고 시적인 물체를 만들으라고 말한다. 그저 사용을 위한 수단으로서의 디자인이 아닌 내면세계를 통해 탄생하는 그 자체로 목적인 디자인을 만들어 내는 것 같아 깊은 감명을 받았다. 
그 다음으로 '크기로 상식을 뛰어 넘다'-"모순된 이미지를 얻기위해 분투하라"라는 주제가 있는 7번 섹션이 인상 깊었다. 7번에 들어서니 온통 큰 물건들 뿐이었다. 거기에 있는 물건들은 다 일상에서 쓰는 것들인데 큰 크기는 보는이들의 눈을 사로잡았고 곧 예술작품으로 다가왔다. 디자인 제품에 대한 고정관념을 산산조각 내 준 섹션이다. 물건은 꼭 정해진 규격이 있어야하나? 물론 규격이 그 물건을 가장 유용하고 필요성 있게 만들긴 한다. 하지만 그 또한 반대로 생각해보면 하나의 틀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멘디니는 이전에 내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크기의 파괴를 생각하게 해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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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양각색의 프루스트 의자들>


그 외에도 인상깊은 것들은 많았다. 섹션이 아닌 디자인 작품인 '의자'도 기억에 남는다. 다양한 크기, 다채로운 색상이 조합된 '프루스트 의자'는 바로크 스타일의 팔걸이의자에 화가 폴 시냐크가 사용하던 점묘기법을 적용한 결과물이다. 이렇게 만들어진 의자는 임의적이고 분위기 있는 문학적인 작품을 창작한 마르셀 프루스트에 대한 경의를 표한다고 한다. 아직도 다양한 색조합이 이뤄졌던 멘디니의 '프루스트 의자'가 인상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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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멘디니의 다양한 드로잉 그림들>


알렉산드로 멘디니의 디자인은 정적이지 않으며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전시를 통해서 많은 사람들이 그의 디자인과 예술 철학에 대해 맛보고 느꼈으면 한다. 나 또한 그랬기 때문에 더더욱 많은 이들이 그랬으면 하는 바람이다. 디자인, 그 이상의 것을 만나 볼 수 있는 알렉산드로 멘디니 展을 만나보는건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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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다선 에디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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